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치스국립공원 Arches National Park
지난 밤, 우리를 감싸던 수많은 별들로부터 받았던 감동이 밤새 떠나지 않았다. 이는 지난 경유지보다 더 멋진 일들이 이 공원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했던 사건이었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여행 계획하는 단계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갔던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다른 곳 대비 구글 등을 통해 살펴본 바에 따르면 놓치지 말아야 할 Spot이라고 소개된 곳이 너무 많았고, 심지어 그동안 하루에 얼추 다 도는 계획을 진행했다고 한다면, 이곳에서 혹자들은 한 장소에서만 몇 박을 하며 움직이는 곳이라는 정보 때문이었다. 우리는 일정 상 이 곳에서도 하루만 보고 다음 코스로 움직일 것이었기 때문에 그 안에 취사선택을 했어야 했다. 무엇보다 이 곳은 트레일을 해야하는 곳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하는 여정이라면 아이의 컨디션 또한 중요하게 생각해야할 변수이다.
계획 단계에서 구글의 힘을 많이 빌렸다. 특히 트레일이 많을 것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에 키워드는 "아이와 함께하기 좋은 Spot"으로 좀 더 구체화하였고, 그렇게해도 얻은 결과는 대략 아래와 같다.
La Sal Mountains Viewpoint
Courthouse Towers Viewpoint
Balanced Rock
Windows District
Delicate Arch Viewpoint
Fiery Furnace Viewpoint
Skyline Furnace Viewpoint
Devils Garden
특별히 Fiery Furnace Viewpoint는 들어가기 위해 공원 초입의 Visitor Center에서 허가를 받아야한다고 해서 많은 기대를 했지만, 역시나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의 일정을 조여오고 있었기에 그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어제 시점부터 서서히 국립공원의 Visitor Center들이 영업을 하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손쉽게 하나의 리스트를 지웠고 이제 남은 계획 중에서 최선의 것을 골라내야만 했다.
첫 번째로 골라낸 Spot의 기준은 복잡하지 않았다. 바로 '유타주의 랜드마크' 였다. 한국과 달리 주마다 자동차 번호판의 디자인이 다른 미국에서는 기본 디자인 번호판을 선택하느냐, 커스텀한 디자인을 선택하느냐가 자동차 소유주의 취향에 따라 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바로 우리가 첫 번째로 가기로 한 이 델리케이트 아치가 유타주 기본 번호판의 디자인이니 실물로 보지 않으면 안될 것만 같았다.
Delicate Arch Viewpoint를 목적지에 찍고 이동하면 주차장으로 안내가 되는데 이곳에 차를 세워두고 편도 1시간 가량 가벼운 등산을 한다고 마음 먹으면 되는 코스이다. 우리가족은 출발은 바람막이 등 외투를 모두 걸치고 나섰으나 중턱부터는 반팔만 남겨두고 모두 벗어야 했을 정도로 꽤 땀을 빼는 코스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못갈만한 난이도의 코스는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도착한 후의 그 느낌은 이 일주인 간의 여행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쾌감을 선사하니 도전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실 이 날은 오후부터 비가 예보된 날이었다. 하지만 오전 날씨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비가 오기 전 우선순위가 높은 코스를 먼저 돌 필요도 있었다. 그렇게 선택한 두번째 정예코스는 데블스 가든이었다. 데블스 가든에서만 하루 온종일 투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트레일 코스가 길고 다양하기 때문에 볼거리가 많은 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아들이 2시간의 산행코스를 사실상 너무 잘 따라와줬기 때문에 일단 가볼 수 있을 때까지 가보고 힘들때 돌아나오는 것을 목표로 국립공원이 가장 안쪽에 자리잡은 데블스 가든으로 향했다. 역시 자연이 빚어낸 다양한 암석의 형태는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비가 오기 전의 날씨치고는 너무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이라서 아이폰으로 담는 이 사진조차도 완벽했었고. 델리케이트 아치에서처럼 반드시 찍고와야할 특정된 목표는 없었지만 걸으면서 보이는 풍경 하나하나가 아름답고 멋진 그런 곳이었기 때문에 그 이름에 정원이라는 표현을 쓴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아들도 흥분했던 것인지 아름다움에 반했던 것인지 오래 걷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녀석이 안아달라거나 돌아가자는 이야기도 없이 잘 걷고 잘 뛰어다녔던 것은 어린아이의 눈에도 신비롭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서이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본다.
아들의 컨디션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몇 시간은 더 걸으며 산책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주차장 한 켠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준비해온 온수와 함께 스낵면 사발면을 먹기 시작했다. 사족이긴 하지만, 이 때 먹은 스낵면 사발면은 인생사발면이었다고 할 정도로 꿀맛이었다. 지금도 아들은 스낵면을 좋아하는 것만 보아도 분명 이는 나 혼자만의 감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나, 금강산을 본 후 먹는 음식은 더욱 꿀맛일 것이다.
* 델리케이트 아치 트레일 영상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