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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록키 Sep 07. 2018

[1화] 스포츠 소녀, 우혜빈

교회 동생


난 스포츠를 꽤나 좋아한다. 야구, 축구, 농구 뭐 하나 가리지 않고 스포츠를 챙겨본다. 운동도 곧잘 하는 편이다. 어렸을 때 축구선수가 꿈이기도 했고, 대학교에서도 꾸준히 축구 동아리를 하기도 했다. 그래서 난 나름 스포츠를 좋아한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런데 한 친구랑 얘기를 나누면 내가 스포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니, 그 친구가 유별나게 스포츠를 좋아하긴 한다. 그 친구는 바로,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 ‘우혜빈’.

턱에 있는 호두가 매력적인 그녀



사실, 이 친구를 알기 전엔 이런 편견이 있었다.


스포츠는 남자들의 전유물이다.


남자가 여자보다 경쟁심리가 강해서, 승리를 쟁취하는 스포츠를 더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랜덤채팅에서 남녀 구분하는 법. 여자들은 축구선수 이름을 잘 모른다. 출처: 인벤


실제로 여자들과 대화하면 스포츠 얘길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간혹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지만, 극히 드물다. 하지만 우혜빈은 여자가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편견을 깨는 친구다. 심지어 스포츠 쪽에 꿈을 가지고 이뤄나가고 있었다.

남자들이 많은 스포츠 영역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나가는 소녀. 얼마 전엔 스포츠 에이전시 회사에서 퇴사하고, 집에서 놀고 있다는 소문을 접수했다. 시간이 널널해진 그녀를, 나는 밥과 커피로 유인해 인터뷰를 시도했다. 우혜빈은 같은 교회를 다니는 동생(나는 교회 오빠)이라, 어렵지 않게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근황: 아르바이트 준비생>


인터뷰를 하는 동안 존댓말과 반말이 난무했다. 친한 오빠 동생 사이라 평소처럼 반말을 주고받다가, 우혜빈은 인터뷰를 의식해서 존댓말을 쓰기도 했다. 덕분에 나도 존댓말로 질문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 부분을 참작해 읽어줬으면 좋겠다.


퇴사했다는 얘길 들었는데, 요새 어떻게 지내는지?
요새? 그냥 백수로 지냅니다. ‘정말 백수!’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만 있고... 요샌 보러 갈 경기도 없어서 집에만 있는 게 전부입니다.

그럼 백수 생활 타계하기 위해 한 게 있나?
어제 나이키 알바 면접을 본 거?
  
나이키 알바 면접을 보게 된 이유가 있어?
‘솔직하게’ 나이키 할인받고 싶어서. 아하하하하핡(실제 주인공 웃음소리). 나이키를 좋아하니깐! 나이키 할인받아서 사고 싶은 거 사려고.
  
나이키 할인을 받으면 가장 먼저 사고 싶은 건?
저지(운동할 때 입는 윗도리)! 국가대표 거로. 특히 나이지리아! 나이지리아가 예쁩니다. 그리고 프랑스, 한국 꺼. 돈 받으면 한 번에 다 살 거예요.

나이지리아 운동복이 예쁘긴 예쁘네


그 외에 돈 벌고 싶어 하는 이유는? 유니폼만 사려고 돈 버는 건 아닐 텐데.
여행. 유럽여행.
  
유럽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이유는?
스포츠 문화를 즐기기 위해. 축구랑 빙상 경기 보려고. 그리고 즐기는 것도 즐기는 거지만, 유럽에 가서 축구를 보면서 시스템도 볼 겁니다. 어떻게 애들을 가르치고 어떻게 육성하는지. 시스템을 그저 말로 듣는 거보단 직접 보는 게 체감이 되니까. 제 꿈을 위한 것이죠.
  
역시 인터뷰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운동복을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스포츠를 보러 유럽을 간다니. 보통 사람이라면 이해하지 못할 이유였다.


<꿈을 위해: 팀 트레이너>


방금 꿈이라고 했는데 ‘우혜빈’의 꿈은 뭐예요?
제 꿈이요? 제 꿈은 '팀 트레이너'요.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다치면 뛰어 들어가서 치료해주고, 운동 끝나면 근육 풀어주고, 운동도 시켜주고.
  
