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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호철 Jan 04. 2018

독일행 #2

그리고 베를린

독일로 향하는 바로 그날. 베를린에 1달간 머물 수 있는 숙소를 예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마저 5일 정도 비는 날이 있어서 또 다른 숙소를 예약해야 했는데 발리에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그 순간에 컨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아이 셋을 데리고 봄이라고, 따뜻할 거라고 생각되는 3월 초의 독일에, 청바지와 후드 그리고 크록스를 신은 채로 우붓-> 발리 공항 ->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 대기 -> 프랑크푸르트 -> 베를린까지 40여 시간의 논스톱 여정의 첫발을 내딛게 된다. 글로 쓰니 한 줄이지만...... 우붓에서 운전해서 렌터카 반납하고 각 공항마다 기다리고 프랑크푸르트 까지 비행시간만 13시간에.. 둘째는 비행기 바닥에 눕혀 재우고(나중에 일어나니 셋째가 흘린 기내식이 전부 둘째 얼굴에..)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차를 기다려 베를린까지..... 기차에서는 6인이 들어갈 수 있는 방으로 예약했는데 우리 가족이 다 그 속에서 엎어져 자는 바람에 같이 있었던 독일 할아버지가 엄청 불편해하던 기억이 난다. 정은이는 그 아저씨 술 마시는 작은 테이블에 시우를 업고 엎드려 잤으니.. 흠흠.


자세히 보면 둘째는 비행기 바닥에..호야 엄마아빠가 미안해..
베를린으로 향하는 ICE안에서.. 겨울옷이 없어 내복과 반팔을 겹쳐 입혔다. 온 가족이 다시 취침


24년 만에 베를린(여행으로 3일 다녀온 적이 있었다)은 이름만 익숙하지 모든 시스템이 달라 숙소까지 가는데 몇 시간을 허비하고 프랑크푸르트에서 산 심카드는 데이터가 활성화되지 않아 겨우 도착한 베를린 노이퀠른의 한 뒷골목.. 이곳은 베를린에서도 악명이 높고 무서운 곳이라는 구글에서 찾아본 소문과 지하철 역에서부터 풍겨오는 오줌 냄새, 길거리의 낙서와 지저분한 거리가 우리의 공포를 증폭시켰다. 날은 어두워지고 매서운 바람이 두려운 분위기를 더 증폭시키던 그때, 어떻게 연락이 되었는지 어머니 친구분이 그곳에 나와계셨다. 아빠한테 보낸 임시 목적지 주소를 혹시 몰라 아빠가 아주머니한테 보냈는데 아주머니가 걱정이 되어서 나오신 것. 24년 전 여행 때 뵙고 첨으로 보는 상황이라 많이 당황스러웠지만 아주머니는 우리의 '꼴'과 우리가 묵으려 했던 숙소를 번갈아 보시고는 두말없이 우리를 차에 태워 아주머니의 집으로 데려가셨다.


그곳에서 5일을 머물고 장기 계약한 숙소로 옮겼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노이퀠른이 약간 우범지역이긴 하지만 그렇게 겁을 먹을 정도까지는 아니었고, 지하철 오줌 냄새와 낙서는 베를린 전체에서 참으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무엇보다 당시 우리의 몰골을 상상하면 강도로 피해 가고 싶었을 몰골이었을 테니.....


가지만 앙상했던 임시 숙소 앞 트렙토우 공원. 밤에는 무서워 얼씬도 하지 못했다


베를린이라는 도시 이름만을 빼고 예상과 다르고 상상과도 다르고 생각과도 달랐지만 이렇게 우리는 독일에 도착하게 되었다.


... 이것이 바로 2014년 우리 가족의 모습이다(눈물이...).


독일에서 살며 아이를 키운다는 모습만이 조금 다를 뿐 우리 가족은 한국 혹은 세계의 여느 가족과 다르지 않다. 내가 이곳에 기록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성장하며 느끼는 것들이다. 가깝게는 미래의 내 아이들이 나를 더 이해하고 또 배울 수 있는 기록으로서, 멀게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기록으로서, 마지막으로 나 스스로가 반성하고 더 배울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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