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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 Sep 24. 2022

애쓴 하루

인생 리모델링, 될까? 2

애쓴 하루였다

몸에 밴 관성을 거스르기 위해서는

꽤 애를 써야 했다


속 편히 꾸물거리는 아이를 겨우 시간에 맞춰 등교시키고 헉헉거리며 돌아왔다

온 가족이 일어나 입고 먹고 나가느라 잔뜩 헝클어진 집안꼴을 마주한다

청소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청소를 끝낸 사람마냥 이미 나는 지친다

오늘도 모르는 척하고 내 책상으로 숨어들고 싶은 유혹이 덮친다

유혹은 강렬하다

잠깐 숨이라도 돌리고 쉬었다가 할까


그러나 나는 스스로 꽤 많이 너무 많이 속았던지라

그 잠깐이 아이가 돌아오는 시간까지 지속될 거라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쉴수록 내가 무력해진다는 걸

그리고 결국 아이가 돌아오는 시간을 두려워하게 된다는 걸 알고 있다


 



이렇게 살지 말자는 힘없는 결심에 지친 나는

오늘은

드디어 비로소

숨을 참고 집안 정리를 시작한


대강만 하자는 마음으로

아이를 반길 수 있을 만큼은 치워놓자는 마음으로

몸을 움직였다

흩어진 물건들을 제자리로 복귀시키고 쓸고 닦고 빨래를 돌리고 설거지를 했다

탄력이 떨어질까 서둘러 재촉하며 빠르게 움직이다가  

쫓기듯 하는 것이 억울해져 느릿느릿 음미하기도 했다

모두가 하고 사는 평범하고 반복적인 살림살이 앞에서

나는 이렇게 전투를 치렀다

무척 애를 썼다




헐렁하고 살고 싶은 마음과

탄력 있는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의 균형을 맞추려 저울질을 한다


삶을 놔버리거나 지나치게 애쓰거나 늘 양극단을 오가며 그 간극 사이에서 몸과 마음이 축나버린 것 같아


적당히 애쓰며, 적당히 편하게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적정선찾으려

조금 과하게 애쓰는 시간들이다


*오늘 렇게 애쓰며

아주 조금은 삶의 각도를 틀었다고

나는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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