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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 View Oct 03. 2020

마지막 여정, 자이언캐년

자이언캐년에서 LA까지 드라이브 스루 여행

"Safer at Home"

지난밤의 긴급뉴스는 우리의 마음을 급하게 만들었다.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통금'을 심지어 미국에서 겪게 될 줄이야. 행정명령이라고 계속해서 속보로 나오는데 이미 캘리포니아를 떠나온 우리 입장에서는 돌아가는 길이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필수적인 일, 즉, 식료품을 구입하러 나가는 일 외에는 외출을 금한다니... 돌아가는 길에 여행 다녀온 것을 경찰이 적발하지는 않겠지? 살아보며 확실히 무서운(?) 공권력을 겪다 보니 별의별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마지막 일정으로 생각해두었던 라스베가스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출처=https://6abc.com/coronavirus-covid-19-lockdown-los-angeles/6029939/


드라이브 스루

지금은 드라이브 스루 검사니, 드라이브 스루 집회(?)니 우리의 새로운 일상이 된 현상인 드라이브 스루를 자이언캐년 Zion Canyon 여행길에 적용하기로 한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던 것이 롯지도 영업을 하지 않기 시작했고 입장할 수 있는 구역도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냥 주요 포인트만 자동차로 빠르게 돌고 더 늦어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자


그렇게 마음먹고 나니 둘러볼 포인트가 크게 4가지 구역으로 정리가 되었다. 사진을 남겨 우리가 그래도 이 곳을 들렀다 갔음을 남기는 것으로 자이언캐년은 정리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운전하는 내내 자연의 위대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 절경이 이어졌다. 심지어 적당한 비와 구름이 더욱더 신령한(?) 장소에 있는 듯한 무드를 조성해주었기도 하고.

 


Las Vegas 대신 Costco

중간에 경유지가 없어진 관계로 이제부터는 10시간 장거리 운전에 돌입해야 했다. 그래도 지금까지 하루 4시간 운전을 넘기지 않는다는 규칙을 잘 지켜왔기에 운전에 대한 피로도는 크지 않았으나 이 마지막 여정이 마지막 남은 미션이 된 셈이었다. 돌아가는 길에 '미국 밥', 특히 코스트코 피자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코스트코 방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문명에서 우리는 세상이 바뀌고 있음을 체험할 수 있었다.

쌀과 휴지가 떨어져 가고 있던 코스트코, 푸드코트는 운영을 중단했다.
결국 근처 피자헛에서 주문해 차에서 먹을 수밖에 없었다.
Panic Buying, Social Distancing


살면서 처음 들어보는 단어 조합이었다. 이제는 일상이 되었지만 처음으로 접한 이 모습에 더욱더 집에 돌아가는 길이 간절해질 수밖에 없었다. 차에서 식사를 해결하자마자 이제는 논스톱으로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돌아다녔다고 걸리면 어쩌지?'라고 계속 노심초사하면서...


Home Sweet Home

다행히 시내에 들어오며 나의 불안감은 해소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차들이 도로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긴 여행을 마친 후 우리는 한동안 외출을 하지 않았다. 이 시점부터 나의 대학원 수업들은 모두 온라인으로 전환되었고, 아들의 Preschool도 임시 폐교 상태로 돌입하였다. 이때만 해도 아직까지 이 난리통일 줄은 생각도 못했지만 그렇게 갑작스레 뉴 노멀 New Normal 상태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이렇게 미국 생활이, 아니, 미국 여행이 마무리되었으면 너무 섭섭할 뻔했다. 초반의 기간을 제외하고는 어느 순간 모든 사람들이 집에만 있는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고 그래서 우리 가족을 포함하여 자연으로 떠나는 여행객들이 다시 생겨나기 시작했다. 오히려 번잡한 곳에서 벗어나 여유롭게 돌아보는 것이 가능했던 시간이었다.


그랜드서클의 마지막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지만 그때 본 풍경과 경험은 가족 모두에게, 특히 아들에게 큰 성취감을 주고 경험을 안겨준 시간이었다. 한동안 보기 힘들 갈색 산 지형과 끝없이 펼쳐지는 도로와 평지가 너무 그리울 것 같다.



* 자이언캐년 드라이빙 영상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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