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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 Sep 25. 2022

이 하루를 긍정할 수 있었던 건,

인생 리모델링, 될까? 3

의도하지 못했던

한 터럭의 낭만을 만난 날이다


긴 하루 중 찰나에 불과했지만

'애쓰며' 산 하루가 헛헛하지만은 않은 걸 보면

시덥잖은 낭만이라고 우습게만 볼 일은 아니다

 

남편 없이 아이들을 보는 주말은

때론 보내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시간이 되곤 한다


하루는 길었다

길게 늦잠을 자 주기를 바라는 주말 아침이면 아이들은 스스로 벌떡 잘도 일어나고

굳이 먹으려 들지 않던 아침 식사도

꼬박 챙기곤 한다

그렇게 일찌감치 시작된 주말의 아침

아침을 먹고 나니

벌써 심심해를 외치고 둘이 붙어 번갈아가며 싸움을 거는데

아 이 하루를 어찌 보내나 싶다




"옥상 갈래?" 

아이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텐트 쳐 줄게" 

아이들은 옷을 걸쳐 입고 먼저 문밖으로 나선다

그늘이 채 내려앉지도 않은 너무 이른 시간이지만

땡볕을 맞더라도 좀 더 넓게 우리의 공간을 옮겨 보자

오르락내리락 소소한 짐들을 옮겨가는 사사로운 수고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뜨거운 가을 땡볕과 선선한 가을바람이 번갈아가며

덥고 쌀쌀한 기운이 수시로 바뀐다

뜨겁다 싶으면 구름이 해를 가려 선선해지고 쌀쌀하다 싶으면 구름이 해를 비껴 따뜻해지며

반나절을 보낸다


아이들은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며 놀잇거리를 찾고

좀처럼 적극적으로 놀아줄 마음 없이

장난감 몇 개와 간식 꾸러미만 던져 준 엄마는

독서 욕심을 부렸다

텀블러에 가득 커피를 담아와

한 모금 마시느라 고개를 젖혔는데


와 하늘이다 


아래로 마음을 몽글하게 하는 문장들이

커피를 머금느라 위를 향할 때면 낮고 파랗게 빛나는 하늘이

내게 담겼다


클라이막스


종일 먹이고 들어주고 치워주며 보낸 하루

그런데 이 하루에 이 한 장면의 클라이막스가 불쑥 들어서니

이 하루가 한결 낫다고

아니 꽤 근사하다고

느껴진다


잠깐의 한 잔 커피가 주는 위로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주는 위안

겨우 하늘 한쪽 올려다봐 놓고 동동거리며 유난을 떠는 일을

나는 오늘 반기고 환대했다

하루가 길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화내지 않고 넘어간 날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하루에 대한 긍정이 내 몸에 스민다   


*무너진 나를

헝클어진 나의 삶을 다시 세워간다

애쓰며

애쓰는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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