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아버지와 어린 아들
외부 행사에서 무료로 인력거를 태워줄 때였다. 수십 명이 넘는 손님을 태웠는데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었다.
"어이! 스돕(STOP), 스돕! 탈게!"
첫 만남부터 강렬한 손님이었다. 일면식도 없는 아이의 아빠는 손가락을 까딱거리면서 인력거를 불러 세웠다. 통성명도 안 했는데 반말하는 패기를 보니 대기업 사장쯤 되는 거물인 것 같았다.
"어디 가세요?"
"내 가게."
"어디 쪽이에요?"
"일단 출발."
행선지를 물을 때부터 시작해서 인력거를 타고 가는 내내, 내 말을 툭툭 끊는데 나와 말을 섞고 싶지 않은 듯했다. 내가 말을 걸 때마다 말을 무시하거나, 단답으로 대답하는 거 보고 참 수줍음이 많은 사람인가 싶었다. 얼마나 말이 없는 사람이면 내 이야기를 무시했을까? 가는 방향을 물어봤을 때도 아이의 아빠는 대답 대신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아이 아빠의 가게로 가려면 마지막으로 언덕 하나를 올라야 했다. 그런데 내가 데려다줄 필요성을 못 느껴서
"이 언덕은 못 올라가요, 손님."
이라 말하자
"이것도 못 올라가? 여기서 내릴게 그럼."
라며 코웃음을 쳤다. 아이의 아빠는 사이클 선수인듯했다. 허벅지는 가늘어 보였는데 그 안은 근육으로 다져져 있는 듯싶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1년 동안 인력거로 다져진 내 허벅지를 비웃을 리 없었다. 대단한 사람이었다.
"아들, 빨리 가자."
아빠가 아들의 손을 끌었는데, 아들은 날 빤히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아들은 허리까지 숙여 꾸벅 인사를 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잠시 헷갈렸다.
누가 어른이고, 누가 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