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영화 <틱, 틱…붐!>을 보다가 멋진 이별에 대해 생각했다. 참고로 이 글은 영화 리뷰가 아니다. 하지만 #스포일러 는 있을 수 있다.
1. 남자와 여자는 이별을 한다. 여자는 마지막으로 남자를 찾아가 준비하던 일은 잘 되었는지 웃으며 사소한 안부를 묻는다. 남자는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슬퍼 보이진 않는다. 두 사람 모두 담담하다. 두 사람은 이별이라거나, 헤어지자는 말을 입에 담지 않는다. 하지만 이별의 순간이 올 것임을 알고 있었고, 바로 지금이 그 순간이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마치 흘러가는대로 살아가보자고 말하는 <라라랜드>의 한 장면처럼. '잘 지내'라는 여자의 인사가 그렇게 슬플 수 없었다. 마지막 뒷모습, 마지막 인사, 마지막 웃음.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지만 함께할 수 없어서 헤어지는 연인의 이별은 내 마음을 너무 아프게 한다.
2. 나는 그런 덤덤한 이별을 해본 적이 없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서로의 앞날을 응원하는 이별을 해본 적이 없다.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했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미숙했고, 어설펐다. 멜로 영화 속 주인공을 보면서 나는 "새드 엔딩이 아니라 해피 엔딩일 수도 있는 거야. 더 좋은 사람을 만나면 되잖아."라고 차갑게 말하지만 정작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된 나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3. 브코콜리너마저의 노래 '유자차'는 헤어지는 연인에 대한 노래다.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우리 좋았던 날들의 기억을 설탕에 켜켜이 묻어 / 언젠가 문득 너무 힘들 때면 꺼내어 볼 수 있게/ 그때는 좋았었잖아 / 지금은 뭐가 또 달라졌지 /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 헤어지고 봄날로 가자는 인사가 슬프게 들렸다. 두 사람의 시간은 겨울을 지나고 있었던걸까. 각자의 겨울을 지나는 두 사람이 서로의 봄을 응원하는 장면이 어른스럽게도, 애처롭게도 느껴졌다.
4. 너드커넥션의 '좋은 밤 좋은 꿈'은 마지막으로 헤어진 연인에게 말을 남기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남자는 질문을 한다. 1절과 2절에서는 '그댄 나의 어떤 모습들을 그리도 깊게 사랑했나요', 마지막 코러스에서는 '나는 그대 어떤 모습들을 그리도 깊게 사랑했었나'라고 묻는다. 남자는 질문만 할 뿐 끝나 대답을 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아마 자신도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그대를 왜 사랑했는지, 그대는 나를 왜 사랑했는지 기억을 돌이켜봐도 기억나지 않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 남자는 인사밖에 할 것이 없다. 마지막 가사는 이렇다. '이제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좋은 밤 좋은 꿈 안녕'.
5. <틱, 틱…붐!>에 나오는 "잘 지내"라는 대사를 듣고, 여러 노래의 가사가 떠올랐다. 오늘은 이별 노래를 들으면서 자야겠다. #b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