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유명 중식당 하림각이 월 2억 원의 고액 임대료와 코로나로 인한 경영악화로 2021년 1월 1일부터 영업을 종료한다는 기사가 여러 언론에 보도되었다. 보수 언론의 기사에 의하면 1987년 문을 연 하림각은 최대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식당이다. 청와대 인근에 위치해 있어서 정계 인사들이 자주 모임을 갖는 장소라고 한다. 이런 규모의 식당조차 문을 닫을 정도이니 다른 소규모 상인들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의 기사로 생각된다.
그런데 이 기사를 보며 들게 되는 의문은 웬만한 중소기업 매출을 웃돌았을 것 같은 규모의 유명 음식점이 30년 넘도록 영업을 하면서 월세를 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무려 2억 원이라는 월세를. 월세 2억 원을 감당할 정도의 음식점이라면 이미 오래전에 자기 소유의 건물을 매입해서 영업을 하고 있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월세 2억 원을 감당하지 못해서 영업을 정지한다니, 일반적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당연한 의문에 답을 제시한 언론은 없었다.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은 언론이 아니라 일반 네티즌들이 밝혀주었다. 네티즌들은 하림각 건물의 소유주가 사장인 남상해 씨의 손자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하림각 건물은 하림각 사장의 손자 소유이니, 손자는 하림각 사장으로부터 건물을 물려받았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추정이다. 네티즌들은 이런 사실을 지적하며 임대료 때문에 영업을 정지한다는 언론 보도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가족 소유, 그것도 손자로 증여했을 가능성이 높은 건물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임대료 때문에 영업을 접었다는 말을 한다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당신이 건물주라면, 할아버지에게 월 2억 원의 임대료를 계속 받겠는가?
이런 사실을 보도한 언론은 거의 없고, 메이저 언론 특히 보수 언론은 그저 월 2억 원의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워 영업을 정지했다고만 보도하고 있다. 곧 코로나로 인해 어려운 시절에 이런 대형 음식점까지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워 문을 닫는다는 것을 강조해서 정권의 정책 실패를 부각하고 싶었던 것이 목적이 아니었는지 의심하게 된다.
해당 기사를 취재한 기자와, 그 기사를 인용해서 보도한 언론사의 기자들이 이런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사실 여부를 체크하고 검증해서 기사를 작성하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월세 2억 원을 내는 식당이 경영이 어려워 문을 닫는다고 하면 당연히 그 배경에 대한 취재를 충분히 하고 기사를 작성해야 하는 것은 제대로 된 기자라면 당연히 먼저 체크를 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식적인 일반 독자라면 의구심을 갖게 될 내용을 이렇게 버젓이, 그것도 여러 보수 언론에서 똑같이 보도를 했다는 것은 그 뒷배경에 언론사의 정치적 목적이 도사리고 있다고 의심하게 된다.
그래서 이것은 정말 나쁜 기사이고, 이런 기사를 내보낸 언론을 나쁜 언론이라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이 정파성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정파성을 위해 악의적 왜곡 보도를 일삼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대중은 건전한 비판과 악의적인 편파 보도를 구별할 이성을 갖추고 있다. 이런 식의 기사는 대중의 의식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뜻대로 대중의 여론을 호도할 수 있다고 믿는 오만한 기사이다.
오랜 세월 여론을 이끌어가는 엘리트로서 역할에 몰입하다 보니, 한국 언론은 엘리트주의에 너무 물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기사가 아무렇지도 않게 반복되어 여러 보수 매체에 동시 다발적으로 실릴 수 있겠는가?
오만한 기득권 언론의 시대는 이미 저물었고, 이런 기사는 레거시 미디어의 몰락을 더욱 재촉할 뿐이다. 2021년에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언론의 편파 왜곡 보도가 사라지고, 언론 개혁이 이루어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