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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찬선 Oct 20. 2017

생각하는 삶

통찰의 힘

통찰의 힘 


오래전에 조간 신문에서 한 심마니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지금까지 30년 이상 심마니로 살면서 깊고 험한 산들을 다니며 살았단다. 심마니들은 입산 날짜가 결정되면 그날부터 근신 생활로 들어가며 금기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살생을 하지 않으며 사람이나 짐승의 시체도 보아서는 안 된다. 둘째는 고기나 생선 같은 비린내 나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셋째는 잔치집이나 초상집을 가지 않으며, 상주를 만나는 것도 피한다. 넷째는 여자와 관계를 맺지 않는다. 심마니들이 이렇게 근신하는 이유는 집중력을 키워 산삼을 찾아내기 위함이다.    

  

러시아의 속담에 ‘주의력이 산만한 사람은 숲 속을 걸어가도 땔감을 찾아내지 못한다’ 말이 있다. 하찮은 땔감을 찾는데도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귀하고 가치 있는 것일수록 감추어져 있는 것들이 많다. 그것들을 찾기 위해서는 고도의 주의집중이 필요하다.      


한 번은 동네 심마니들이 함께 입산해서 하루 종일 산삼을 찾아다녔는데 한 뿌리도 찾지 못했단다. 점심때 흩어졌던 심마니들이 산 중턱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데 그중에 한 분이 유독 투덜거리면서 주변에 있던 풀잎을 뜯어 던지더라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그분이 뜯고 있는 풀잎에 눈이 가게 되었는데 그 풀잎이 산삼의 이파리였던 것이다. 숨을 죽이고 앉아 있다 모두가 자리를 떠났을 때 그는 크게 “심봤다”를 외쳤다. 주변을 살펴보니 100년 근 산삼 10 뿌리 정도가 더 있었단다. 산삼 잎을 뜯어 던졌던 그 사람은 그날부로 심마니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 나섰다고 한다. 산삼을 보는 눈이 없으니 심마니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우리는 지식 혁명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깊이 볼 수 있는 통찰력이다. 통찰(洞察)이란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을 환히 꿰뚫어 보는 것이고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과거의 경험에만 의존하지 않고 문제와 관련된 전체 상황들을 다시 파악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통찰력을 가진 사람은 표면만 보는 것이 아니라 표면 아래 숨어 있는 진실을 보게 된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피사의 대성당을 마주하고 앉아 있는데 성당에서 일하던 사환 한 사람이 지붕 끝에 메달아 놓았던 램프를 닦고 있었다. 청소를 마친 사환이 그 자리를 떠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램프가 계속해서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통찰력이 깊었던 갈릴레이 눈에는 이것이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그는 이 현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기 시작했고 그 원리를 시간을 측정하는데 활용하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연구에 몰두했다. 드디어 50년 후 그는 진자(振子)의 실용화에 성공했다. 이 발견은 시간의 측정과 천문 계측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발견이었다.      


만일 갈릴레이가 일상의 현상들을 그저 일상의 눈으로 지나쳤더라면 결코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콜럼버스가 인도로 가는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떠났을 때도 그의 통찰력이 위기를 극복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선원들은 인도에 가면 엄청난 황금을 얻어 큰 부자가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배에 몸을 실었는데 아무리 바다를 항해해도 육지를 찾지 못했다. 선원들은 지쳐가기 시작했고 불평불만은 점점 고조되어 금세라도 반란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바다를 관찰하던 콜럼버스는 바다에 떠있는 해초를 발견했다. 근처에 육지가 있다는 증거였다. 그는 해초를 건져 내어 선원들에게 보여주며 육지가 가까이 있음을 확신시켜 줌으로 선원들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이 통찰력이다. 통찰이 깊어지면 흐름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경제의 흐름을 읽고, 마음의 흐름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예측 불가능한 시대를 살아갈수록 시대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우대를 받게 된다. 통찰력이 깊은 사람일수록 문제 해결 능력이 탁월하다. 사람들의 필요를 찾아내고 그 필요를 채워주는 감각이 예민하다.      


통찰력은 관찰에서 시작된다. 관찰을 잘하기 위해서는 그것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관심을 가진 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다. 사랑하면 보인다. 남이 볼 수 없는 것들이 보인다. 핵심을 보게 되고 본질을 볼 수 있게 된다.      

인생이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통찰력이 필요하다. 마음의 눈이 열리게 되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던 뉴턴은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일상적인 현상을 주의 깊게 연구한 결과로 세계 최고의 과학자가 될 수 있었다. 무엇이든 깊이 보고 깊이 생각할 때 깊은 깨달음이 찾아온다.     

 

산책길에 보니 나뭇잎들이 하나둘씩 빨갛게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다. 가을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추운 겨울 이파리를 떨구고 기다린 긴 인고의 시간이 있었고, 따사로운 봄 수줍은 햇살에 미소 짓던 연한 싹들의 노래가 있었다. 뜨거운 여름 내내 쾅쾅 거리던 천둥소리가 있어서 가을은 저렇게 고운 색으로 곁에 다가온 것이다.


 통찰(洞察)이란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을 환히 꿰뚫어 보는 것이고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과거의 경험에만 의존하지 않고 문제와 관련된 전체 상황들을 다시 파악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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