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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 리베 Apr 24. 2019

미리 걱정마세요.
그래도 궁금한 루게릭병 초기 증상

승일희망재단

루게릭병은 동생에게 왜 생겨난 것일까! 언제부터 뭐가 잘못되었던 것일까!

가끔씩 동생의 삶을 예측이 가능한대로 되돌아보는 일들을 한다.

그걸 알게만 된다면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일도 그 원인을 찾는 일도 다 불가능한걸 모를리 없는 나다.


그 때 그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걸하지 않았더라면 괜찮았을까!

떠오르는건 단 하나!

너무 힘에 부쳤던 농구선수로서의 시간들이 주었던 육체적, 정신적 압박에서 내 생각은 멈춘다.

맞아! 너무 힘들어서 생긴 병인가보다. 동생에게는 말이다.

괜한 트집 하나 잡아놓고 원망도 해본다.

트집이라도 하나 잡아야지 아니면 원망할데 하나 없다면 너무 억울하니까...

    

농구선수로서의 삶이 녹녹치 않았으리라!

남들보다 월등히 키가 컸던 동생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볼 기회조차 없었다.

남들보다 월등히 컸던 키는 동생에게 너는 당연히 농구선수지 뭘 생각해보는거야 라고

말하는 것 같았으니까.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탓에 더 많은 운동량을 필요로 했다. 늘 힘에 겨웠을 것이다.

스카웃이라는 허울 좋은 기회들은 주위에 산처럼 떡 버티고 있는 국내 최고의 유명 선수들 틈바구니라는

넘을 수 없는 벽을 던져주었으니 늘 위축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큰 키에 맞는 체력을 키우려면 더 많이 먹고 또 먹고, 또 뛰고 또 뛰었을 것이다.

남들보다 더... 하지만 늘 잦은 부상으로 마음의 부담과 힘겨움은 덜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동생!

잠자리에 들 때면 잦은 가위눌림으로 힘들어했던걸 전해들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체력으로도 심적으로도 많이 부대낀 결과가 아니었을까!    


동생은 결국 허울 좋은 명실상부 명문 농구 팀 선수로서의 생활을 뒤로한 채

국내에서는 드물게 선수에서 지도자로의 첫 유학 길에 올랐다.

얼마나 각오하고 떠난 유학 생활이었을까! 


경제적, 정신적으로도 여유 있었을리 만무한 동생은 떠나간 유학 생활에서 조차 최선의 삶을 살았으리라.

말도 설고 음식도 사람도 다 설었을 그곳에서의 2년 반의 시간은 어땠을까!    


자신의 선수로서의 모든 걸 다 알고 계셨을 연세대 최희암 감독님은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감독으로 부임하자마자 동생에게 상의조차 없이 본인의 구단 코치로 동생을 불렀다.

동생이 체력의 한계와 잦은 부상으로 선수로서 피워보지 못한 마음을 너무나 잘 아셨을 감독님의 콜링에

자신의 잠재력을 인정한 것으로 의미를 부여하며 얼마나 좋아했을까! 얼마나 감사했을까!    


하지만 기분 나쁘게 찾아온 몸의 이상 증상들이 일시적이지 않았다.

뭔지 모를 불길한 예감들!

그냥 피곤하고 체력이 약해져서인가 무심코 넘겨보려 했지만

결국 귀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루게릭병 판정을 받게 되었다.    

무수히 많은 검색을 통해 아니길 바라며 바랬을 동생이 걸었을 그 과정들을 

지금도 그 누군가는 밟고 있지 않을까!

루게릭병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다.    


나는 지금 우리가 알고 겪었던 루게릭병 초기 증상들을 적어보려한다.

조금 더 일찍 루게릭병 판정을 받으면 뭐가 좋아지는데?

빨리 아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정확한 정보를 통해 한 시도 아까운 시간들을 허비하지 않도록...

두려움과 떨림으로 자신의 증상들이 절대 루게릭병이 아니길 바라는 사람들의 추측들이 

오진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루게릭병이 아닐 누군가가 짐작만으로도 고통스러운 그 시간을 줄여주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동생은 그 언젠가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했던 ‘루게릭병 홍보’를 

너무나 버겁고 서글픈 내 마지막 숙제라며 말했다.

