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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 View Oct 09. 2020

아바나 #1 - 밤거리마저 매력적인 과거로의 여행

쿠바여행의 첫 인상

미국에서 출발했어도 서부에 살고 있던 나에게 쿠바는 여전히 먼 여행길이었다. LA에서는 직항이 없었기에 마이애미까지 5시간의 비행 후 1시간을 추가로 더 날아가야만 아바나 Havana에 도착할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마이애미 공항에서 현금으로 비자를 사야 했는데 관광목적으로는 방문이 불가한 나라였기에 다른 이유, 예를 들면, 봉사활동, 지인 방문 등의 사유를 적어내야만 입국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누가 봐도 관광객인데 눈 가리고 아웅으로 다른 사유를 적어내는 것이었다.

그렇게 받은 입국 OK 도장과 비자서류

사실 공항에서의 개인적인 우여곡절이 많았기에 아바나에 도착한 이후의 저녁은 굉장히 피곤했다. 심지어 영어도 잘 통하지 않고 스페인어를 해야 한다는 환경이 또 다른 스트레스를 가져다주었다. 마닐라 여행 이후로 '어두운 길거리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던 나는 말이 통하지 않는, 어두운 골목길의 아바나는 처음에 경계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 경계심도 머지않아 풀어질 수밖에 없는 '안전한 기운'이 본능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밤길 산책에도 과감해질 수 있었다. 쿠바의 재미있는 점은 인터넷이 어디서나 접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인터넷이 되는, 소위 야외의 핫스폿에 모여 정보를 탐색해야 한다. 물론, 시간제 유료요금을 내면서. 인터넷이 안되면서 말이 안 통하는 나라를 여행한다는 것은 어디서나 구글맵을 꺼내 들고 사람들이 추천해준 장소를 찾아 '정확히' 돌아다녔던 근래의 여행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었으나 반대로 생각하면 우연히 들어선 발걸음과 먹은 음식들이 새로운 나만의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도 할 수 있으리라. 물론, 나의 입맛이 까다로워 그런 거일 수도 있지만 쿠바에서의 맛집 찾기는 생각만큼 용이하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지 못했던 변수였지만.

마닐라에서는 이러한 골목길을 절대 걷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곳 밤거리는 Friendly & Shy 한 사람들이 많았다.


쿠바에서의 체류시간이 길어질수록 맛없는 음식의 원인을 내 나름대로 분석해볼 수 있었다. 사회주의 체제이기 때문에 식료품을 포함한 공산품이 모두 국영기업의 제품이었다. 생수도 콜라도 모든 것이 한 브랜드만 있었다. 거기다가 미국의 경제제재조치로 인해 물자가 풍부하지 않아 식재료를 포함해 재료들이 풍부하지 않았던 것도 원인 중 하나였지 않을까 싶다. 스파게티조차도 맛이 너무 싱거워 소금을 쳐서 먹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으니 뭐 다른 음식은 오죽했을까. 하지만 먹는 것을 제외하고는 물가나 이국적인 경험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던 곳임임은 부정할 수가 없는 곳이었다.


한식당 이름이 BTS였다는 점이 신기했다. 그리고 오른쪽은 인터넷 핫스폿에 모여있는 사람들의 모습.

낮에 보는 형형색색의 아바나도 매력적이지만 밤거리를 걸으며 시간여행의 기분을 느끼다보면 바람 시원한 바닷가에 도달하게 된다. 특별한 관광시설은 없지만 (물론 가게도 문을 일찍 닫아 먹고 마실 것 찾기도 어렵다) 잠시 앉아 바다바람을 맞으며 사색에 빠지는 것도 인터넷없는 쿠바에서 맛볼 수 있는 여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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