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록키 Oct 01. 2018

027. 누가 아들이고, 누가 아빠예요?

손님: 아버지와 어린 아들


외부 행사에서 무료로 인력거를 태워줄 때였다. 수십 명이 넘는 손님을 태웠는데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었다.

행사에서 태운 손님들. 오늘의 주인공은 일부러 지웠다.


"어이! 스돕(STOP), 스돕! 탈게!"

첫 만남부터 강렬한 손님이었다. 일면식도 없는 아이의 아빠는 손가락을 까딱거리면서 인력거를 불러 세웠다. 통성명도 안 했는데 반말하는 패기를 보니 대기업 사장쯤 되는 거물인 것 같았다.


"어디 가세요?"

"내 가게."

"어디 쪽이에요?"

"일단 출발."

행선지를 물을 때부터 시작해서 인력거를 타고 가는 내내, 내 말을 툭툭 끊는데 나와 말을 섞고 싶지 않은 듯했다. 내가 말을 걸 때마다 말을 무시하거나, 단답으로 대답하는 거 보고 참 수줍음이 많은 사람인가 싶었다. 얼마나 말이 없는 사람이면 내 이야기를 무시했을까? 가는 방향을 물어봤을 때도 아이의 아빠는 대답 대신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아이 아빠의 가게로 가려면 마지막으로 언덕 하나를 올라야 했다. 그런데 내가 데려다줄 필요성을 못 느껴서 

"이 언덕은 못 올라가요, 손님."

이라 말하자 

"이것도 못 올라가? 여기서 내릴게 그럼."

라며 코웃음을 쳤다. 아이의 아빠는 사이클 선수인듯했다. 허벅지는 가늘어 보였는데 그 안은 근육으로 다져져 있는 듯싶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1년 동안 인력거로 다져진 내 허벅지를 비웃을 리 없었다. 대단한 사람이었다. 

"아들, 빨리 가자."
아빠가 아들의 손을 끌었는데, 아들은 날 빤히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아들은 허리까지 숙여 꾸벅 인사를 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잠시 헷갈렸다. 

누가 어른이고, 누가 애야?


매거진의 이전글 026. 사진작가가 사진을 찍지 않는 이유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