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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규 Jul 09. 2018

[에세이/수필] '도쿄 에비스 플레이스 가든'의 세련미

민간 신앙이 얽힌 맥주의 성지, 도쿄 에비스 지역에 가다

세련미와 도시미로 힐링하는 '도쿄 에비스 플레이스 가든'

민간 신앙이 얽힌 맥주의 성지, 도쿄 에비스 지역에 가다


* 이 글은 이동규 작가가 시민기자 자격으로 언론사 '오마이뉴스'에 송고한 기사 글의 원본입니다.

http://omn.kr/r88h


도쿄 에비스 맥주 기념관 & 박물관


맥주의 성지 에비스


20년 만에 찾은 도쿄에서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맨 처음 찾은 명소는 에비스(恵比寿)였다. 이 지역의 명칭은 ‘맥주의, 맥주에 의한, 맥주를 위한’ 그것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1895년 현(現) ‘삿포로 맥주 생산회사’(구[舊] ‘일본 맥주 양조회사’)가 이 일대에 맥주 제조 공장을 세웠고, 그 후 맥주 수송을 위한 화물역이 설립되었는데 당시 이 회사의 맥주 브랜드명이었던 예비스(Yebisu)를 본떠 기차역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다만 영문 예(Ye)는 현대 일본어에서 え(에)로 발음하는 탓에 대중의 언어현실에 맞도록 에비스(Ebisu)로 결정했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이름이 지역 명으로까지 확장되어 지금까지 줄곧 그리 불린 셈이다.


그 역사를 방증하듯 에비스 내에 있는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Ebisu Garden Place)’에는 ‘에비스 맥주 기념관’과 맥줏집 ‘삿포로 비어 스테이션(Sapporo Beer Station)’이 있다. 필자가 본래 술에 관해서는 도통 도락(道樂)을 모르는 냉수스레 한 사람인지라 두 곳 모두 딱히 들르지는 않았지만, 실제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성지처럼 꼭 한번 경험해보는 곳이라고들 한다. 마침 두 곳은 서로 지척지간이다.


민간 신앙의 유서가 있는 지역


한편 에비스는 일본 민간 신앙에서 인간에게 복을 주는 일곱 신, 즉 칠복신(七福神)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전통 회화에서 주로 낚싯대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도미가 함께 묘사된 경우도 많다. 일본이 역사적으로 바다에서 먹을거리를 주로 구했다는 점에서, 낚싯대와 도미로 상징되는 에비스는 사람들이 특별히 생업과 관련하여 복을 기원했던 대상일 테다. 


도쿄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이쯤 되면 에비스 지역 어딘가에 낚싯대를 어깨에 걸치고 한손에 도미 한두 마리 들고 서있을 에비스 신 동상이 하나쯤은 있을 것만 같다. 실제로 에비스 JR역 출구 앞에서 그를 알현할 수 있다. 통통하면서도 넉살스럽게 웃는 모양새가 설핏 익살스럽고 또 친근해 보인다. 그러나 신화를 반영한 면모는 여기까지 뿐, 현재 에비스 거리 곳곳은 이 지역 명칭이 그러한 종교적 유래와 관련성이 있으리라고는 짐작도 못할 만큼 그저 세련되고 감각적인 분위기로 가득하다.


에비스 지역의 랜드마크,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특히 에비스 지역 중 필자가 찾아 간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는 단연 에비스 구역 내에서도 가장 세련되고 감각적인 공간처럼 보였다.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는 에비스 지역의 랜드마크다. 필자가 그 곳에 당도했을 때는 해가 저물녘이었는데 동네 주민들과 퇴근한 직장인들, 젊은 연인들이 한데 섞여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곳곳을 수놓았다. 


실제로도 산책 겸 데이트 장소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여기 왔을 때 왠지 모를 기시감이 있었는데, 일본 영화나 드라마에서 등장인물들끼리 사랑을 키우거나 속칭 썸을 탈 때 종종 화면에서 여기를 봤던 것 같다. 가장 최근 작품으로는 일드 <도쿄여자도감(東京女子図鑑)>에서였다.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를 데이트의 성지로 만드는 데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조엘 로부숑(Joël Robuchon)’도 한몫 단단히 거들고 있다. 유럽풍 양식으로서 제법 커다란 풍채 위에 파란 지붕이 인상적인 건물이다. 식당명은 프랑스의 유명 셰프인 조엘 로부숑의 이름을 그대로 본뜬 것이다.(이곳 말고도 셰프의 본토라 할 수 있는 프랑스, 그리고 도쿄 내 다른 지역, 심지어 홍콩 마카오 미국 등지에도 그의 레스토랑이 있다고 한다. 게다가 그곳들 모두 미슐랭 별을 획득했다.) 일본 드라마 <도쿄여자도감(東京女子図鑑)>에서도 조엘 로부숑은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데이트 장소로 표현된다.


도쿄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광장과 조엘 로부숑


방송이기 때문에 다소 과장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건물 외관만 봤을 때 시간과 주머니 사정이 허락한다면 꼭 한번쯤 들러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일 정도다. 그래서인지 이 식당은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의 포토 스팟(Photo Spot)이다. 에비스의 랜드마크를 거쳐 간 사람들은 누구나 한 장쯤 조엘 로부숑을 배경으로 한 사진을 갖고 있을 법하다.


미츠코시 백화점 2층 테라스에서 바라 본 '삿포로 비어 스테이션'(왼편)


그 앞쪽으로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본에서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 미츠코시(Mitsukoshi) 백화점까지 있다. 2층에는 테라스 겸 소규모 광장이 있어 야트막한 높이에 서서 일대를 조망하거나, 잠시 숨 돌리며 쉬어가기에 제격이다.


도회의 피로를 씻어주는 또 하나의 도회지


에비스, 그 중 특히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는 비록 도쿄에서 소문난 명소도 아니고, 꼭 봐야 할 역사적 유물도 없다. 하지만 동경 사람들의 망중한(忙中閑)을 엿보고 싶다면 한번 여행 일정으로 고려해볼만한 장소다. 또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면 서로의 밀어(蜜語)를 더욱 끈끈하고 달게 만들기도 좋은 장소다. 드넓게 탁 트인 공간, 낮고 공손하게 걷는 사람들, 개성 넘치는 식당과 그들의 건강한 요리들, 그리고 언제든 앉아 쉬라며 손짓하는 의자와 경계석 등은 잠시나마 그간의 스트레스를 잊게 만들기 충분하다. 맥주를 즐기거나 미슐랭 스타 셰프의 요리를 즐기며 우아하게 시간을 보내는 일은 덤이자 옵션이다.


적어도 내가 느낀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는 역설적이게도 이렇듯 도회의 피로를 씻어주는 또 하나의 도회였다. 사람을 여유롭게 만드는 도심 속 도시, 모던으로 힐링 시켜주는 모순적인 공간, 그게 바로 에비스 그리고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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