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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오늘 Dec 14. 2023

글을 쓰는 것이 그리운 날이 있다









    오늘은 무작정 글을 쓰고 싶어지는 날이다.

그러나 막상 하얗게 펼쳐진 빈 공간을 마주하니 어떤 문장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쉽게 감이 오지 않는다. 그저 평소답지 않게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가 피어올랐다. 그런 내가 조금은 낯설고 신기하다.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하다. 한창 작가의 꿈을 진지하게 꾸던 시절에는 매일 글을 쓰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사람처럼 자리에 앉아 골똘하게 문장 하나하나를 다듬어 갔었는데. 마치 그 시절의 나와 다시 마주하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아주 조금은 들뜬다.


    사실은 요즘 고민이 많았다.

글을 쓸 때마다 누군가 내 글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 그런 생각으로 인해 문장을 멋있게 풀어내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럴싸한 문장으로 치덕치덕 빈 공간을 덧칠해 나갔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아, 이거 잘못되어 가고 있는데?'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손 쓸 방법 없이 내 손가락은 마지막 문장을 끝맺고야 만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뿌듯한 마음으로 글을 마무리 짓지만 마음 한편에는 불편한 마음이 싹트기 시작한다. 스스로에게 비소를 날렸다. 남의 시선을 한껏 의식하면서 쓴 글의 대미를 장식한 것만 같아서. 어쩌면 이것이 나의 글버릇인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면서 문장을 쥐어짜 내는 그런....


    이제부터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이곳은 개인적인 공간이 아닌 누군가에게 내 글을 공유하는 공간이다. 그렇기에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적어도 자의식에 가득 찬 글은 쓰지 말자는 생각이 든다. 다른 이에 비추어질 '나'의 글에 집중하지 않고, 귀한 시간을 내어 나의 문장을 읽어 주는 '다른 이'에게 초점을 맞추자. 가끔은 글을 쓰는 모든 이들에게 묻고 싶다. 글을 쓰고 난 다음 내 글이 한없이 미울 때,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냐고. 아마도 공감하실 분들이 조금 계시려나. 기회만 된다면 이야기를 꼭 나누어 보고 싶다.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

문장 하나하나에 나의 어리숙함이 담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정으로 좋은 글이란 반듯하고 멋들어지게 다듬어진 문장이 아니라 서툴고 삐뚤빼뚤하지만 자신만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긴 글이 아닐까? 앞으로 나는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 작가가 되고 싶다. 스스로를 작가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많이 부끄럽고 쑥스러운 마음이 들지만 말이다.


    매일같이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었다.

글을 써야 한다는 부채감에 휩싸여 있는 동안에도 브런치 알림은 꾸준히 울렸다. 'oo님이 새 글을 올렸습니다.' 긴 공백을 두지 않고 습관처럼 글을 쓰는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정말로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나도 이제는 그 대열에 살포시 끼어들고 싶다. 힘주어서 무언가 엄청난 문장을 만들어 내지 않아도 좋으니까, 어린아이의 손글씨처럼 서툴고 엉망인 문장이어도 좋으니까. 그러니까 앞으로는 글쓰기를 더 사랑해 보자. 사실은... 정자로 반듯하게 쓴 글씨보다 어린아이의 손글씨가 더 사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니까. 내 안에 팔짱을 끼고 자리 잡고 있던 새침한 고집쟁이 작가와 오늘부로 악수를 나누겠다. 우리 앞으로는 조금만 더 힘을 빼자. 그러지 않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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