뭐 그리 좋은거라고 많이 알리려 홍보라는 표현을 했는지 적합한 단어는 아니었지만 난 지금 동생을 대신해서 먼저 동생이 지나왔던 그 과정들을 하나하나 기록으로 남겨보려한다.         

가장 쉬운 언어로.. 전문적인 용어에는 설명을 붙여가면서 말이다.    


루게릭병은 우리의 몸을 움직이게 하는 운동신경세포(근육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가

점점 그 기능을 할 수 없게 되면서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게 되는 병을 말한다.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도, 걷는 것도, 말하는 것도, 음식을 삼키는 것도 모두가 운동신경세포가

그 기능을 해야 하는데 그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루게릭병은 어느 부분의 운동신경세포가 그 기능을 할 수 없게 되는냐에 따라 팔부터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다리부터 나타나기도 하고, 그 나타나는 부위는 다 다르다.

좌우가 비대칭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며,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낌으로써 몸이 이상하다는 자각을 하게 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말을 할 때 발음이 둔해지거나, 음식이나 물을 삼키기 힘들거나,

잦은 사래 걸림이 먼저 나타나기도 한다.  특이한 증상으로는 온 몸의 근육들이 심하게 튀는 증상을 나타낸다.

눈꺼풀이 실룩실룩 거리는 것처럼 근육들이 여기저기 심하게 경련을 일으키게 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부분의 근육들이 점점 줄어들게 되면서(살이 빠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힘이 빠지게 된다.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증상들을 정리하면..


1. 다리에 쥐가 잘 난다.

2. 물건을 들다가도 힘이 들어가지 않아 놓치거나 들 수가 없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의지대로 팔을 들 수가 없게 된다.)

3.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넘어지게 된다.

4. 얼굴, 혀, 입술, 두피, 복근, 등, 다리, 손가락, 가슴 등 부위를 가리지 않고

실룩실룩 거리는 경련 증상이 한 동안 지속된다.

5. 그 부위의 근육량이 줄어들면서 살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6. 혀가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 삼키는 일에 어려움(연하 장애)을 느끼면서 사래가 자주 걸린다.

7. 세면, 양치질, 샤워 등 일상의 일들이 혼자서는 점점 어려워진다.

8. 삼키는 기능이 약화되면서 수면 시 침을 많이 흘리게 된다.

9.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게 되어 피곤을 극심하게 느끼게 된다.

     

루게릭병은 감각 신경(후각, 촉각, 시각, 청각, 미각)과 자율신경(대소변 조절 능력) 그리고 인지 능력은 정상적으로 유지되며 끝까지 눈을 깜빡이거나 눈동자의 움직임은 정상적으로 유지된다. 따라서 구마비 즉 말을 할 수 없게 되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안구마우스나 글자판(자음과 모음을 배열해 놓은 판) 등을 통해

눈 깜빡임으로 아주 어렵게 어렵게 의사 소통을 하게 된다.

(글자판 모습 : 승일희망재단 제공)   


보통은 50대 ~ 60대에 발병한다고 알려졌으나 점점 그 연령이 20대에 까지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고

여자보다는 남자에게 발병 확률이 2배 가량 높다고 한다.  

   

보통 발병 후 2~3년 혹은 3~5년 정도를 생존기간으로 병원에서는 예견하지만 

현재 15년 이상 투병 중이신 환우도 많은게 사실이다. 

호흡근육의 약화로 호흡기에 의존해야 하지만 전에 비해 호흡기의 안정성이 높아졌으며

간병의 여건이 투병 기간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을 만큼 간병의 중요성이 매우 높다.    


유전적인 요인이 5~10%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되었지만, 정확한 수치라고 보기는 어렵고 

유전적인 요인은 이보다 훨씬 낮을 수 있다는게 대학병원 신경과 의료진을 통한 의견이다.

간혹 형제 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일란성 쌍둥이인 경우에도 

한 사람은 20대에 루게릭병이 발병했지만 다른 한 사람은 50대가 된 지금까지 아무런 증상없이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는 실제 사례도 있으니까 말이다.


루게릭병의 초기 증상들과 진행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보았지만, 

루게릭병은 그렇게 흔한 병이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말기를 바라며...


혹시라도 루게릭병일까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부디 루게릭병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시길 기도해본다.


to be continued...


#승일희망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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