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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ur planEAT 아워플래닛 Apr 17. 2019

한 입에 반한 스리랑카

스리랑카 첫 먹방!!


OUR FOOD STORY


어느 나라, 어느 도시를 가든 어시장에 들렸다가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시장 앞 동네 밥집을 찾아 가는 것!! by 민영

바쁜 아침을 시작하는 시장에는 상인들이 애용하는 식당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니곰보 수산시장을 방문했을 때는- 다른 도시에서 처럼 어디에 먹을 만한 식당이 있는지 알아보지 않고- ‘반드시 있을’ 그곳을 찾는 데에 운을 맡겨 보기로 했다.


아직도 오전의 열기를 품은 시끌벅적한 시장의 맞은편 도로,

불법 복제씨디나 옷가지 같은 잡화를 파는 상점들 사이로 작은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왠지 저 집 맛있을 것 같다'라는 아우라를 풍기고 있는 그곳에는

뚜껑이 덮여 있는 여러 음식들이 깔려있었고 가게 안쪽에서는 상인모여 식사를 하고 있었다.


지난밤, 스리랑카에서의 첫 끼를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식당에서 먹었던 터라

처음 만나는 로컬 음식에 대한 기대가 컸다.

주인에게 식사가 가능한 지 간단히 물어보고 터질듯한 호기심으로 뚜껑을 하나하나 열어보았다.


금방 만든 음식의 온기와 함께 진한 향신료의 향이 퍼진다.

매운 맛에 익숙한 한국인이라면 금세 친해질 수 있는 익숙하지만 낯선, 이국의 맛 by 민영

종교적 금기와 상관없이 누구나 먹을 수 있어 거의 어느 식당에서나 볼 수 있는 달(dhal)에서부터

호박과 줄기콩으로 만든 채소커리, 치킨커리, 비프커리, 길쭉한 쌀로 고슬고슬 지은 밥까지

단출하지만 완벽한 구성의 메뉴가 준비되어 있었다.


한쪽 끝에 있는 그릇에는 익숙한 비주얼의 재료로 만들어진 커리가 있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응? 곱창이 보인다.


뭐 특이한 거 없나 궁금해하던 차,

반가운 마음에 정체를 주인에게 물으니 소내장커리라고 한다.


현지어로 Baabath curry (바바쓰 까리)로 불리는 이 음식은  코코넛과 쌀가루를 함께 쪄서 원통형으로 만든 pittu(삐뚜)나 밥을 곁들여 먹는다

처음 먹어보는 내장커리는 충격적일 정도로 맛있었다.

곱창, 벌집양, 양이 돌아가며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느끼게 하고,

씹으면 씹을수록 익히 알고 있는 내장의 고소함과 소스 안의 향신료들이 함께 퍼져 나와 입안 구석구석을 자극했다.

그야말로 입안에서 축제가 벌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민/ 태어나 먹어본 커리 중에 제일 인상적인 맛이야!!! 나 정말 스리랑카 음식에 반했어.

이거 뜨리빠의 스파이스 버전이라고 해야 하는 거야??  


윤/ 응, 그렇다고 볼 수도 있지.

인도에 사는 동안엔 한 번도 못 본 음식인데, 힌두교의 영향 때문에 인도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소고기로 요리를 하는 것이 금기시되거든.

스리랑카가 불교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무슬림 인구도 상당한데 이런 요리들은 무슬림 커뮤니티 중심으로 만들어진 요리라고 하더라고.


식재료로써 내장은 모든 사람들의 지지를 받진 못하지만 요리사에게는 훌륭한 재료이다.

식당에서 주로 사용하는 익숙한 고기 부위들보다 조금 더 손이 많이 가고 특별한 조리법을 요하지만

내장요리는 소외되는 재료들을 멋지게 승화시키는 방법이자 어느 나라에서건 별미에 속한다.  

게다가 가축의 생명을 담보로 취하는 것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중하게 소비해야 마땅하다.


스리랑카는 여러 나라의 식민지배를 받으며 다양한 영향을 받았는데

내장을 요리에 사용하게 된 것은 수백 년 전 네덜란드 정착민에 의해서였다.

당시에는 버려지던 소의 내장은 피지배자들에게 제공되었고

소고기 사용에 대한 금기가 없는 무슬림들을 통해 이어져 지금까지 이 지역 사람들의 식탁에 올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스리랑카 전통 음식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내장요리를 좋아하는 나에게 내장과 향신료의 만남이라는 것은 무척이나 창의적으로 느껴졌다.

다른 커리들에 비해 소내장커리는 향신료의 향이 강한 편인데 당연히 내장 특유의 향을 잡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내장 특유의 맛과 강렬한 커리의 향은 이곳에서 자주 사용하는 레몬그라스, 코코넛과 같은 재료들과 결합해

지속적이고도 섬세한 향으로 식욕을 자극하는 아주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때론 흰 밥을 먹듯 ,때론 잡곡밥을 먹듯!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by 민영

주방 한쪽에는 로띠(roti)를 만드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고, 큰 밀가루 반죽이 따뜻한 열기를 그대로 받으며 신나게 발효 중에 있었다.

주로 물과 밀가루, 소금 그리고 약간의 식용유만으로 만들어지는 이 폭신하고 납작한 빵은 밥 대신 소비되는 커리의 가장 친한 친구이다.

같은 반죽을 어떤 크기로 만들어 굽는가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기도 하고, 달걀과 채소로 속을 채우면 빠라따(paratha)라는이름이 붙기도 한다.

간식이 필요한 순간마다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해 준 베지터블 로띠도 이 반죽을 기본으로 해서 향신료에 볶은 찐 감자로 속을 채운다.

 

한 입에 반한 스리랑카의 맛

스리랑카에서의 공식적 첫날, 첫 끼니에 이 정도의 감동이라면 앞으로는 어떨지 걱정 아닌 걱정이 들었다.


향연에 가까운 거나한 아침식사는 이후로도 여러 번 있었지만

니곰보 수산시장 이름 모를 밥집에서 먹었던 이 황홀하고 행복했던 식사의 기억은

여전히 강렬한 맛으로 남아있다.


by 김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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