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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 View Jan 30. 2021

"주토피아"를 보고 떠올린 추억

만나서 반가웠지만 미국에서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DMV 체험

주말 디즈니채널에서 영화 주토피아 Zootopia가 방영되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우리 부부는 이 영화를 너무 재미있게 보았는데 이제는 많이 커서 애니메이션을 이해하는 아들과 함께 세 가족이 보는 즐거움은 더욱 컸다. 영화 속 재미있는 포인트는 여러군데에 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장면은 나무늘보가 나오는 장면이지 않을까 싶다. 


이 장면은 처음 영화를 접했을 당시에도 행동이 느린 나무늘보를 통해 답변도 느리고 행동이 느린 캐릭터를 그려냈다고 생각했고 우리나라 개그프로그램에서도 개그맨 윤택이 이와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했었기에 충분히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을 경험하고, 아니 정확히는 미국의 DMV를 경험하고 나니 이것이 단순히 행동 느린 동물 캐릭터의 웃음이 아닌, 미국인들이 삶 속에서 만나는 답답함을 풍자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전에는 전혀 몰랐던 이 기분이 이번에 영화를 보며 새삼 공감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DMV는 우리나라의 운전면허시험장과 같은 곳으로 모든 자동차 관련 행정처리를 맡는 공공기관이다.)



미국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가장 설레는 일은 집과 차를 선택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차를 선택한 이후로는 DMV를 만나 면허갱신과 자동차 등록 등의 일을 처리하며 우리나라에선 경험할 수 없는 행정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다수의 이민준비 카페나 사이트에서 같은 경험을 넋두리하고 있는 걸 보아, 캘리포니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일은 아닌 듯 하다. 우리나라는 인터넷도 발달되었고 (비하의 의미가 아닌...) 아무리 공무원이라고 하더라도 일처리 하나만큼은 신속하고 기가 막히게 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위 사진에서처럼 DMV 오픈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하고 이 줄은 점심시간이 되도록 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설사 DMV 내부로 들어갔다 하더라도 서류하나만 미비되더라도 바로 Reject을 당하며 다음 날 다시 처음부터 줄을 서야하는 수모를 겪는 것은 초기 이민자들에게, 특히 미국 행정과 언어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에겐 다반사로 발생하는 일이다. 

분명히 들어가면 자리가 널널한데도 불구하고, 왜이리 일처리를 빨리 되지 않는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던 말건간에 스탬프 하나찍고 자기들끼리 농담하고 커피나 도넛을 가지러 다녀오고 하는 등 우리나라 공무원이었다면 아마 몇번을 거칠게 항의 받았을만한 행동을 주저없이 하는 곳, 그리고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곳이 바로 DMV였다. 이러한 디테일이 이번에 주토피아를 보니 아주 적절하게 묘사가 되어있었고, 아마 이 장면을 그런한 의미에서 많은 미국인들에게 웃음을 주는 킬링포인트가 되었지 않았을까 싶다.

다행히 나는 무난히 면허를 받고 등록을 한 편이었다

비록 그 때는 지옥의 감정을 느꼈었지만, 이번에 영화에서 다시 만나니 나름의 반가움과 즐거움의 감정으로 만날 수 있었던 DMV와의 추억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느끼는 우리나라 일처리 속도의 빠름은 놀라울 따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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