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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 리베 Jun 14. 2021

그날은 내가 날 칭찬하고 싶는 날이었다.

승일희망재단

2011년 7월 19일 승일희망재단은 보건복지부로부터 비영리재단법인 허가를 받았으니 곧 다가오는 7월 19일은 승일희망재단의 10년째 생일날이다.


재단법인이 무엇인지 모르던 난 2002년 어느 날 갑자기 루게릭병 환우가 되어버린 동생 박승일의 누나라는 존재의 이유로 무식함이 용감이 되어 이 일에 나서게 되었는데 어느 덧 재단이 10살이 되었다니 그 세월 참 빠르기도하다.


전업주부로 살아왔고 또 누군가를 위한 마음으로 헌신의 삶을 생각해본 적이 없던 나였으니 엄밀히 따지자면 루게릭병 환우를 위한 일을 하기 위해 이 일에 나선 것은 아니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루게릭병 환우라는 것만으로도 내 삶은 이미 충분히 버거웠으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으니!


처음 시작은 그러했다. 승일희망재단을 시작한 난 말이다.


2002년, 32살 농구선수였던 젊은 청년의 루게릭병 확진 소식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나 보다. 더욱이 그 청년은 국내 최연소 프로농구 코치로 부임받아 언론으로부터 막 조명받기 시작했으니 참으로 극적인 인생의 전형으로 방송은 앞다투어 동생의 소식을 내보내기에 바빠 보였다.


내가 동생의 방송 출연 등을 극구 반대해서였는지 어떤 때에는 방송 출연을 했는지조차 전혀 모르다 우연히 TV에 비친 동생의 모습을 보기도 했을 정도이니  난 동생의 느닷없는 방송 출연의 행보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어느 누가 비운의 주인공으로 보일 가족의 방송 출연을 찬성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대부분 방송 내용에는 내 엄마의, 내 동생의 눈에서 눈물 흘리는 장면을 최소한 한 장면씩을 담아내고야 말았으니까! 그냥 그런 상황 모두를 부인하고만 싶었던 그날들이 이제 시간이 많이도 흘러 옛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방송을 통해 사람들은 박승일에게 후원금을 보내왔다. 박승일 개인을 후원하겠다고 보내준 것인지 루게릭요양소 건립에 사용하라고 보내준 것인지 꼬리표가 달리지 않은 후원금들은 티끌처럼 쌓여갔다. 동생이 발로 걸어 다니며 루게릭요양소 건립을 위해 후원받은 기업 후원금은 한국루게릭협회로 보내도록 사전에 안내할 수 있었지만 개인들이 보내온 후원금은 동생 이름의 통장에 차곡차곡 모여졌다.

동생이 루게릭병을 알리고 루게릭요양소 건립을 위한 움직임이었기 때문에 비록 동생 이름의 통장으로 들어온 후원금이었지만 우리 가족은 그것을 어딘가 목적을 이뤄줄 수 있는 곳만 있다면  어서 빨리 그 후원금들을 보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멀고도 힘들 루게릭요양소 건립에 뜻을 두고 있는 비영리단체가 없었기에 직접 재단설립을 고민해야만 했고, 결국 그 후원 전액 승일희망재단의 설립 출자금으로 내놓음으로써 비영리재단법인을 설립하게 되었다.


동생의 이야기가 담긴 수 많았던 방송들... 승일희망재단 설립을 준비하면서 동생의 지난 시간들을 정리해보 참 혼자 애도 많이 썼구나 새삼 가슴 뭉클하고 아려오는 느낌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2002년

08 대전 MBC 라디오 ‘모닝쇼’ 방송 출연

10 MBC ‘토크쇼 임성훈과 함께’ 방송 출연

11 교통방송 ‘엄길청의 지금 서울은' 라디오 방송 출연

11 MBC '2580’ 방송 출연

11 다음 카페(박승일과 함께하는 ALS) 개설 활동 시작

12 MBC 라디오 ‘이은하의 아이 러브 스포츠’ 방송 출연

12 KBS 1TV ‘피플 세상 속으로’ 방송 출연


2003년

01 KBS 시청자칼럼 ‘우리 사는 세상’ 방송 출연

03 SBS 스타 도네이션 ‘이휘재와 함께하는 꿈은 이루어진다.’ 방송 출연


2004년

03 SBS ‘세상에 이런 일이’ 방송 출연


2005년

11 중앙일보 탐사보도 박승일 인물 편 ‘루게릭 눈으로 쓰다’ 5일간 연재 보도


2006년

10 KBS 스페셜 ‘ID : 희망 승일’ 편 방송 출연

12 SBS ‘김미화의 U’ 첫 회 방송 출연


2007년

05 루게릭요양소 건립을 위한 다음 카페 회원 주관 전국 서명운동(32,939명)