스포츠 분야다 보니 남자를 많이 뽑지 않나?
여자들도 뽑긴 뽑아. 하지만 아무래도 힘을 써야 하는 직업이니깐, 남자를 많이 뽑긴 하지. 근데 요샌 여자도 뽑는 추세야.

팀 트레이너는 선수가 부상당하면, 가장 먼저 경기장으로 뛰어들어간다. -출처: 나무 위키, 에바 카네이로


그럼 팀 트레이너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게 있을까?

원래 체대 편입 준비. 근데 돈이 없어서 중간에 그만뒀어요. 핑계일 수도 있는데 진짜 돈이 없어서... 낮에 애슐리(레스토랑)에서 일하고 밤에 공부하러 갔는데, 솔직히 힘들잖아요? 교회 사람들도 말렸어요. 애슐리 일은 공부하면서 하기 힘드니까, 편의점 알바나 하라고. 그래도 돈이 많이 필요하니 어쩔 수없이 했는데, 처음 일주일은 괜찮았어요. 근데 수업 듣다 보면 너무 피곤하고, 집중도 안 되고. 애슐리 일하면서 40만 원 받았는데, 생활비랑 학원비 내가 다 알아서 내야 돼서. 결국 (생활이) 빠듯해서 편입 그만두고...

지금 팀 트레이너를 하기 위해 다른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
이건 방송에서 얘기 안 할게요.

이 질문은 철저하게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준비하는 게 잘 되면 그때 얘기하겠다고 하고 말을 줄였다. 나도 이해한다. 공공연하게 뭔가를 할 거라고 얘기했다가 안 됐을 때 쥐구멍에 숨고 싶어진다. 담배를 끊는다고 대대적으로 얘기했다가 못 끊으면 욕먹는 것처럼.
  
그외에 다른 거 준비하는 게 있나?
영어공부. 영어를 배워두면 도움이 되니깐. 야나두를 신청했는데 아직까지 6개월 동안 못했습니다. 이건 방송에 내보내도 됩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핡. 그래도 처음 일주일은 나름 열심히 들었습니다. 근데 그 후로 부모님한테 한소리 들었습니다.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 '너 이러다 돈만 날린다고 말하지 않았냐.' '안 할 줄 알았다.' '너는 안된다.' '나한테 아이디를 달라. 네가 어차피 안 할 테니. 내가 할게.' 결국 제 어머니가 늦은 나이에 영어 공부하고 계십니다.

응, 안 돼.


그럼 왜 팀 트레이너가 하고 싶었던 거야?
내가 선수 생활을 할 순 없으니까.
  
운동선수해볼 생각은 없었어?
그냥 어렸을 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혼자서 '수영선수나 할까?' 생각하긴 했지. 밴쿠버 올림픽 때 쇼트트랙 선수들 보면서, '저런 선수해보고 싶다.' 이런 생각은 해봤지. 그런데 내가 운동신경이 없으니깐.
  
어렸을 때 수영을 배웠다고 들었는데, 수영할 때도 재능이 없었나?
아니 그것보단, 평형을 배우고 접영을 배워야 되는데 사장이 돈을 들고 튀었어요. 능곡에 있는 수영장! (사장) 지금 듣고 있나? 그때 사장이 제 돈을 들고 튀었습니다.
  
그 후로 운동선수의 꿈을 접었다? 
그런 것 같아요. 세상이 썩은 걸 알았죠. 초등학교 3학년쯤.
  
마이크를 좀 세게 쥔 거 같은데.
...  

우혜빈 손엔 어느 순간 마이크가 들려있었다. 인터뷰는 교회에서 진행됐는데, 우혜빈은 갑자기 교회 서랍을 뒤져 마이크를 들고 왔다. 인터뷰하는 분위기를 내고 싶었단다. 배터리가 없는 마이크였다.


<힘든 점: 나만 가는 길>


팀 트레이너를 준비하면서 힘든 점이 있나?
아는 게 없으니까. 주변에서 하시는 분도 없고. 교회에 다 유치원 선생님 밖에 없으니, 날 만나면 '유치원 선생님 해라.' 이런 얘기밖에 안 해.
  
우리 교회 여자들은 대게 복지, 유아교육 쪽으로 길을 정한다. 교회에 유치원 선생님을 하는 사람들이 많고, 진로가 그쪽으로 가장 많이 열려있기 때문인 듯하다. 그 와중에 팀 트레이너 관련 정보를 교회에서 얻긴 힘들었을 것이다.
  
