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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저장소 Jul 11. 2022

도통 익숙해지지 않아서..

회사생활

"잠시 시간 괜찮으실까요?"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적중한다. 흔들리는 눈빛. 작은 목소리. 머뭇거리는 손동작.

내 인생에 반을 회사 다닌 대가로 이제 이탈자의 아우라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이탈이 지금 당장이냐 좀 나중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내가 뽑은 친구였다. 빛나고 있었지만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었고 나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나는 사람을 뽑을 때 가장 우선시하는 게 상생(相生)이다. 나와 같이 일하면 시너지가 날 것 같았고 그의 부족한 점을 내가 채워줄 수 있을 것 같아 함께하자 손을 내밀었다. 처음엔 완벽했다. 서로 아쉬운 점이 있었으나 받아들이는 성격 탓에 서로 맞춰가며 서로 배워가며 진행했다. 하지만 모든 게 내 계획대로 되던가.. 갑작스러운 조직개편으로 따로 떨어져 일하게 된 지 반해가 지난 지금.


문제는 평범했다. 그 친구도 이제 경영진과 일할 단계고 그냥 팀장 팀원과 일할 때의 스트레스와 경영진과 바로 일할 때의 스트레스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래서 생긴 고민이고 그것부터가 시작이었다. 다만 이미 마음이 상했고 감정이 커졌으며 돌아서기엔 편견이 생겨버린 상태였다.


아직 준비가 안된 직원이 경영진과 바로 일할 때의 스트레스를 안다. 아주 잘! 안다. 팀장의 오더와 대표의 오더는 다르고 팀장의 번복과 대표의 번복은 또 다른 일이니.


나도 거의 10년을 그걸 몰랐고, 그걸 알기 위해 애썼고, 그걸 이해하려 노력 중이라 그 친구의 고민은 너무 안타까웠다. 같이 고민해보자의 단계를 이미 지나버린 그 친구에게 왜 조금 더 먼저 내가 손을 내밀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와 그 친구의 빈자리로 인해 생길 다른 이들의 불편함, 그리고 그 팀의 미래까지 뒤섞여 머릿속이 복잡했다.


"너의 고민이 업무(상황)가 힘들어서인지, 감정이 상해서인지 잘 고민해보고.. 업무가 힘들어 서면 다른데 가도 똑같다. 이건 쌍방의 문제라 너도 성장을 해야만 한다. 다만 감정이 상해있다면 휴가를 좀 써보는 게 어때..?"


2주간 리플래시 휴가를 떠난다는 공지가 뜨고 수군거림은 한동안 쭉 이어졌다. 공감과 안타까움의 한숨만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여러 번 격은 일이고 나 또한 격은 일이지만. 여간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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