09 KBS 시청자칼럼 ‘우리 사는 세상’ 방송 출연


2009년

10 ‘눈으로 희망을 쓰다’ 출간(박승일, 이규연 공동저서)

12 제1회 대한민국 휴먼대상 나눔 부분 박승일 수상

12 SBS 스페셜 ‘승일 스토리-나는 산다’ 편 방송 출연


2010년

01 재단 설립 협의

06 해피에너지 루게릭요양소 건립기금 모금 캠페인(션, 정혜영, 타이거 JK, 윤미래 참여)

07 SBS 희망 TV 루게릭요양소 건립기금 모금 방송

09 승일희망재단 창립 발기인 총회 발족식

09 승일희망재단 홈페이지 개설

12 승일희망재단 창립 발기대회 박승일, 션 공동대표 추대 결정


2011년

07 박승일 후원금 1억 5천만 원 승일희망재단 출자

07 승일희망재단 설립 허가




동생에게 보내온 후원금이 목적에 맞게 사용되어야 한다는 가족 모두의 바람을 가지고, 난 2010년 재단 설립을 결심하게 되었고, 1년 여 준비 끝에 보건복지부로부터 재단 설립을 허가받게 되었다.

하지만 재단을 설립하고 보니 목적을 이루기 위해 무언가 꾸준히 일을 해야 한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었고 난 그때부터 모금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참 많은 일들을 겁없이 벌이기도 잘했다. 그래야만 루게릭병을 알릴 수 있었고 또 루게릭요양센터도 건립할 수 있을 테니까! 루게릭 희망콘서트, 백만 프로젝트, 바자회, 아이스버킷 챌린지, 기부상품 위드아이스 출시 등..

www.withice.or.kr 


감사하게도 많은 돕는 손길과의 인연이 이어졌고 힘에는 좀 부쳤지만 그래도 일을 하고 나면 결실들로 인해 감사했다.


2018년 6월 재단에 비영리 사회복지전문가가 실장으로 들어오게 되던 날!! 재단 설립부터 그날까지 7년간의 모든 히스토리 자료들과 통장과 사용내역 등 재정 내역에 대한 자료 파일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내어면서 정말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동시에 나 자신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는 생각에 마음 뿌듯하기도 했다.


누구에게도 거리낄 것 없이 투명하게 일해왔던 과정을 다 내어 보여 수 있는 그동안의 나 자신에게 말이다!

그날은 내가 날 칭찬하고 싶는 날이었다.

참 잘했다 성자야!!

나 스스로에게 칭찬해본 기억이 거의 없었지만 이 날만은 나에게 칭찬해주고 싶은 날이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799039#none


나 스스로에게 칭찬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던 일인데 지난해에는 우연한 기회에 나의 이야기가 기사화되면서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게 되었다.


내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께서 하셨던 설교 중 말씀이 생각났다. 요즘은 칭찬받기 좋은 시대다. 뭔가를 잘하면 칭찬받는 시대가 아니라 뭔가 잘못하지만 않으면 칭찬받는 시대라면서 칭찬받기 참 편해졌다. 내 딱 들어맞는 말씀인 듯하였다. 그냥 모으고 쓴 것만 잘 정리했고 그것을 공개해 두었는데 그것이 칭찬받는 일이 되었으니 말이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0051516080545992&outlink=1&ref=%3A%2F%2F


내가 나 자신을 칭찬했던 일이 과연 몇 번이나 있었을까! 그날의 홀가분함과 함께 느꼈던 그 당당함이 내가 이 일을 하면서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의 원동력이라는 것과 동생의 바람을 대신 이루어가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임을 난 잊지 않아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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