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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스핫초코 May 05. 2018

자존감 혹은 자존심

   혼자서 자존감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왠지 명쾌하지 않고 자꾸만 논리가 꼬였다. 그래서 확인해보니 그동안 자존감과 자존심을 혼동하고 있었다. 위키 백과에 따르면 자존감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대한 긍정'을 뜻하고 자존심은 '경쟁 속에서의 긍정'을 뜻한단다. 명쾌하다. 자존감과 자존심은 전혀 다른 문제였던 거다. 자존심은 상대보다 우위를 점하려는 마음이고 자존감은 스스로를 이해하는 정도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나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는 있지만 자존감을 떨어뜨릴 수는 없다.


   나의 자존감은 제법 높은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마도 내가 얼마나 사소한 존재인지를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사소하다. 결코 사소할 리 없는 김연아조차도 나의 부모님, 나의 연인에게는 나보다 사소한 존재가 된다. 그래서 나는 김연아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나를 아끼는 사람들만 있으면 된다. 우리는 누구나 어떤 사람에게는 소중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사소하다. 어떤 분야에서는 인정받지만, 어떤 분야에서는 보잘 것 없다. 이것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자존감은 매우 높아진다. 내가 만약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인정받는 부분이 없다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조차 스스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기에, 이러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문제해결의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자존감이 떨어진다는 것은 자신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삶에 큰 변화가 있거나 근래에 본인이 처한 상황이 변했을 때가 위험한 것 같다. 정신적인 혹은 물리적인 본인의 기대치에 넘치거나 부족할 때 자존감 문제가 생기니까 말이다.


  자존감은 스스로에 대한 이해이면서 동시에 타인과 다름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한다. 자존심이 세고 자존감이 낮은 어른들이 많아질수록 사회가 편협해지는 듯 하다. 경험과 시간으로 얻은 지위가 본인이 사소해야할 부분에서까지 대단하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사회적 지위가 우위에 있다고 해서  본인의 모든게 인정받아야 한다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사회적 지위가 아니더라도 본인의 판단이나 기준을 강요하지 않았으면 한다. 특히 요즘같이 온갖 '혐오'가 넘쳐나는 때에는.


  역설적이지만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인정과 관심을 받는 사람들이 자존감이 떨어지는 상황에 더 자주 처하는 것 같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연예인이라던가, 어려서부터 1등만 해온 수재라던가.. 그들의 마음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자신을 향한 찬사가 줄어들고 관심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주변의 그런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넌 정말 사소한 존재라서 그정도 실패로는 더 사소해질 수도 없어.'라고 말해주고 싶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도움이 될 말은 아닌 것 같아서 해본 적은 없다. 그냥 더 쉬운 방법으로 상대방이 나에게는 왜 사소하지 않은지 설명하는 것으로 위로를 전하곤 했다.


  돌이켜보면 친구가 가장 많았을 때 나는 자존감이 낮았고, 친구가 적어지고 나서야 자존감이 높아졌다. 나는 그 모든 친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에 지쳐서 그들에게 사소해지기로 했다. 때로는 챙겨야할 사람들조차 챙기지 못하는 것이 마음 아프지만 그럼에도 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은 얼마나 고마운가.


37도. 더운 날씨에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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