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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저장소 Jan 21. 2019

유라인의 탄생 1

캐릭터 소개 1 (시간순으로)

뭐 누구 라인 어쩌고 하기 전 이미 나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좀 돈독했는데, 그건 흔히 이야기하는 수평적 관계, 보스가 아닌 리더가 이끄는 조직문화 등등의 바람직한 관계에서 출발한 게 아닌 그냥 죽도록 같이 일하고 같이 만들어간 멤버들이 있어서다.

약 10여 년 전 다니던 다음커뮤니케이션을 퇴사하고 다시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한 후, 입사 당일부터 휘몰아치는 야근에 지문 등록하면서부터 후회를 했던 나는 몇 가지 장르의 영화를 찍으면서 다짐했다.

내 회사를 차려야겠다. 이 정도 감정노동이면 엄청나게 벌 수 있을 거야!! 하는 오만함이었지만 그때 내가 찍었던 몇 가지 장르의 영화는 회사에서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일들이었다.

(액션, 멜로, 스릴러, 범죄, 심리 등 스토리가 책으로 한절은 나오겠지만 안 하기로 한다)


당시 같이 일하던 친구와 손잡고 나와 한 달에 100여만 원 월세를 내는 강남역 오피스텔에서 책상 세 개 놓고 막 시작할 때쯤 그 친구의 후배라고 한 녀석이 찾아왔다.  그 오피스텔은 신발을 벗고 들어오는 구조라 손님용 실내화를 구비했어야 하지만 초반이라 미처 준비하지 못했는데..  '안녕하세요' 하고 소파에 앉은 그에게 제일 먼저 시선이 갔던 건 양말이었다! 눈, 코, 입이 달린 개구리가 날 쳐다보고 있었다!! 덕후 기질이 있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 없다며 무조건 채용하기로 마음을 먹고 창업빨이 한창이었던 그때 첫 사원으로 입사한 그 친구. 그 친구가 '협'이다.


시골에서 막 상경한 캐릭터였다. 물론 부산에서 대학교도 다니고 했지만은 학생 때와 사회인의 느낌은 달랐을 거다. 순진한 얼굴로 꽃등심이 뭐냐고 물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지금은 촌철살인의 핵심을 찌르는 맨트로 내 뒷목을 잡거나 주먹이 나가게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지만, 이건 아마도 내 탓인 듯.. )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친구는 뭘 믿고 입사를 하겠다고 온 건지 모르겠다. 강남 오피스텔에 딸랑 책상 세 개 있었는데. 왜지?


하지만 디자인 실력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입사한 협과의 첫 작업은 처참했다. 앞으로 채용을 할 때는 신중하게 해야겠구나... 란 교훈을 주고 말이다. 그때 작업한 게 여행 관련 이벤트 페이지를 작업하는데 아직 스탁(상용 이미지) 개념이 없던 협은 구글에서 비행기를 검색하여 떡 하니 올려놓았던.. 기억이 난다. 10년이 지났음에도 생각나는 건 아마 그때 정말로 인상 깊게 뇌리에 박혀서 일 것이다. 허나. 그 친구는 하루가 다르게 늘었다. 해가 바뀌면서 웬만한 페이지는 완벽하게 바리에이션 하고 있었고 속도도 빠른 편이라 든든한 직원이 아닐 수 없었다. (역시 덕후 기질!!) 어느 누구보다 든든하게 내 옆에서 디자이너로서 친구로서 10여 년을 같이한 협이 이제 결혼도 한 어엿한 가장이 되었을 때 정말 다 키운 자식 결혼시키는 기분이 들었다.(한복을 입어야 할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와이프도 같이 일했던 친구라. 정말 결혼식을 보는 내내 기분이 남달랐다. 울컥하기도 하고..)

 

협은 처음엔 낯을 좀 가리는 편이라 한참 서먹서먹한 우리의 사이를 조금이나마 좁혀준 건. 택시였다.

눈 오는 강남역에서 12시 넘어 집에 가기는 정말 창업보다 힘들었다. 둘 다 잠실방향이라 더더욱 그래 보였는데 하루는 강남역 길바닥에서 택시를 기다리다 보이는 포장마차에 들어갔다. 너무나 추우니까!!!

그렇게 둘이 들어간 포장마차에서 순대볶음에 소주는 초보 사장과 신입사원의 거리를 한층 좁혀주었다.

초보 사장의 어려움, 속상함 묵묵히 들어주는 시간이 늘었다. 아무래도 늦은 새벽 포장마차에서의 술은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기 좋으니까. 그 시절 나는 많이 억울했던것 같다. 포장마차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람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데는 소질이 없다


는 사실을 알았다. 나만큼 일하고 나만큼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고 그걸 알아주길 바랬다. 나는 욕먹는데 자연스럽지 않았고 그 상황이 아.. 나는 사장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지금도 둘만 모이면 회사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는데, 그 작은 회사에서 그 친구들이 대표 욕을 안할리 만무하며, 영업. 실무를 동시에 하는 대표가 어려웠을 테고, 나 또한 여러 가지 상황에 쫓기어 남 탓, 상황 탓하기 바빴다. 아마 그 시절을 같이 보낸 친구들도 같은 생각이진 않겠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던 대표란 짐은 3년째 손잡고 같이 창업을 한 그 친구에게 떠넘기듯 넘기고 말았다. 그런 초보 사장 옆에서 묵묵히 아무 편도 들지 않고 술잔만 들어준 협에게 정말 고마웠다.


그렇게 꾸역꾸역 한 해를 보내고 두 해를 보낼 때쯤 찾아온 친구가 '짜이'다. 그렇다 그 '짜이' 다.





이렇게 쓰다 보니 고맙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

고마워 협.

월요일 발행약속 지킴 오전00시도 오후00시도 아닌 오후 5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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