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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찬선 Dec 30. 2017

못해도 괜찮아

희망

희망     


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뜨거웠던 여름이 앙상한 가지 사이로 사라지고 남았던 잔상들까지  자취를 감추고 동장군이 온 땅을 삼켜버렸다. 차가운 겨울은 모든 것을 멈추게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추워질수록 따뜻한 봄을 고대한다. 봄을 향한 갈망은 추운 날이 계속될수록 더 깊어진다. 그런 면에서 겨울은 봄의 씨앗이라고 할 수 있다. 차가운 겨울 속에 이미 따뜻한 봄의 희망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대학 졸업을 앞둔 딸이 하는 말을 듣고 많이 놀랐다. 학교에서 취직을 못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졸업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이수했고 필요한 모든 요건을 갖추었음에도 그렇다는 것이다. 취업률을 높여 학교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것이겠지만 청년 실업 문제가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실감하게 되었다.      

어둡고 추울 때일수록 꿈을 꿀 수 있는 사람이 새로운 미래를 창조한다. 한 알의 씨앗 속에서 수천 그루의 나무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차가운 겨울에 봄에 돋아날 파란 새싹을 바라보며 씨앗을 준비한다.  웃음 전도사 노먼 커즌스는 “희망을 갖는 능력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재능이다. 그것은 인간에게 목적의식을 심어주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힘을 준다.”라고 말했다.      

희망을 품는 능력은 깊은 어둠과 절망까지도 품고 기다릴 때 생긴다. 어둠과 절망을 품을 때 비로소 새로운 희망과 꿈이 내 안에 들어온다. 고난은 영원하지 않다. 차가운 겨울이 봄의 기운에 밀려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인생에 찾아온 깊은 어둠도 희망 앞에서 그 잔상마저 힘을 잃고 흩어지게 되는 것이다.    

「생각하는 사람」, 「지옥의 문」으로 유명한 오귀스트 로댕은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프랑스 최고의 조각가이다. 파리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0세 때부터 혼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고 14세부터 17세까지 미술과 수학이 전문화된 프티 에콜(Petite École)이라는 학교에서 드로잉과 페인팅을 공부하였다.  그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생명력이 꿈틀대고 있어 마치 살아 있던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는 어린 시절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국립 미술전문학교에 수차례 응시했지만 거듭거듭 낙방했다. 그의 나이 20세가 되었을 때에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그가 좋아했던 누이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암울한 시간을 보냈다. 열심을 다해 작품을 만들었지만 그를 알아주고 인정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그의 가슴속에는 거대한 꿈이 타오르고 있었다.

어느 날 그가 미술학교인 ‘프티에콜’에 다닐 때 선생님 한분이 질문을 했다.

“넌 커서 뭐가 될래?”

그때 로댕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큰 소리로 외쳤다.

“제 가슴속에는 미켈란젤로나 라파엘로 같은 위대한 예술가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선생님은 지루한 수업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생각 없이 던진 질문이었지만 로댕은 너무나 진지하고 의지에 찬 대답을 한 것이다. 그 이후부터 로댕은 자신의 꿈을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세상에 태어나서 아무런 발자취도 남기지 못하고 떠나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해, 나는 반드시 위대한 예술가가 될 거야. 우리나라 최고의 미술대학에 최우수 장학생으로 입학하고, 대학을 졸업하면서 출품하는 나의 살롱 전 데뷔작은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될 거야. 내가 만들어내는 작품은 모두 전 세계인의 찬사와 존경을 받게 될 거고, 나는 국가적인 영웅으로 칭송받을 거야. 사람들은 먼발치에서라도 나를 보았다는 사실에 감격하게 되겠지. 내 작품은 역사에 영원히 남게 될 거고 세월이 흐를수록 명성이 높아져 내 이름은 마침내 전설이 될 거야”     


로댕은 삶에서 가장 어둡고 힘든 시절에 희망을 품었고 그가 품었던 꿈은 다 현실로 이루어졌다. 희망은 환경을 변화시켜 새로운 미래를 열어주고 삶의 지경을 넓혀 준다. 우리는 환경을 탓하며 주저앉거나 머뭇거릴 때가 많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환경이 아니고 희망을 품고 가꾸며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이다.      

아무리 북풍한설이 휘몰아치는 추위가 계속될지라도 마음에 따뜻한 봄을 품고 다가올 미래를 준비한다면 머잖은 시간에 새싹이 돋고 예쁜 꽃이 피게 될 것이다.      


 한 알의 씨앗 속에서 수천 그루의 나무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차가운 겨울에 봄에 돋아날 파란 새싹을 바라보며 씨앗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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