다른 힘든 점은?
쩐(돈)! (엄지와 검지를 둥글게 만들며.)
  
그럼 돈이 어느 정도 없는지? 많이 부족한가요?
지금 당장 수입이 없어요. 인턴도 끝나고. 그래서 나이키 알바가 빨리 돼야...
  
주변에서 팀 트레이너를 한다고 할 때 반대는 없었나?
부모님. 3년 동안 대학교 등록금 대줬는데, 왜 그걸 버리고 딴 걸 하려 하냐고. 근데 그때 나도 엄마한테 두루뭉술하게 얘기해서 엄마는 답답해하고... 나는 분란 일으키기도 싫고, 그냥 스스로 알아서 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니깐 제대로 말도 안 하고.
그리고 주변 사람들. 교회 사람들은 유치원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혜빈아 너 유치원 선생님 해라. 내가 기도하고 있다.' 이런 말 듣는 게 스트레스였지.
작년부터 엄마가 어느 정도 내려놓으면서, 그때부터 좀 편해졌지. 부모님이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 건 알겠는데, 그게 전부는 아니니깐. 근데 부모님이랑 교회 사람들이 '어른들 말에 순종해야 된다.'라고 말하는데, 따지고 보면 내가 부모님한테 불순종하고 있으니까, 그런 게 걸리고. 그렇다고 내가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맨날 이도 저도 아니게 하고 있으니까. 돈도 없고.  
  
요샌 부모님이 인정해주시나?
부모님이 이젠 놓더라고. 완전 '포기' 상태. '그냥 네가 알아서 해라. 백날 내가 얘기해봐야 입만 아프지.'


<현실 적응 실패기: 유치원 선생님>


팀 트레이너 준비 전엔 어떤 일을 했는지? 학교는 무슨 과를 나왔나요?

유아 교육과.
  
잘 맞았나요?
아니요. 리얼(real)로 안 맞았어요.
  
리얼로?
예쓰.
  
왜 안 맞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말도 꺼내기 싫습니다. 눈앞에서 아이 40명이 뛰어다닌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때 제가 소리 지르면 애들이 듣겠습니까, 안 듣겠습니까? 으하하하하핡.
  
으하하하하하핡. 근데 교회에서 유치부 교사를 하고 있잖아요.
교회에서는 4명만 맡아요.
   
그럼 그 싫어하는 유아교육과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제가 좋아서 선택한 건 아닙니다. 그냥 엄마가 애들 좋아하니까 권유했고, 저도 유아교육과가 딱히 나쁜 것도 없는 것 같아서...
  
학과 공부는 좀 맞았어요?
아니오. 그래서 공부 안 했어요. 안 맞으니까.
  
학교 다니면서 좋았던 점은 없나요?
없어요. 아예.
  
학교 다니면서 안 좋았던 점은?
전부 다. 그리고 멀어요. 소요산 근처, 1호선 끝.

지하철로만 1시간 56분?????????????
어찌나 먼지, 핸드폰 화면 안에 다 나오지도 않는다.


유치원에선 얼마나 일했죠?

유치원은 3개월 다녔어요. 1년은 채워야 되는데, 제가 그만둔다고 말했습니다. 원래 성격상 그런 말 못 하는데, 정말 싫어서 말했습니다. 제가 두 번이나 거절했습니다. 유치원에서 두 번 일 했었는데, 한 번은 일주일 만에, 다른 한 번은 세 달 만에 그만뒀어요. 도저히 안 맞아서. 심지어 아는 분 소개로 들어간 곳이었는데...
  
얼마나 싫었는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아는 우혜빈은 마음이 여린 친구였다.(속된 말로 호...9) 남들이 부탁하면 거절 못 하는 성격이었다.
'오빠 나 힘들어.'
유치원 선생님을 하는 동안 나에게 여러 번 푸념을 늘어놨지만, 난 우혜빈이 그만둘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너무 착한 애라 그만둔다 말하지 못할 것 같았다. 잠깐만... 이 인터뷰도 거절 못 해서 하는 건가?
  
