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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Nov 08. 2020

입으로 땅파는 건 아니잖아? <도굴>

1. 케이퍼 무비를 만든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혹자는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 <암살> 같은 영화를 보고 "스타 배우를 캐스팅한 것 말고는 별거없지 않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럿이 나오는 영화에서 여러 캐릭터의 매력을 골고루 가져가기란 참 힘든 일이다. <도굴>만 봐도 그게 힘들다는 걸 충분히 알 수 있다. <도굴>은 케이퍼 무비로서 실패했다.


2. 상업영화는 관객을 배신하지 않아야 한다. 그게 관객과 영화의 기본 철칙이다. 공포 영화를 선택하는 관객은 무섭기 위해서, 로맨스 영화를 선택하는 관객은 애틋하고 마음이 간질간질해지는 마음을 느끼고 싶어서 선택한다. 여러 인물이 하나의 목표를 정하고 범죄 비슷한 것을 하는 영화, 하이스트 무비 혹은 케이퍼 무비에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1)각 캐릭터의 서로 다른 특징이 살아있을 것, 2)치밀한 전략을 보여줄 것.


3. <도굴>에서는 이제훈을 중심으로 조우진, 임원희, 박세완, 주진모, 신혜선이 뭉치는데, 이제훈과 조우진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서사를 부여하지 않는다. 능력자들을 모으는 과정과 그 능력자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할애하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보니 나중에 그 캐릭터가 어떤 위기 상황에서 능력을 발휘할지가 전혀 기대되지 않는다. "당신은 그 전설적인..." 같은 대사로 처리해버리는 캐릭터 설명은 아쉽다. 영화는 영상으로 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연출은 "이럴거면 영화를 왜 만들어?"하는 생각이 든다.


4. 악역이라 할 만한 사람은 두 사람이다. 주 대표와 회장. 주 대표의 충동적인 행동은 사건 전개에 큰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납득이 되지 않는다. 단순한 인물임에도 캐릭터의 욕망이 읽히지 않는다. 악역으로서도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에 이제훈과 붙었을 때도 긴장감도 없고 쾌감도 없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싸우는 건 재미있지만, FC서울과 바르셀로나가 붙는 건 흥미롭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악역의 사이즈가 영화에는 중요한 요소인걸 정작 몰랐던걸까. 송영창 배우가 맡은 회장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다. 보물을 수집하는 회장님이라는 역할이 전혀 새롭지도 않을 뿐더러 디테일에서 새로운 면모가 있지도 않고, 강해보이지도, 철저해보이지도 않는다. 철학이 없는 악역은 이젠 너무 평면적이다. 이유도 없고, 해석할 만한 행동도 없다.


5.조금 더 역덕스러운 면모를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케이퍼 무비 중에 보물을 소재로한 영화가 있었나. 이보영 박용우 주연의 <원스어폰어타>을 제외하고는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서울 한복판, 선릉에 대단한 보물이 숨겨져있다는 흥미로운 소재까지는 좋았는데, 이성계와 성종과 선조와 조선 고분, 고구려 벽화 등등 역사적 소재가 너무 그냥 지나가버려서 관객 입장에서는 몰입이 되지 않는다. 조금 더 이입하도록 분량을 조정했어야 하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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