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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연 Jul 18. 2018

완벽한 결혼생활 매뉴얼이 있다면, 우리는 영원할까?

<거의 완벽에 가까운 결혼>




우리 결혼은 영원할 수 있을까? 결혼을 망설이는 사람들, 이제 막 결혼 한 사람들, 결혼하고 10년을 산 사람들도 확신하지 못하는 문제가 바로 결혼의 영원함이다. 처음 서로가 사랑했던 그 열정만큼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떨림과 식지 않는 애정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살아가기를 모두가 희망한다. 하지만 현실은 처참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엔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넘쳐나고, 이혼율은 점점 올라만 가니까.


그렇다면 완벽한 결혼생활에 관한 매뉴얼을 만들어 서로가 그것을 지키도록 약속하고, 제 3자가 부부의 매뉴얼 준수 상황을 감시해준다면 어떨까? 가령 이런 식이다. 이혼 사유 중 많은 부분이 배우자의 외도에서 비롯되는데 대부분 그것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만든다. 그러니 ‘절대 비밀을 만들지 말고, 배우자에게 모든 것을 다 털어 놓을 것’이라는 약속을 만들고 지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 경우 제 3자가 개입해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는다.


이른바 ‘협정’이라는 것을 만들어 부부가 함께 가입하고, 그들이 제공하는 매뉴얼을 지키며 완벽한 결혼을 꿈꾸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소설 <거의 완벽에 가까운 결혼>에 나오는 이야기다.



- 규칙 3.5 선물 : 모든 회원들은 배우자에게 달력 기준으로 매달 한 가지 선물을 해야 한다. 선물은 특별하고 전혀 예상치 못한 물건이거나, 세심하게 선택한 행동 또는 최대한의 재능을 발휘한 행위여야 한다.
- 규칙 3.8 여행 : 모든 회원들은 4분기에 한 번씩 여행을 계획해야 한다. 여행은 반드시 집 밖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36시간 이상 지속되어야 한다.



이제 막 결혼식을 올리고 돌아온 제이크와 앨리스 앞에 선물 하나가 도착한다. 이른바 협정 초대 카드. “당신은 결혼 생활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랍니까? 두 사람은 결혼 생활을 영원히 이끌어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의향이 있습니까?” 이제 막 결혼생활을 시작한 부부에게는 “네”라는 대답이 너무 당연한 질문을 받은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협정에 가입하고 협정 회원으로서 지켜야 할 매뉴얼을 전달받는다.  

      

협정에서 제공하는 매뉴얼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일종의 서로간의 약속과 같은 것이다. 한 달에 한 번씩은 서로에게 선물을 해야하고, 1년에 한 번씩은 함께 여행을 가야한다. 상대에게 걸려오는 전화는 반드시 받아야 하며, 각자는 처음 결혼식을 올렸을 때의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일 보다는 부부의 일이 항상 먼저여야 하며, 서로에게 비밀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언뜻보면 너무나 당연하며, 모두가 꿈꾸는 이상 그대로의 결혼생활을 적어둔 것이다. 제이크와 앨리스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협정이 자신들의 결혼생활을 도와줄 것이라 여겼고, 협정을 따르는 것만이 자신들의 완벽한 결혼생활을 만들어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협정은 이들 부부를 옥죄여 왔다. 결혼생활은 매뉴얼대로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소설은 ‘협정’이라는 단체에 대한 궁금증과, 그 뒤에 숨은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전개되지만 그것보다 더 의미 있는 건 제이크의 입을 빌어 작가가 던지는 ‘완벽한 결혼생활’에 대한 정의다.


제이크는 이혼 위기에 처한 부부를 상담하는 상담사로 등장하는데, 그는 상담을 위해 다양한 자료를 찾고, 결혼생활에 대한 수많은 상담사례를 살핀다. 대체 왜 모두가 사랑해서 결혼하는데 헤어지는지, 왜 모두가 노력하고자 시작했는데 포기하고 마는지 그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에 깨닫는다.


“나는 결혼이라는 것이 우리가 함께 통과해야 할 관문이라고 생각했다. 새집에 들어갈 때도 그렇듯이 결혼에 한 발을 들이면 보통은 그곳에서 변치 않고 평생 살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나는 틀렸다. 결혼은 꾸준히 변하는 생물이며 배우자 둘 역시 각자, 또 함께 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결혼 생활은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변할 수도 있고,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변할 수도 있다. (510쪽)”


결혼이란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며, 두 사람의 변화 속에 결혼 생활 역시 변화하며 적응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니 정답은 오직 둘만이 알고 있으며 그 누구도 두 사람의 결혼에 대한 해답을 찾아줄 수 없다. 완벽한 결혼생활을 원한다면 바깥에서 답을 찾으려 하지 말아라. 600쪽이 넘는 소설치고 너무 뻔해 보이는가? 결혼이란 그런 것이다. 어떤 길이 정답인지 몰라 오랜 시간 갈팡질팡 하지만 해답은 아주 단순한 데 있다는 것. 마치 이 소설의 결론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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