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감 리베 May 27. 2020

기부 투명성에 대한 생각 나누기

승일희망재단

처음부터 난 그게 편했다.


요즘 비영리단체의 재정 공개에 관한 내용이 사회적 논란의 정점에 서 있다. 승일희망재단의 공개방식이 기사화된 것을 시작으로 기자들로부터 몇가지 질문을 받게 되었다.


질문의 공통점은 승일희망재단은 재정규모가 외부감사 대상이 아닌데 왜 외부감사를 받게 되었는지 또 재정내역을 1원까지 100% 공개하는 이유와 그에 따른 어려움 여부 등이다.


글쎄! 그런 질문을 받고나서 생각해보니 그냥 처음부터 그렇게 해왔을뿐이다.
거창하게 의무나 책임 그런 것으로 시작했다기보다는...
그냥! 그게 마음 편해서였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서 승일희망재단이 기부의 투명성을 위해 노력하고 실천하는 일들은 재단 나름의 원칙이고 방침이 되었을 다른 단체와 비교되어지거나 더욱이 기사화되는 것은 바라는 바가 아니다. 


2011년 재단 설립 때부터 재정내역의 100% 공개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라면...  회계적 지식이 없는 나(루게릭병 환우 가족으로서 재단을 설립하고 실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오랜동안 재단의 실무를 혼자 담당해야만 했다.)로서는 가계부 쓰듯 수입과 지출을 통장에 있는 그대로 공개하는 것이 우선 마음이 편했고, 그러다보니 가리고 숨기지 않는 것이 재단 스스로가 자긍심을 갖는 길이라는 생각도 가지게 되었다. 


좀 더 그럴싸하게 표현하자면 함께 살아가는 우리 사회가 서로를 더욱 신뢰할 수 있는 기반이 잘 마련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난 집에서 가계부는 쓰지 않는다. 그만큼 기부금에 대한 나의 생각은 재단의 돈이 아닌 기부자의 돈이었고, 들어온 것과 나간 것을 알게해야한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나라면 내 기부금의 쓰임새 정도는 궁금할테니까 말이다.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지출이 따르는 것이고 어디에 어떻게 얼마를 썼는지 그냥 공개하면 되는거니까...


하지만 회계적인 관리와 결산은 가계부를 정리하는 형식보다는 훨씬 더 전문적인 분야이다. 그래서 승일희망재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기부자 누구나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수입과 지출을 일자별로 전체 공개하는 가계부같은 방식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회계적인 정확성 확보를 위해 회계결산 자료 또한 공개하고 있다. 


결과는 같지만 정리하고 보여지는 기준이 다르다보니 회계결산은 일반기부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울수 있으니까... 난 지금도 가계부 형식이 이해가 훨씬 쉽기는하다.


현실적으로, 우리 같이 정부 지원이 전혀없이 모금으로만 운영되는 소규모 비영리단체에게 있어 모금과 목적사업 수행을 위한 인력은 늘 부족하기만하다. 그만큼 운영비 부담이 큰 현실에서 까다로운 비영리 회계업무를 전문으로하는 인력 채용은 어찌보면 불가능한 일이기도하다.


이름만 들어도 알수 있는 규모가 큰 비영리단체가 아닌 우리처럼 4~6명이 일하는 소규모 단체에게는 회계를 전문으로 일하는 한 사람을 채용하려면 모금과 목적사업 수행 즉 단체의 설립 목적을 위한 일을 하는 한 사람을 줄여야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한 사람이 여러가지 일들을 일당백으로 해야하는 소규모 단체가 회계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은 여러모로 쉽지가 않다.  회계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은 회계 일만 전문으로 하려는 성향이 강하기에 회계적 안목과 일당백의 일을 하려는 사람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재단 설립 후 인력 부족의 아쉬움은 매우 크기만했다. 그러한 여건이 쉽게 개선되기 어려울거란 판단하에 가장 최선의 방법은 사업별 보고는 가장 자세하고 세밀하게, 재정내역 보고는 수입과 지출 모두 100% 공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실천한 것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기부금의 사용은 그 금액의 크고 음에 따라 공개 또는 비공개의 기준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목적에 어떻게 사용하느냐를 어떤 방식으로 증명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볼펜 한 자루를 사도 그 볼펜이 업무용으로 사용되는지 아니면 환우에게 지원하는 것인지, 모금 활동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인지를 잘 확인하고 기록을 남겨야 한다. 사용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야 하다 보니 행정적 업무처리가 매우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는 하다.


하지만, 상황이야 어떻든 자금의 집행을 정확히 했다 하여도 회계기준에 따라 정확성을 입증하기 위해 내부 감사의 자문과 자의적으로 외부회계감사도 진행하게 되었다. 기본적인  공익법인의 재무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해서 우리와 같은 소규모 비영리단체들을 위한 재무회계 기준과 관리방법에 대한 별도의 교육과 기준 그리고 시스템 마련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단체들이 아마도 참 많지 않을까싶다!

다행이 우리 재단은 후원자의 도움으로 재정관리를 할 수 있는 회계프로그램을 지원받았다. 그 금액이 만만치 않아 엄두도 못내어 엑셀로 모든 회계관리를 해오던 터였으니 가뭄에 단비같은 후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줄어들거라 생각되었지만 그 역시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전문인력 없이는 무용지물의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즉 인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종종 불거지비영리단체나 개인의 모금 사기행각의 문제들이 나오지 않도록 관리 감독기관에서 모금단체에 대한 관리감독이 더욱 절실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그 관리감독이 보편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어서도 안되고 또 규제를 위한 관리여서도 안될것이다. 일을 더 잘 그리고 투명하게 할 수 있는 기반이 속히 마련되었으면 좋겠는데..


어제 퇴근 길에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칭찬을 해 주었다. 재단 시작무렵 친구가 되었던터라 그동안 재단의 일들을 잘 이해하고 알고 있던 친구였지만 재단의 재정내역을 이렇게까지 속속들이 다 공개하고 있는것은 몰랐다며... 비로소 기사를 보고 알게되었다며..


가까운 지인과 가족들도 알지 못했던 이번 재정내역 관련 보도때문에 때 아닌 칭찬을 받는것을 보며 그 일들이 사실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칭찬받을 일인것에 대해 비영리단체의 일을 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만감이 교차한다.


비영리단체의 불미스러운 사건들로 인한 불신은 해당 단체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닌 지금도 묵묵히 자신의 일들을 성실히 해나가고 있는 많은 비영리단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명을 가지고 일하는 선의의 비영리단체들이 이러한 일로 상심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지만 그 신뢰를 쌓는데도 또 회복하는데도 매우 오랜 시간이 필요할텐데 걱정이된다. 기부단체에 대한 불신을 가져다주는 이러한 사건의 피해는 결국 우리 사회에 도움의 손길이 간절히 필요한 분들에게 돌아갈텐데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루게릭병 환우라면 꼭 알아야하는 정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