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개인적인 여행지 선정방법
2013년 초, 결혼을 준비하며 당시에 뜨고 있던 멕시코 칸쿤을 신혼여행지로 정해두었었다. 과감히 2주의 휴가를 내서 넉넉히 다녀오리라는 포부를 품고. 하지만 결혼 한 달 전 예상치 못한 발령으로 인해 신혼여행을 짧게 계획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칸쿤으로 날아갈 수 있는 기회를 날리고 말았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막상 환승을 해서 간다는 생각을 하면 괜스레 여행 의욕을 잃게 된다. 외국에서 한두 번 환승을 하면 여행의 범위가 더 넓어지고 흔히 말하는 '남들 다 가는 곳'이 아닌 지역으로 떠날 수 있겠지만 여행지에 도착해서 골목 구석구석 두 발로만 여행하는 것을 선호하는 나는 다른 곳에서만큼은 에너지를 비축해두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미국에 사는 기간 동안 그래서 나의 여행지 선택의 기준은, 한국에 돌아갔을 때 '귀찮아서' 가장 안 갈 곳이었다. 그래서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하여 그랜드 서클도 돌아보고, 텍사스도 돌아보고, 쿠바까지 선택하게 된 것이었다. 물론 지금과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는 직항으로 갈 수 있는 지역, 아주 가까운 아시아권 나라로의 여행조차도 사치가 되어버렸지만.
여러 도시를 방문하며 그곳에서의 감상을 글로 남기기 전에 아주 짧게나마 그동안의 여행지 선택 기준을 돌아보며 끄적여본다. 그리고 2020년 기준 아래와 같은 발자취를 남기고 다녔음을 확인하고, '참 열심히 돌아다녔다' 고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