근데 어떤 점이 안 맞았나요?
그냥 모든 게. 유치원 안에 있는 게 갑갑하고. 저는 나가서 활동하는 게 좋은데, 유치원 안에 갇혀 있어야 되니깐. 물론 아이들과 운동을 하긴 하지만. 아! 잠깐 자체 '삐' 처리됩니까? 애들 얘기하다가 갑자기 욕이 나올까 봐.
애들이 이쁘긴 이쁜데, 공부 가르치고 한두 시간 봐주는 건 좋아요! 근데 아홉 시간씩 있는 건 싫었습니다. 교회 유치부에서도 잠깐잠깐 보는 게 좋지. 그리고 그 일을 내 평생 직업으로 하고 싶지도 않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유치원을 어떻게 그만뒀나 싶어. 원래 내 성격이 그렇지 않은데.

발 딛지 못한 현실. 그리고 주인공은 꿈을 찾아 떠났다고 한다.


나도 네가 계속 다닐 줄 알았는데.  

이 힘든 것보단 정신적으로 힘드니까, 그러니까 그만두게 된 거야. 원래 1년은 하려 했는데. 사람들은 내가 의지박약이어서 그만둔 줄 알아. 사실 나도 나름대로 열심히 한 건데.

이건 문득 드는 생각인데, 만약에 유치원으로 돌아간다면?
싫어요.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예요. 이건 장난이고! 그 정도까진 아닌데, 진짜 싫을 것 같아요.
  
유치원 선생님을 할 때 보다 지금 돈을 못 버는데, 괜찮나요?  
응! 난 원래 돈 ‘못’ 벌더라도, 하고 싶은 거 하는 게 좋습니다. 아니다. 돈을 조금 ‘덜’ 벌더라도. 돈은 벌어야지. 살려면!


<현재: 축구팬에서 리포터까지>


우혜빈은 축구 경기를 자주 보러 다닌다. 전국 곳곳을 돌며 축구 경기를 보러 다닌다. 심지어 이 친구가 보러 다니는 축구 경기는 '유리그'(대학 축구리그). 축구 좀 봤다는 나도, 대학축구가 유리그로 불리는 건 우혜빈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우혜빈은 단순히 보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유리그캠, 유스토리 같은 미디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유리그를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굳이 유리그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이게 계기가 있어. 친구가 '기성용이랑 페이스북 메시지로 얘기해봤다.' 하니깐 부럽더라고. 나도 한때 기성용을 좋아했으니까. 그래서 그때부터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봤지.

우혜빈은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하는 걸 좋아한다.

그러다 유리그 선수들도 알게 됐는데, 그 사람들도 나중에 국가대표가 될 수 있으니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정말 많은 선수들한테 페북 메시지를 보냈어. ‘안녕하세요. 저는 당신의 팬이다. 저는 축구선수 보는 게 꿈이다. 축구 정말 재밌어요. 저랑 친해지면 사람들이 다 재밌대요.’ 근데 이런 객기에도 유리그 선수들이 따뜻하게 답장을 잘해줘서, 유리그를 많이 챙겨 보게 됐어.
 
유리그를 보러 다니면 사람들이 좀 특이하게 보지 않아?
아마추어 경기 보러 다닌다고 하면, 사람들이 ‘너 왜 아마추어 보러 다니냐?’, ‘남자 보러 다니냐?’ 이래서 괜히 죄짓는 거 같더라.

유리그캠(현재 활동하는 미디어)을 처음에 시작하게 된 계기가 뭐야?  
처음 3-4년 정도는 혼자 대학 축구 보러 다녔는데, 소속감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시작했어. 그리고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고. 내 눈에 띄는 선수를 직접 선정해 인터뷰도 한 번 해보고 싶었고.

https://youtu.be/TmU4xQF3dVM

https://youtu.be/bdDP-PVRbeI

<유리그캠 리포터로 활동한 모습>


우혜빈은 유스토리라는 페이지를 직접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2군, 대학교, 고등학교 같은 아마추어 스포츠를 다루는 페이지. 그리고 스포츠도 종목을 가리지 않고 모두 취재한다. 우혜빈은 이 페이지를 통해 이름 없는 선수를 알리고, 다양한 종목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야구에만 열광하는 한국이, 스포츠 강국이 되려면 밑바닥부터 잡아야 한다.'라는 오글거리는 멘트를 덧붙이기도 했다. 그리고 대학교 감독님들은 우혜빈을 예뻐한다고(본인 말로는) 한다. 좋은 취지로 페이지를 운영하는 것 때문에 감독님들이 좋아한다고.


