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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저장소 Mar 04. 2019

다른 사람이 저에게 본부장님 욕 안 해요

유라인으로 불리어지다 1

사람 셋 이상 모인 그룹에서 뒷담화를 하지 않는 그룹이 있을까?

비단 회사뿐 아닌 다른 그룹이라도 말이다. 전혀 관계없던 사람들이 모여 같이 일하고, 그 능력이나 가치에 따라 차등 대우를 받은 그룹이라면 당연히 생기는 게 뒷담화라고 생각한다.  

나는 김은숙 작가를 상당히 좋아하는데 단지 도깨비나 태양의 후예에 공유나 송중기가 나와 좋아한다기보다 매회 매 순간 대사 한 줄 한 줄이 기억에 남아서 이다(그래서 흥행을 하는 거구나..!)

태양의 후예를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유명한 대사가 아니라 기억 못 할 수도 있지만. '배운 사람답게 뒷담화는 뒤에서 합시다~' 송혜교가 송중기랑 연애하는 걸 들키고 난 뒤 놀리는 팀원들에게 한 말. 그렇지. 뒷담화는. 뒤에서 해야지.


그 당시 정말 뒷담화를 많이 했다. 일단 남이 실수하는걸 너그러이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고 한 시간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목표가 바뀌고, 공유되지 않고 설득되지 못한 상태에서 작업을 해야 했고, 불합리했다. 뭐 내 일이 아닌 이상 업무를 진행하며 다 이해하며 앞뒤 상황에 맞춰 일하는 경우가 많기야 하겠느냐만은 상상 이상이었다.

주인이 아닌데 주인의식을 가질 수 없으며, 내 일이 아닌 이상 월급보다 많은 일을 할 필요도 없음인데, 우리는 강요당하고 더 하지 못함에 대해 비난받아야 했다. 또 업무 자체도 정작 정해서 내려와야 하는 부분은 두리뭉실 알아서였고, 굳이 간섭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은 마이크로 매니징을 당했던 상황. 거기에 더해 혜택 받는 그룹으로 오해를 받아 일은 일 대로, 미움은 미움대로 받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그 답답함은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퍼부어졌다. '아 팀장이 컨펌을 안 해줘. 어쩌라고' '팀을 이렇게 운영하면 안 되지 않아?' '이렇게 업무 지시하는 게 맞아요?' '팀장이 뭐하는 사람이에요? 전달자?' '제가 이걸 하는 게 맞아요?' '프로세스가 없어' '나는 바빠 죽겠는데 저 사람은 웹툰 보고 있어 대박' 등등 정말 '못생겼어'를 빼고 거의 모든 행동에 대해 하소연을 했던 것 같다. (못생겼다고 욕을 했던 것 같기도 하고... ) 이 뒷담화에 한 명이라도 동의하는 사람이 있으면 계속 커졌다. 나중에는 난 직접 겪어 보지 않았음에도 이미 내 마음속에 그 사람은 그런 사람으로 생각되어 같이 회의라도 할 참엔 시선이 곱지 않았다. 그러면서 우리의 관계는 돈독해졌다. 아 역시 친해지려면 누군가 도마 위에 올려놔야 하는 것인가. 허허허..


그러면서 슬쩍 궁금해졌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나는 어떤가. 입장과 환경이 다르니 궁금해졌다. 사실 우리의 뒷담화의 수준이 살벌해질수록 나도 어딘가에서 그런 뒷담화를 당하고 있겠지란 생각에 조금씩 무서워지는 참이었다. 해서 나름 여러 사람들과 친한 키미에게 은근슬쩍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뭐래니 나를? 엄청 욕하지? 일 만든다고?? "

저한테 본부장님 욕 안 해요. 저 본부장님 사람인 거 다 알아요.

키미는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답했지만 난 당황했다.. 아 내 사람? 너 내 사람이구나 하하하...


어린 나이에 직급을 달았고. 멋 모를 때 대표를 했고. 지금은 파벌의 중심에 서있는 나를 확인하는 찰나였다.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파벌. 그 넘의 파벌 때문에 첫 입사를 했던 대기업을 때려지고 에이젼시를 전전했는데. 그 혐오하던 파벌의 중심에 내가 서있었던 것이었다. 나도 모른 사이에.

물론 기본적인 사내정치는 필요하다고 본다. 직급이 있는 조직은 직급에 맞게 스스로를 포장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지만 스스로를 잘 드러내지 못하면 결국 그 사람은 드러난 만큼만 평가받는다. 그러면서 잘 포장하여 다니는 사람들에게 정치만 하는 사람이라며 회사와 함께 원망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당연 그 정치가 누굴 공격하거나 맹목적인 아부의 수단으로 사용되면 안 된다. 그리고 기본적인 실력이 있어야 정치도 한다고 생각한다. 실력이 없으면 다 티 난다. 이렇게 생각하는 나였지만 파벌의 중심에 있다는 것은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난 억울했다. 파벌, 누구의 사람. 이런 프레임은 부정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무서워졌다. 내 사람들이라는 그 사람들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다. 아 내가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다 싸잡아 욕을 먹겠구나. 그 뒤로 말이 없어졌다. 득은 그 당시 나에게 재미가 없어졌다 라는 표현을 했다. 그렇다. 무서웠다.



행복했던 시절은 갔다.



브런치가 '뒷담화'를 '험담'으로 고치라고 제안하였지만 고치지 않았습니다.

퇴고를 잘하고 싶습니다.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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