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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Ale Oct 02. 2021

인천의 짜장면 맛집 3

차이나타운 중국집 유감

인천 사람들은 짜장면 먹으러 차이나타운에 가지 않는다. 인천 사람들이 차이나타운에서 짜장면을 먹는 경우는 아마도 외부 손님이 와서 중국 분위기 물씬 풍기는 차이나타운에서 중국음식을 먹어야 하는 경우일 것이다. 외지인들은 인천 차이나타운이 짜장면의 발상지이고 우리나라 유일의 차이나타운인지라 독특한 중국식 건물과 분위기를 즐기고 중국 음식도 먹으러 오겠지만, 사실 차이나타운의 중국집들은 최근 들어 새로 생긴 집들이 많다. 


차이나타운의 중국집들 중에서 평을 할만한 집 몇 곳에 대한 주관적 평과 나름의 정보를 정리해 본다.


8. 공화춘


공화춘은 짜장면을 처음 만든 중국집으로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지금도 차이나타운에 가면 옛날 공화춘 건물을 짜장면 박물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짜장면의 역사를 알고 싶으면 짜장면 박물관을 꼭 방문해보기를 권한다. 옛 공화춘 건물에 들어서면, 이 중국집에 과거 얼마나 크게 운영을 했으며, 얼마나 번성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전통적인 중국 건물과 구조가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고, 옛날 중국집 풍경도 재현해 놓았으니 한번 구경할 만하다.


옛날 오리지널 공화춘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원래 공화춘을 운영했던 가문의 후손들은 모두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지금은 공화춘의 외손녀가 운영하는 신승반점이 유일한 원조 짜장면의 명맥을 잇고 있다. 


차이나타운 한복판에 "공화춘" 간판을 걸고 성업을 하고 있는 중국집은 원조 공화춘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 한국인 사업가가 "공화춘"을 먼저 상표 등록을 했고, 차이나타운에 공화춘 이름을 걸고 중국집을 개업했다. 따라서 짜장면의 원조와 지금의 공화춘과는 아무런 연관도 찾아볼 수 없다. 이름만 제외하고는. 그럼에도 마치 원조를 계승한 것으로 착각할 만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


공화춘이 이렇게 마치 원조인 양 마케팅을 해서,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공화춘이 오리지널 공화춘의 원조를 계승한 것으로 착각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행여나 차이나타운 공화춘에서 짜장면을 먹고 원조를 계승한 맛을 봤다고 오해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공화춘이 처음 개업했을 때 찾아가서 먹어보고는, 다시 방문하지는 않는다.


9. 신승반점


언급했듯이 짜장면의 원조 공화춘의 외손녀가 운영하는 중국집이다. 차이나타운이 관광명소가 되기 전에, 인천 토박이들 중에서 신승반점 단골이 꽤 있다. 원조의 후손답게 수준급 요리가 나온다. 그런데 신승반점도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되고 유명세를 타고나서는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집이 되어 버려서, 더 이상 찾아가지 않는다.


차이나타운의 오래된 중국집들 중 많은 집들이 관광명소가 된 이후에 음식 맛이 변했다. 신승반점은 유명해지고 난 이후에 가보지 않아서 음식 맛이 변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예전에는 중국집 매니아 인천 토박이들의 입맛에 잘 맞는 집이었다.


유명해지고 난 이후에 리모델링도 했고 분위기 깔끔해져서, 음식 맛이 똑같아도 아마 옛날의 그런 분위기가 나지 않아서 음식 맛도 조금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까? 인터넷에 올라온 가격표를 보니, 착한 가격이 아니라서 아마도 더욱 찾아갈 일은 없을 것 같다. 외지 손님이 굳이 원해서 데리고 갈 일이 없다면.


10. 풍미


풍미는 차이나타운을 지키고 있는 가장 오래된 중국집 중 하나이다. 개항기 때 지어진 오래된 중국 건물에서 영업을 하고 있기에, 오랜 중국집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차이나타운이 관광명소가 되기 전에는 자주 가서 삼선짜장면을 먹던 집이다.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인천 토박이들에게 유명하고, 단골도 많았던 집이다. 


풍미의 삼선짜장은 맛이 강하지 않고 약간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으나, 그래도 그 나름의 중독성 있는 맛이 있어서, 과거에 삼선짜장면 먹으러 자주 갔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최근에 차이나타운이 관광지화 되면서 이 집의 짜장면도 맛이 조금 달라졌다. 짜장면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요리도 그렇고 맛이 예전과는 달라져서, 언제부터인가 더 이상 찾지 않는다.


삼선짜장면은 잘하는 집은 정말 맛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냥 간짜장을 시켜먹는 것이 더 낫다고 느껴지는 집이 많다. 내가 과거 삼선짜장면을 시켜먹던 집이 진흥각과 풍미 두 곳이었다. 맛은 진흥각 삼선짜장이 더 뛰어났지만, 풍미 삼선짜장이 가진 개성이 있었는데, 이제는 어디를 가도 더 이상 삼선짜장을 시키지 않는다. 요즘에는 대부분 그냥 간짜장을 시켜 먹는다. 진흥각 삼선짜장과 같은 맛을 찾기가 어려워서... 


인터넷의 평을 보면, 풍미는 차이나타운의 다른 중국집들 보다는 관광객 취향을 맞추려는 노력을 덜 하는 편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기억하고 있는 과거 풍미의 짜장면과는 사뭇 달라져서 그저 아쉬울 뿐이다.


100년도 넘은 개항기 때 지어진 전통 중국 건물과, 정말 중국스러운 내부 인테리어로 인해, 나름 세련되어가는 다른 차이나타운 중국집과는 그래도 차별화되는 중국집이라, 과거 맛만 바뀌지 않고 그대로 해준다면 좋으련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차이나타운을 찾아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관광객들이니, 그들 입맛에 맞추지 않으면 장사를 하기 어려울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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