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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 View Sep 06. 2020

세번째, 인디언의 숨결을 찾아서

모뉴먼트 밸리 Monument Valley

또 다른 아침

전날 밤 먹고 잔 음식이 너무 만족스러웠는지, 오는 길의 운전이 고단했던 것인지, 폭풍 같은 수면으로 피로를 날린 후의 기상은 상쾌했다. 모뉴먼트밸리 주변은 물론, 오는 길은 가로등 하나 없는, 아니 사람의 거주지라고는 보이지 않는 돌로 된 사막같은 곳이다. 그래서 운전 중에는 확인할 수 없었던 이 지역의 특징이 기상과 함께 창 밖으로 보일 때의 감격 때문에 상쾌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주변에 묵을 수 있는 숙소는 제한적인데, 우리가 선택한 숙소는 굴딩스롯지 Goulding's Logde 였다. 이 롯지에서는 주변 투어 프로그램과 기념품 상점도 같이 운영하고 있는, 쉽게 이해하면 종합레져시설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조식은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우리가족이 모뉴먼트밸리 가까이에서 묵는 하룻밤의 대가로 지불한 돈은 139불로 그리 비싼 편은 아니다(물론 다른 조식포함 숙소 대비 비싼것은 사실이었으나...)



인디언의 숨결

모뉴먼트밸리가 위치한 지역은 나바호 부족 보호구역에 위치해 있다. 나바호의 자치로 운영되는 이 지역은 인디언들이 주도적으로 상업시설을 운영할 있도록 제한을 두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앤털로프 캐년과 같은 곳도 출입을 위해서는 반드시 나바호 부족 가이드를 고용해야만 입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들이 그러한 조치 중 하나이다. 이 지역 역시 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수 천년의 세월과 자연이 만들어온 기괴한 모양의 돌산들을 자유롭게 구경할 수도 있지만, 일반인들에게 출입이 제한된 구역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나바호 부족 가이드를 고용하여 같이 입장해야만 했던 곳이다. 특별히 굴딩스롯지에서 제공하던 프로그램에는 인디언들과 함께 바베큐 점심을 먹는 일정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족 역시 8시간 가이드코스를 이용하기로 여행 출발 전부터 결정하고 움직였던 것이었다. 참고로 이 프로그램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어지는 전일 코스(성인 150불, 아이 100불, 세금별도)와 오전만 이루어지는 반나절 코스 2가지로 구성되어 있으니 상황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우리가 이용했던 투어트럭. 상황의 급변하게 된 탓일까, 결국 우리가족만 전세내는 호사를 누린다.


불가항력적 사건

모뉴먼트밸리에서 8시간 투어를 생각했던 우리는 사실 뜻하지 않던 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전에 작성한 글에서 눈치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 여행의 시점이 2020년 3월 초였다는 점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바로 코로나바이러스이다. 2019년 말부터 한국을 강타했던 이 질병은 2020년 2분기가 되어서야 서서히 미국에서도 주목하고 경계하는 바이러스로 대접(?)받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런지 인디언 마을에도 외부인들이 들어오는 것을 제한하고 관리하기 시작했다. 바로 우리가 여행하던 그 시점부터. 그러한 연유로 전일코스는 진행이 어렵고 반나절만 진행가능하다는 것이 롯지측의 설명이었다. 인디언 부족들의 바베큐 문화를 아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이건 불가항력적인 사건이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깨끗하게 포기하고 반나절만 가이드와 다니게 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취소했고, 결국 큰 트럭에 탑승객은 우리가족 세사람 뿐이었다. 덕분에 가이드에게 더 개인적인 호기심을 물어보고 인디언들의 미국에서 현재생활이 어떠한지, 어떻게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자라왔는지 슬픔의 역사도 자세히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자연보호

예정과 달리 김이 빠질 수도 있는 투어였으나 가이드와 함께 일반인들이 들어갈 수 없는 지역까지 들어가 돌들을 살펴보는 경험은 아들에게도, 우리가족에게도 좋은 시간이었다. 특히 부드러운 사암으로 이루어져있는 지역 특성 상 돌에 심한 충격을 주면 쉽게 부서지는 일이 많았는데 인간의 발자국이 많이 닿아 망가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현하며 돌아보는 내내 조심히 걸을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그리고 그 돌을 뚫고 자라는 작은 생명에게도 존중을 표하는 모습에 자연과 공존해온 그들의 모습을 느낄 수도 있었다. 아들도 처음에는 발을 심하게 구르는 등 장난스러운 모습을 보였으나 이내 가이드에게 쓰레기를 주워와 치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등 나름의 교훈을 얻었으리라. 특히나 분리수거라는 것은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이 미국 땅에 살며 쓰레기 보기를 돌같이하는 경험은 이 아이에게 특별하지 않았을까?

가이드의 모습을 보고 같이 쓰레기 수거 중인 아들


기암들

일반인 통제구역 외 지역은 누구라도 자동차를 타며 다닐 수 있는 지역이다. 그냥 길을 달리면서 기이한 암석이 보이면 차를 한 쪽에 정차해두고 구경하면 되는, 어려울 것이 없는 여행인 것이다. 물론 가이드와 함께한 우리는 어디가 좋을지 찾아다니는 수고를 덜었다고 할 수 있지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돌들의 향연은 사진으로 전하는 것이 화려한 미사여구보다 낫다고 생각하여 불필요한 설명은 생략하고자 한다.

그 유명한 영화 '포레스트검프'에서 검프가 달리는 장면으로 유명한 도로
바베큐가 없어져서 가이드투어를 마친 후에는 미리 준비한 컵라면으로 절경을 바라보며 식사
약 17마일 길이의 도로를 따라 아름답고 멋진 돌산들이 파노라마와 같이 펼쳐진다.


아치스 국립공원으로 떠나다

반나절 투어로 일정이 축소되어 모뉴먼트밸리에서의 일정을 조금 더 빨리 마무리했다. 이곳에서 가이드없이 더 돌지, 아치스 국립공원으로 먼저 이동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여독이라도 중간에 한번 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빠르게 아치스로 떠났다. 물론 점심을 먹고 바로 출발해도 도착하면 저녁을 먹을 시간이니 서두르는 것도 필요했지만. 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은 또 색달랐다. 모뉴먼트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인데 아래 영상에서처럼 설산이 보이지 않는 것인가. 그리고 하늘은 또 어찌나 푸르던지.

4시간의 운전이 거의 다 끝나가는 시점이었다. 해가 지기 전에 다음 장소에 도착한 것은 이번이 처음.

하늘이 너무 깨끗하여 갑작스레 떠오른 생각은, "별보러 갈까?" 였다. 숙소에서 짐정리하고 저녁식사를 먹은 후에 아들의 손을 잡고 인공조명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아치스 국립공원 속으로 잠시 들어갔다. 그리고 차를 세운 포인트는 'moab fault overlook.' 그리고 만난 하늘은...


내 평생 볼 별을 다 봤어
말이 필요없는 이 곳. 주간코스말고 야간코스로도 꼭 한번 공원 안으로 들어갈 것을 추천한다.




* 모뉴먼트밸리 트레일 동영상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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