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다른 시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지연 May 17. 2018

아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괜찮습니다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 &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


결혼 5년 차 후배, 일 이야기 말고는 개인적인 이야기는 거의 나눠본 적 없는 그녀가 어느 날 내게 조심스레 내게 물었다. “선배는 아이를 왜 낳았어요? 아이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결혼은 했지만 아이는 아직 모르겠다며 두 사람만의 생활에 충실하게 살고 있었다. 일단 부모가 될 자신이 없고, 나도 힘든 이 세상에서 아이가 살아가는 게 별로 행복할 것 같지 않았다.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게 두렵다고도 했다. 그런데 최근 부모님이 완강하게 아이 낳을 것을 강요하며 “아이를 낳지 않을 거면 이제 찾아오지도 말라”고 하셨다는 것이다. 


부모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만나기만 하면 서로 경쟁하듯 손주 자랑을 늘어놓는 친구들 사이에서 한 마디도 못하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모님의 행복을 위해, 아이를 낳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아이의 문제라면 오롯이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할텐데 아직 책임질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출산에 대한 압박을 받는 이들의 소리없는 아우성이 커져만 가고 있다. 


딩크(Double Income, No kids)가 자연스러운 문화가 되고,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존중받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어 가는 와중에도 유독 ‘출산’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이기적이야’라는 비판, ‘나이들어 어떡하려고’라는 걱정을 가장한 비난, ‘부부사이가 나빠져’라는 근거없는 걱정까지. 아이 없이 살아가는 이들이 받아야 하는 세상의 목소리는 가혹하기만 하다. 





아이 없이 살기로 결심한 자신의 이야기와 자신과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 이야기를 담은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를 읽다보면 그들이 맞닥뜨리는 상황은 상상 이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 없이 산다고 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들어온 말들. ‘아직 철이 들지 않은 사람’,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 ‘어딘가 아픈사람’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는 듣고 흘려보내기란 쉽지 않았다. 부부가 충분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대답에도 사람들은 ‘이기적이야’, ‘나중에 후회하려고’라는 근거 없는 충고를 내뱉었다. 


국내에서도 사랑받는 일본의 에세이스트 사카이 준코의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우리나라와 결혼, 자식에 관한 생각이 비슷한 일본 사회에서도 아이 없이 살아가는 여자들은 이기적이라 비난받는다. 작가는 ‘정말 아이가 없다고 나중에 후회하게 될까’라는 생각에 고민을 시작했고, 그 사유의 과정을 책에 담았다. 


각 권의 책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는 모두 다르지만 그들에게 발견되는 공통점은 있다. 바로 아이를 낳은 사람이든, 낳지 않은 사람이든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단 하나, ‘행복’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라는 것.      



“이 세상에 태어나 한 번뿐인 인생을 살아가는 목적은 행복이다.
출산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닌, 행복으로 가는 여러 갈림길 중 하나에 해당한다.
 ‘둘이 행복하기 위해 어떤 길을 걷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배우자와 충분히 나누고 있다면, 어떤 선택이든 그들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
계획 없는 임신이 축하받아 마땅한 일이라면,
심사숙고 후 선택한 ‘아이 없는 삶’도 이해와 지지를 받을 가치가 충분하다.

_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 36쪽     



우리가 타인에게 직업을 강요하거나 삶의 방식을 강제할 수 없는 것처럼 아이를 낳는 문제도 오롯이 그들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아이가 있어도 이기적이라 비난받는 사람도 있고, 아이가 생겨 부부관계가 더 나빠졌다고 하소연하는 친구도 있는 것처럼 단지 아이의 유무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다.  


아이는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괜찮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두 권의 책 모두 “아이를 낳지 말자”는 책으로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두 권의 책 모두 그저 아이를 낳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며, 세상에는 아이가 있는 가정만 있는 것이 아닌 부부만 존재하는 가정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니 말이다. 


아이를 낳아야 하나 고민하는 사람들, 나와 같이 아이는 있더라도 아이 없는 친구들을 더 이해하고자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들은 읽어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늙었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건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