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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 Sep 26. 2022

정복하지 못한 살림

인생 리모델링, 될까? 4

살림을 대하는 마음이

포근했으면 좋겠다

그 마음이 곳곳에 닿아

나의 사는 공간이 포근한 생활감을 풍기며

나와 내 가족의 삶을 감싸주면 좋겠다




좋은 마음으로 자분자분 살림을 대하고 싶다

그런데 그것이 그토록 어렵다

8년째 헤매는 중  


오늘도 결국

애쓰고 애쓰다 살림을 향해 한숨을 내뿜고 말았다

버겁다가

원망스럽더

억울하고

화가 났다


집이 마구 헝클어져버리지 않도록 순간순간 애써 치워 댄 것 같은데

집은 어느 순간 엉망이 되어 있었다

설거지를 밀려두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어느새 설거지는 한가득 쌓여있고

특히나 빨래를 개는 일은 더욱 미루지 말자고

흩어지고 섞여 있는 빨래들을 보며 스트레스를  받느니

빨리 정리해 버리자고 그렇게 마음을 먹었는데

정리되지 못한 빨래들이 머리카락에 섞이고 먼지가 붙은 채 널브러져 있다


느긋하게 기대 순간이 없는 것 같은

대체 왜?

가족들이 집에서 뒹구는 이틀 간의 시간 동안

나의 애쓰는 속도는 아이들이 어지르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결국 버거워지고 화가 나고

아이들에게 좋은 습관을 들이지 못한 것 같다며 자책한다

본인은 노력한다고 하지만 내 기준에 늘 설렁설렁 대강인 듯하여 남편에게도 화가 나고

나는 왜 이 셋을 따라다니며 치우기만 해야 하나 억울한 서글픔이 인다

겨우 산더미 같은 빨래를 정리하고 (그래 나는 애쓰기로 했으니까)

이제는 앉아볼까 싶었는데

소분해 얼려야 할 고깃덩이들이 덩그러니 싱크대에 놓여 있다

나도 모르게 짜증스런 한숨이 새어 나왔다

누가 들으라는 건지 투덜대고 있다


좋은 마음으로 자분자분 하자는 결단은 이렇게 또 한 번 넘어지고 말았다




살림을 싫어하지 않는다

좋은 마음으로 자분자분 할 때의 포근한 행복감

나와 가족들을 위해 정갈하게 음식을 다루는 일, 물건의 주인 공간의 주인을 생각하며

사랑과 축복의 마음으로 정리하고 청소하는 일은 내게 충족감을 준다


여전히 정리되지 못한 많은 물건 때문일까

내가 기준이 지나치게 높은 걸까

남편이 애초에 정리를 너무 못 배운 사람이라 문제인 걸까

다 해주는 게 사랑인 줄로만 알고 아이들을 너무 오냐오냐 키운 걸까

정리에 예민했던 친정아빠의 유전자가 내게도 흐른 걸까

내가 체력이 달려 그런가

혹시 내가 우울증은 아닐까


내가 추측할 수 있는 모든 이유들을 끄집어내어  

하나하나 싸움을 걸어 본다

물건을 비우고 기준을 낮추고(사람이 사는 집은 다아 그렇다아!!!)

남편의 노력과 한계를 인정하고

아이들을 다시 하나하나 가르치고

운동을 해서 살림할 수 있는 체력을 키우고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하여 싸워보자


*나는 꼭 한 번 이겨보고 싶은 거다

홀로 은밀하게 성취해보고 싶은 거다

그리하여 그다음은 무엇인지 닿아 보고 싶다

오늘도 애써봐야지

좋은 마음으로 자분자분


*정복하다: 다루기 어렵거나 힘든 대상 따위를 뜻대로 다룰 수 있게 되다


뜻대로! 다룰 수! 있게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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