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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저장소 Jan 15. 2019

유라인의 시작

유명한 그 유라인이 아님

약.. 1년 2개월

해를 넘어 프로젝트가 끝났다

(워낙 큰 프로젝트였고 모험이었고 고생이었지만 프로젝트 관련 얘기는 안 하기로 한다)

1월 1일을 테스트하면서 보내야 하는 건 둘째치고 장기간의 파견에서 돌아온 이들은

본사에서 반겨줄 사람이 없었다. 급하게 프로젝트 때문에 뽑은 인력들이라 내부에서 받아주기에 당장 책상과 컴퓨터도 없던 상황이었다.


그럼 제가 같이 일하겠습니다. 뭐라도 해야죠 뭐


무슨 용기가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10여 년을 디자이너로 일하던 나는 기획파트의 장으로 가서 프로젝트 인력들과 새롭게 시작하기로 한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선행 부서.

진행 프로젝트가 없으니 당연 제안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장기간의 프로젝트로 대부분의 인력들은 휴가 중이었고 2층 구석 아직 세팅되어 있지 않은 자리에 달랑 메이, 키미. 둘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첫 번째 제안. 뮤직 서비스에 대한 제안이었고 디자이너였던 나는 그동안의 제안서를 보기만 했지 써본 적이 없던 터라 "의식이 흐르는대로" 막 썼다.

벤치마킹 트렌드 다 무시하고.. 귀사는 이 부분을 고치면 이게 좋습니다 딱 요 맥락 하나.

그런데 키미는 그 들쑥 날쑥한 제안서를 워드 한 장으로 목차를 만들었다.

"오... 역시 기획자"

(알고 보니 그냥 잘하는 친구였음)


그 제안서를 지금 보면 헛웃음이 나겠지만 그래도 완성이란 걸 처음 해본 제안서를 가지고 대표와 제안을 하러 갔다. 당연 대표가 리뷰할 줄 알고 컴퓨터 준비만 해갔는데... 나보고 발표를 하라고 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 문서를 만들고 젤 잘 아는 사람이 피티를 하는 게 맞는데. 그땐 난 아직 디자이너였으니 발표는 기획자이며 대표인 니가 해야지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날 시킬 거면 왜 수정을 시킨 거야...라고 속으로 원망하며 다시는 나한테 피티 시키지 않을 정도로 망치고 왔다.

나도 내가 그렇게 피티를 못하는지 그날 알았다. 내가 쓴 문서임에도 불구하고 했던 얘기 또 하고 말하면서 생각나는 것들 두서없이 얘기하고 허허허.  

어디 가서 말싸움 하나는 지지 않고 살던 내가 이렇게 허무하게 망치다니

(그때 내가 피티를 조금이라도 할 줄 알았다면 유라인은 고생을 좀 덜 했을 텐데 라는 생각도..)


하지만 사기꾼 기질이 만연한 대표가 잘 수습한 덕분에 그 프로젝트를 비롯한 다른 프로젝트들을 바로 할 수 있었다. 나는 이상하게 그 대표가 하는 스타일을 잘 맞춰줬고(일을 잘했다고 치자) 제안을 하는 족족 수주하게 되었다. 물론 장기간의 프로젝트로 인해 어마 무시한 포트폴리오도 등에 업고 있었고.

일이 많아지자 복귀한 프로젝트 멤버와 다른 부서에서 뽑힌 친구들까지 투입되게 되었다.

선행 부서의 고생은 지금부터였나 보다




원래 이 글은 예전에 써두었던 건데 올해 목표로 내 글을 발행해 보자 라는 생각에 올립니다.

저의 이야기이며 저와 같이 일하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너무 사실적인 내용이라 공개하기가 매우 망설여졌는데..

사실 뭐 누가 보겠어..라는 심정으로다가..

매주 월요일 발행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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