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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2인용 게임일까

아름다운 싱글은 구차한 변명일까

by 김작가
20150829_194452.jpg 지우개를 써보면 안다. 완벽히 지워지는 건 없다는 걸. 모든 건 흔적을 남긴다.

인생은 2인용 게임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1인용 게임이며, 조력자가 있을 뿐이라 생각한다.

짝이 있어야 완성되는 인생이란 얼마나 허망한가. 내가 있고, 누군가 곁에 있어야만 완벽해지는 인생은 얼마나 깨지기 쉬운가. 그 사람이 가버리면? 사라지면? 사랑 역시 인간의 감정이라 갈변되기 쉬울 뿐이다. 인간의 감정은 도통 신뢰할 수 없는 것이기에 신이 있다면 인생을 2인용 게임으로 만들어놓지는 않았을 것 같다.

사랑은 아름답고 때론 위대하지만, 그것이 인생의 본질일까. 본질의 유무를 알 수 없고, 있다 해도 개별적이고 주관적이기에 각자의 정답이 다르다. 하지만 최소한 나에게 있어서 만큼은 사랑은 인생의 본질이 되기엔 자격 미달이다. 이렇게 쉽게 버려지는 것이 인생의 본질일 수는 없다. 인생의 정답일 수 없다. 가장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나 뿐이다.

이런 투덜거림이 영혼의 동반자를 찾은 사람들에게는 혼자남의 삐뚫어진 감성일 것이다. 뜨거운 연애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강한 외로움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지금 감정은 이렇다. 감정의 사막화는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친구가 물었다. '그냥 이 사람 만나고 저 사람 만나고 순간을 사랑하면 되지 그렇게까지 생각해야 돼?' 난 친구의 질문 같은 질문을 많이 받아봤다. 난 담담하게 답했다. 나한테 그 기능이 없어서 그렇게 고생 중이라고. 나도 그렇게 살고 싶은데 행복하지 않다고. 아마도 2013년도 말즈음에 os를 업그레이드하다가 그 기능이 빠졌다고(인생에 큰 깨달음을 준 연애가 그 때 끝났다).

그리고 여전히 그 업그레이드는 분명 다운그레이드가 아니라 업그레이드라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