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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우 Mar 20. 2018

결국 봄

장필순, 윤종신

https://youtu.be/T9LoNK2l9Ew


바람이 몹시 차더군요.

몸 하나 가릴 곳도 없었습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겨울이 왔다는 걸.

     

투박하지만 익숙한 

일상의 외투 속으로 피했습니다.

약속을 만들지 않았고,

사람들을 피했습니다.

가슴을 펴지 못하고 

안으로 안으로만

움츠러들었습니다.

     

어둡고 갑갑한 세상이지만,

추위를 피해 

그 길로 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창밖을 보지 않았고,

최대한 숨어서 계절이 지나가길 기다렸습니다.

이제는 바람을 막아 주고,

꽁꽁 언 손을 잡아 줄 당신이 사라졌으니까요.

     

그렇게

옴짝달싹할 수 없는 나의 계절은 아주 오래

겨울이었습니다.

     

그러다 조금씩 느껴졌습니다.

창밖은 어느새 조용해지고

하늘빛이 환해지고 있는 게.

외투 속이 점점 더워지고 있는 게.

     

그래서 외투 밖으로 손 내밀어 보았더니

봄입니다.

온몸이 쑥스럽게 달아오르고

살갗이 조잘조잘 햇볕 탓에 간지럽습니다.

온갖 것들의 성화에 창밖으로 나서 보니,

     

잊지 않고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이리도 많았군요.

     

당신이 없어서 겨울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압니다.


당신이 나와 다른 계절의 세상 속에 살았다는 걸.

나의 겨울에 봄날이었던 당신.

그만큼 우리의 거리는 멀리 있었던 겁니다.

     

나에겐 결국, 봄이 왔습니다.

멀리 떨어진 당신,

지금 어떤 계절을 살고 있나요?

     

나는 이제 웃겠습니다.

결국, 봄이 왔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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