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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 May 25. 2021

'넌 어떻게 지내?'

다만 '존재'하는 중

카톡으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친구가 물어왔다.

친구의 육아휴직 스토리, 그러니까 엄연히 말하자면 남얘기에 열올리던 나는

순간 답할 말을 잃고 멈추었다.


나는 어떻게 지내지?

'잘' 지낸다는 대답을 하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다.


(돈을 버는) 일을 하지 않는다.

'육아'라는 반론의 여지없는 든든한 변명이 있기에

안전하다. 불성실한 거 아니냐, 집도 돈도 없으면서 무책임한 거 아니냐, 일하며 육아도 잘하는 엄마들이 널렸다며, 가끔 스스로를 비난해 보기는 한다. 그러나 비난보다 가난보다 두려운 것은 나의 폐허라서, 나는 불성실과 가난(먹고는 산다)을 택한다.


어떻게 지내?


성의껏 남편을 출근시키고, 몇 번의 욱을 참아내며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나면, 나는 그냥 '존재'한다. 열라게 살림을 하기도 하고, TV를 틀어 놓고 시간을 허비하기도 하며, 거룩하게 말씀 보고 기도하기도 한다. 운동을 하기도, 혼자 나가 막 싸돌아 댕기기도 하고, '독서가'인양 열정적으로 책을 읽기도 하다가, '작가'라도 된 양 글을 막 써대기도 한다.

이게 대체 뭘 하며 사는 거냐고

내 스스로에게도 답이 되지 않아

나는 '어떻게 지내'냐는 질문에 동안 답하지 못한다.


들여다보니 나는

그 시간에 오롯이 존재하는 것 같다.

징글징글한 내향적 인간이 남편과 아이들과 부대끼기며 함께 살아가기 위해, 그것을 행복이라고 느끼기 위해 필요한 전제 조건이 내겐 '존재하는 시간'이다. 돌고돌아 몇 바퀴 지긋하게 돌고 나니 이제 알겠다. '존재'하고 나면, 비로소 아이와 남편을 환대할 수 있다 거.



친구야,

그러니 나는 나의 방식을 찾아 일단 '잘' 지내고 있는 것 같구나.


너의 육아휴직을 응원한다! 너가 지금 찾은 너의 최선일 테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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