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이렇게나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는데 말이지...
캘리포니아를 떠나온지 어느덧 반년이 되어간다. 롱패딩을 꺼내입고 매일같이 쳇바퀴 도는 삶을 살다보면 금새 서울에 익숙해지는 것이지만 요즘처럼 답답한 실내생활에 실물날 때면 탁트인 바닷가에 비치체어 하나 깔아두고 앉아서 시간 보내던 온화한 날씨의 남캘리포니아가 그리워진다.
바다와 자연, 일년내내 온화한 기후 말고도 캘리포니아하면 떠오르는 것이 아무래도 스타트업 Start-Up 이지 않을까 싶다. 사실 스타트업이라 불리우는 기업들이 캘리포니아에서만 창업되고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허나 실리콘밸리라는 지역을 품었다는 이유로 캘리포니아는 다양한 벤쳐기업들의 탄생이 이루어지는 곳, 그리고 그러한 도전자들에게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땅이라는 영예를 주었을 것이다.
늦은 나이에 MBA를 위해 다시 찾은 캠퍼스에서 만난 젊은 미국 친구들은 스타트업을 소비하며 그 기업들이 조금 더 큰 기업을 커갈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세계 공용어를 가진 그들은 단순히 미국에서만 승부를 볼 필요도 없었다. 그 사업이 더 커지면 같은 비즈니스모델을 가지고 영어권 나라 그 어디든 진출할 수 있는 특혜를 가지고 있던 것이다. 내수의 힘도 대단하지만 언어와 문화가 지배하는 영역이 거대한 이들이 누리는 엄청난 특혜인 것이다. 그야말로 창업의 "금수저"를 물고 사업을 한다고나 할까.
또 하나의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기업들의 대부분은 "올바른"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친환경, 공정무역, 지역경제 활성화 등 기업을 운영하고 소비자에게 다가가는데 올바른 정신을 활용하는 것은 이들 기업의 트렌드인 것처럼 보일 정도로 수많은 스타트업이 비슷한 패턴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었다.
하나를 사면 다른 하나를 기부한다고 시작한 탐스 Toms 신발은 이러한 스토리의 고전이 되었고 (물론 이제는 부도로 더이상 성공스토리를 쓴다고 할순 없지만...), 지역경제와 공생하며 안정한 식자재와 음식을 판다고 하는 트레이더조스 Trader Joe's, 환경단체를 후원하며 리사이클 재료로 옷을 만든다고 이야기하는 파타고니아 Patagonia 등 먹을 것, 입을 것, 즐길 것 모든 분야의 브랜드들이 이러한 스토리를 가지고 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친환경을 이야기하는 미국의 쓰레기 분리수거 의식은 낮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의식적으로 깨어있다(?)는 캘리포니아에서조차 분리수거를 신경쓰며 버리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니... 살면서 가끔은 이렇게 수많은 인구와 수많은 쓰레기를 생산해내는 대국이 있는데 작고 작은 우리나라에서 열심히 분리수거하고 환경보호를 외치면 뭐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오늘 밤 페트병과 라벨지를 분리하며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다가말고 이러한 잡념이 들어 시작된 오늘의 끄적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