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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저장소 Feb 19. 2019

유라인의 탄생 5

캐릭터 소개 5

사실 얘기하긴 좀 민망한 시절이었다 그때는.

이미 여러 번 대표에게 사표를 던졌었고, 서비스 방향은 나와 상관없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었고, 입사자보다 퇴사자가 더 많을 시기였고, 다만 회사만 투자를 받아 부자였을 때 그동안 서비스 UX/UI를 이끌던 내가 갑자기 할 일이 없어졌다. 더 멋지고 화려한 경력자가 내 위로 입사하기로 했다며 하루 전에 통보가 온 것이다. 허허.

그분이 오시는데 나는 뭐하지?  퇴사나 해야겠다.. 하.. 하지만 정말 같이 울며 불며 고생한 멤버들을 버릴 수 있을까? 고민 중에 생겨난 것이 브랜딩팀.


서비스가 론칭하면 당연 브랜딩을 해야 하고 마케팅을 해야 하지만 그런 프로세스로 만들어진 조직이 아닌, 먼가 밀려나듯 생긴 조직이었기 때문에 당연 배정된 사람들도 어이가 없었겠다.

랜덤 배치된 인력들과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나는 명함이나 만들며 띵가 띵가 시간을 때우다 퇴사해야겠다 라는 마음가짐에 모인 아이들과 첫 번째 미팅을 했는데.. 세상에..


열정과 긍정이 만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제왑(JYP),  베리, 식 그들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브랜딩팀에서 아무것이나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명함, 로고 규정, 100여 명이 넘는 직원들의 1:1 맞춤 캐릭터, 서비스 브로셔, 서비스 소개 사이트, 포스터, 각종 글로벌한 회사 행사 준비, 사내 이벤트 준비, 대표님 비서실 노릇까지 정말 다했다. 닥치는 대로.


브랜딩팀이 생기기 전까지 식은 정리를 잘 못하는 아이였다. 아이디어가 능력보다 많아한 화면에 보여줄게 너무 많은 사람이어서 UI 쪽으로 두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고, 그는 말이 많은 편이었다.(다 들린다. 정말 회사란 곳은 다 들린다. 모를 것 같지? 내가 다 알고 있었어) 말이 많다는 표현이 적합하진 않을 수 있으니 어떤 현상이나 상황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더해 얘기하는 타입이라고 하자. 따라서 브랜딩팀이 생기기 전 선행 조직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 선행 조직을 유라인이라고 불렀다 라는걸 나중에 알려준 사람도 식, 어떻게 보면 유라인의 탄생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한 것도 식.(후에 또 이야기하도록 하자)

하지만 그의 그런 성향이 서비스 전체를 이끌어 브랜딩을 하는 브랜딩팀에선 오히려 유저 리서치를 해주고 트렌드를 파악하며 혼자만의 관점이 아닌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렇게 피드백을 받아들이고 더해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고 그걸 할 줄 아는 사람이 흔하지 않았다는 걸 난 한참 나중에야 알았다.


베리는 밝은 아이였다 에너지가 넘친다고 해야 하나. 겉으로 보기에 에너자이틱 한 게 짜이랑 비슷한 성향이지만 그에 비해 베리는 좀 더 외국인이라 할 수 있겠다.(영어를 잘해서 내가 그렇게 봤을 수도 있다) 어떠한 문제를 대할 때 서양인과 동양인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다른데 그는 서양인의 문제 해결 방식을 선택하는 사람이었다 해서 막 스타트업병이든 대표에게 자연스레 구미가 당길만한 아이디어들을 제공했고 옥상파티라던가, 외부인 초대 파티라던가 행사가 많은 브랜딩팀 업무를 정말 업무로 대하지 않고 스스로 즐기며 진행하였던 기억이 있다. 식과 베리는 사내커플이었고 지금은 결혼하고 외국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생각해 보면 원래부터 그들은 그 문화가 더 맞는 사람들이 아녔을까 싶다.


내가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 중 젤 긍정적인 사람. 고민도 웃으면서 얘기하는 사람. 업무가 어려워도 한 번도 부정하지 않은 사람. 팀에서 삽질을 하든 대표가 어이없이 커피를 타 달라 하든 그냥 하자라고 토닥이며 이끌어 가는 사람.. 제왑.

대부분의 사람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거의 모든 사람들은 긍정적이다. 다들 생각해 보자. 스스로를 부정적인 사람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런데 마음가짐만 긍정적이지 행동까지 긍정적으로 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백번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고 외치며 오늘은 치맥을 먹는 나처럼 말이다. 하지만 제왑은 몸과 마음이 다 긍정적이다(이렇게 써놓으니 먼가 모르게 야하다;; )

브랜딩팀은 하는 일이 이것저것 장르를 가리지 않았고 대표님방 바로 앞에 부서가 위치하다 보니 비서 역할도 종종 하곤 했다.(그 시절 나는 비서 백서라는 책을 읽기도 했다) 사고방식이 개방적이던 베리도 힘들어하던 비서 역할도 제왑은 투정 한번 부리지 않고 먼저 행동했고 보여줬다. 또한 작업 또한 디테일 있게 먼저 정리하고 분류하였다. 그래서 브랜딩팀은 아이디어를 생각하면 행동하고 정리해서 내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아까 말했지만. 랜덤 배치였는데;; 난 퇴사를 언제 하나;;  

 

하하하 저때 나는 어렸구나. 말랐고.. 지금보다..

 


캐릭터 소개 노갱 다음 주에 커밍순.

목차 올려두었으나 매거진 정리 기능이 없어 중간에 훅 들어가 있습니다만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서 참고 바래요.

아 그리고 이 글은 제 경험을 토대로 한 에세이가 맞아요.

그 시절 일기처럼 쓴 글을 조금만 긍정적으로 바꿔서 올리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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