승부사의 선택
정말 밥하기 싫은 날이 있다.
나 혼자면 그냥 확 굶고 싶은 날.
그런 날도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켜 밥상을 차린다. 새끼가 뭐라고.
아이도 그럴 것 같다.
뭔가 하기 싫은 날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라는 엄마는
그게 다 용납이 되지는 않더라.
이 날도 그랬다.
내가 언제 너한테 축구 클럽에 가서
골을 넣고 오라고 했냐.
열심히 기술을 배워 오라고 했냐.
그냥 친구들이랑 열심히 뛰어놀고 오라고 했는데
축구 셔틀버스가 올 시간까지 이러고 계셨다.
이런, 된장...
축구 차는 다음 코스로 떠나 버렸다.
이를 어쩌냐. 너를 어쩔까.
소리를 친들 무엇하리
끌어 낸들 무엇하리
조심스레 저 안에 계시는 분께 말을 건넸다.
"왜 그래, 축구 코치님이 무서워?"
"그럼, 축구 친구들이 괴롭혀?"
"그럼, 축구 차에서 형아들이 놀려?"
"그럼, 축구가 힘들어?"
"그러면 뭐야~?"
가지가지 얼르고 달래는 질문을 창작했다.
아이는 묵묵부답
박스 안에서 도를 닦는지
한 참을 저러고 누워계셨다.
그러다가 갑자기 정막을 깨는
박스 속 에코 사운드
"축구 맨날 진다고!"
어휴, 이제 하다 하다 별 걸 다 하네
그제야 나는 차키를 손에 움켜쥐고 대차게 말했다.
"얼른 일어나!"
"지는 날도 있고 이기는 날도 있는 거지."
이 말에 박스 안으로 웅크리고 들어가 버렸다.
"어~어~어~ 박스에 벌레 들어갔다!"
돌이켜 보면 참 귀여웠다.
벌레라는 말에 벌떡 일어나 축구를 갔으니
그때는 왜 그리 속이 터졌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