스포츠 미디어 분야에서 일하면서 좋거나 보람 있던 점은?
유스토리는 내가 직접 운영하는 곳이다 보니 조회 수가 늘어가는 걸 보는 게 좋고, 유리그캠은 내가 인터뷰했던 애들이 프로 선수로 데뷔하는 게 좋아. 그리고 리포터로서 나도 주목받고, 선수(인터뷰했던)도 주목받는 게 좋았어. 맨 처음엔 부끄러웠는데, 실제로 리포터를 해보니 재밌기도 하고.
  
좋았던 점이 좀 더 있을까?
많은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 이 사람 저 사람 알아가는 것? 사람들 알게 되는 게 참 재밌더라고. 인터뷰하면서 이 생각 저 생각 듣는 게 좋아.

우혜빈이 이 일을 하면서 얻은 건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팬이었던 유상철 선수에게 받은 싸인, 김동준 선수의 국대 유니폼 등등 많은 선물을 받았다.

유상철과 스카우터 김현태의 싸인. 우혜빈은 손에 땀이 많아, 사인이 지워질까 싶어 테이프로 꽁꽁 감싸놨다.
성남 FC 소속 김동준 선수가, U21 국가대표 당시 입었던 유니폼. 지금은 우혜빈의 집에 잘 보관돼있다.


어떻게 보기엔 미디어 활동하는 게, 팀 트레이너와 별 상관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우혜빈도 본인이 미디어로 들어갈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단지 경기를 보는 걸 좋아했을 뿐인데, 다양한 기회가 열린 거라고. 자신은 이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으며, 미디어 활동을 꾸준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미래의 꿈: 회사 사장>


미래에 대한 걱정은 없어?

미래 걱정은, 남들 다하는 걱정이지. 끝까지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근데 그건 내가 노력해야 하는 거니까.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말해주면?
스포츠 보면 국대(국가대표)나 프로 애들이 끝까지 살아남고 할 수 있을지 모르잖아. 그만큼 자기네들이 열심히 노력을 해야 하고. 나도 같은 고민인 거지.

먼 미래에는 뭘 하고 싶어?
아주 나중 얘긴데, 에이전시 회사 차리는 거. 그 안에 재활센터 차리고 스튜디오 차려서, 내가 직접 애들 사진 찍고 인터뷰도 하고, 애들 좋은 팀으로 보내주고, 다친 애들은 재활센터에서 치료해주고.
  
그럼 가까운 3~5년 후엔 뭐하고 있을 것 같아?
미디어 활동을 계속하고 있을 거 같긴 해. 그리고 팀 트레이너 자격증 공부하고, 연수도 듣고. 그런 거 하다가 잘 되면 팀 매니저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어?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냐라.... (한참을 생각하다) 어떻게 살고 싶다기보단, 계속 이것저것 도전해보고 싶어. 최종적으론 팀 트레이너가 꿈이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내가 다양하게 쓰이길 바라니깐. 다양한 쓸모가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


<마치며>


한 시간이 조금 넘는, 짧은 대화가 끝났다. 우혜빈과 인터뷰를 하는 내내 인터뷰를 하는 느낌보단, 재밌는 대화를 한 기분이었다. 집에 와서 곰곰이 우혜빈과의 인터뷰를 곱씹어 봤다. 그런데 한 시간 동안 오직 스포츠 얘기만 나눈 것 같았다. 내가 인터뷰에 응하는 입장이었다면 이야기가 요리조리 샜을 텐데, 우혜빈은 우직하게 스포츠만 얘기했다. 가히 스포츠 소녀로 불릴만했다.

누군가 생각하기엔, 우혜빈이 하나만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판단할지 모른다. 팀 트레이너 준비 하나에만 집중하지 않는다고. 미디어 활동도 하고. 경기 보러 다니면서 시간 낭비를 한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우혜빈의 모든 관심은 오로지 스포츠로만 쏠려있기 때문에, 결국 무언가 해낼 거라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우혜빈이 인터뷰 중에 했던 한 마디를 소개하며, 인터뷰를 마치고자 한다.


항상 남의 사진을 찍는 우혜빈을 위해, 지인(이현정)이 찍어준 사진.


전 롤모델은 없어요.
존경스러운 사람은 있는데, 롤모델은 딱히 없어요.
원래 사람마다 배울 점 하나씩은 있으니까.

                                                                                                       

                                                                                                      너 멋진 말도 할 줄 아는구나?

                                                                                                                         2018. 0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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