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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호철 Jan 15. 2018

아빠도 요즘 많이 좋아졌어.

우리 같이 노력하자

아이들을 잠자리에 재우는 시간은 부모에겐 하루의 마지막 고비, 아이들에게는 가장 큰 아쉬움의 시간일 것이다. 이제 자라, 들어가라는 소리를 100번쯤 했다고 느껴지는 순간 하루의 피로와 짜증이 극에 달해 목소리를 높이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기본적인 레퍼토리 정도로는 화도 나지 않는다. 목말라, 쉬 마려, 마지막으로 안아주려고 등등의 핑계로 이미 30분 넘게 침대에서 들락날락.. 아이가 셋이다 보니 한놈만 나와도 그 소리 듣고 뭐야? 뭐야? 하면서 들락날락.. 그래도 애들이 더 어릴 땐 잠들 때까지 옆에 누워있어야 했는데 이런 걸 생각하면 지금은 천국이다.


고마워.....근데 이제 자라고!!!! 제발!!!


마지막으로 안아주러 나왔다는 둘째를 안고 방에 데려다주면서 은근히 첫째가 들리게 이야기한다. 둘째에게 하는 잔소리이자 첫째에게 무언의 압박을  주려는 고도의 심리전! 너희 어린이들이 나의 잔머리를 당해낼 수는 없겠지..


'누나 요즘 열심히 노력해서 다 잘하는 거 알지? 너도 누나 본받아서 열심히 노력해야 해~ 알았지? 싸우지 말고 엄마 아빠 말 잘 듣고!' 

'응! 내일부터 열심히 할게!'


'아빠 고마워 칭찬해줘서!'

자는 척하고 있던 첫째가 갑자기 기분 좋아하며 말한다. 그럼 그렇지.. 너희들은 내 손안에 있다.


'아빠, 아빠도 요즘 많이 좋아졌어. 아빠도 많이 노력해줘서 고마워, 나도 아빠 따라서 많이 노력할게!'


... 이런, 내가 너희들의 손바닥 안에 있는 건가.. 그렇지, 아이는 아빠-자신-동생의 관계를 큰 차이가 없는 수평적인 관계로 생각하는 것이다. 나만 혼자서 '내가 아빠니까' 하며 어딘가 높은 곳에 나 스스로를 올려두었던 건 아닌지, 내 아이니까.. 하며 나도 모르게 아이의 생각을 재단해 버린 것 같아 부끄러웠다.


지금은, 아직은 나는 아빠로서 잘 하던지 못 하던지 아이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아빠이지만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러니까 진짜 아빠를 마주하게 되었을 때, 평범하지만 행복한 가족을 만들려고 언제나 노력하는 아빠로 보였으면 좋겠다. 


아빠는 속좁고 화도 잘 내고 게으르고 이것저것 욕심 많은 그냥 철부지 남자아이라고, 다만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때로는, 아니 많이 실수도 한다고.. 그래, 너희들도 노력할 뿐이겠지, 마음은 늘 아이로, 하지만 나처럼 노력할 것이고 실수도 많이 할 것이다. 내가 부끄러웠던 건 사실, 나의 실수에는 관대하고 아이들의 실수에는 그렇지 못했던 나의 모습 때문이었으리라. 


오늘 또 하나 깨닫고 배우고 다짐한다. 결국 나도 아이들도 이렇게 노력하며 커 갈 것이다. 나 스스로를 보며 생각해 보니 어른이 되는 건 아직도 한참 뒤의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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