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약 뿌리다 엄마 생각나지요

내일은 전화 한 통 해야지

by 김작가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내놓으려고 신발장 옆에 두었다가 깜빡했다. 잠깐 운동하고 온 사이에 날파리가 꼬인다.


여름도 아닌데 날파리들이 부지런하네


쓰레기 봉투를 버리려는데 운동을 갔다온 뒤 이미 샤워를 했고 머리는 축축하다. 그래도 나갔다오는 건 어렵지 않지만 귀찮은 마음이 더 크다. 그래서 에프킬라는 뿌렸다(모기약이라 썼다가 에프킬라로 바꿨다).


생각해보니 에프킬라는 내가 7살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건강에 좀 덜 해로워졌을까?' 모르겠다. 모기 박멸 방식이 조금 달라지긴 했다. 그땐 모기향도 많이 피웠으니까.


집에 에어컨이 없었기 때문에 여름이면 모든 문을 열고 모기장을 치고 모기장 밖에 모기향을 피웠다. 모기향은 주로 자기 전에 어머니가 설치해주셨는데, 타들어가는 모기향을 보는 건 정말 중독성있었다.


천천히 타들어가는 걸 지켜볼 때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오늘 조그만 원룸에서 에프킬라는 뿌리다가 그 생각이 나서 엄마가 보고싶어졌다.


기억에도 없는 시절. 이 사진을 보고 사진을 많이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게 다 응팔 때문이다. 응팔이 까먹고 지내던 옛 감성을 다 살려놨다. 20대 후반, 나이를 먹으니 생각이 많아진다. 타들어가는 모기향을 가만히 볼 땐 정말 아무 생각없었는데, 생각 없던 때가 문득 그립다.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는 아날로그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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