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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순이의 외출
인생 리모델링, 될까? 5
by
조인
Sep 27. 2022
집이 좋다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들이 등교와 등원을 하고
홀로 남겨진 집은 특별히 더욱 좋다
어지러진 집안꼴이 지긋한
날들에도
집을 지켰다
낡은 옷을 헐렁하게 걸치고
주섬주섬 음식들을 꺼내 먹으며
방해 없이
유투브의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대는 시간들을
쉼으로 삼았다
좀 에너지가 오르는 날이거나
좀 잘살고 싶어지는 날이면
정리와 청소를 벅벅 해대기도 했다
그러나 쉼이 더 이상 쉼이 되지 않고
청소를 해대도 기분이 환기되지 않는 시간들이 온다
더 쉬어볼까, 더 청소를 해볼까
아니면 누군가가 집도 쉼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집이 쉬도록 나도 좀 나갔다 와야
하는 걸까
요 며칠 새 자꾸 툴툴거리는
내게
남편이 브런치를 제안했다
그다지 내키지 않았지만
늘 먹던 아침 식사와 늘 머무르는 나의 집과
기대감 없이 뻔한 부부의 시간이 지겨워
집을 나서본다
차문을 열어 갇힌 공기를 내보내고
한가한 도로를 좀 달렸다
집에서 창문으로 보는 하늘이나 옥상에 올라 바라보는 트인 하늘이나
다를 바 없는 같은
하늘이거늘
차창 밖으로 달리며 바라보는 하늘은 또 다른
기분과 에너지를 주는구나
아침이면 늘 마시는 커피인데
이곳 카페에서 받아 드는 커피는 온도도 향도 달라 낯설고 새로운 느낌을
준다
집순이도 때론 외출을 해야 하는구나
아니 집순이는
머무르려는 관성을 깨고 좀
더 의도적으로
외출을 해야 하는 것 같다
공간을 이동하고
낯선 향의 커피를 마시고
조금은 꾸며
입어 좀 더 괜찮아진 나를 바라보고
또한
집도
나를 좀 뱉어내고 쉼을 누리도록 해야겠구나
한 때 발이 닳도록 쏘다니던 나,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홀로 먼길을 훅훅 잘도 떠나던 나를
마치 처음부터 집순이였던 것처럼 잊고 있었다
공간이 달라서인지 커피 향이 달라서인지
오늘은 남편과의
대화도 꽤 괜찮았다
우리는 오래간만에 희망 소망 이런 것들을 이야기했던 것 같다
*
돈이 많고 시간이 많으면 뭐하고 싶어?
_집에서 헐렁한 옷을 입고 책 읽고 싶어
돈이 없고 시간도 없지만
집에서 헐렁한 옷을 입고 책을 읽는다
돈에 대하여 시간에 대하여
불안해하거나 절박해하지 않아도 된다
(고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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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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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삶의 호환. 글이 고여 글을 씁니다. 지금은 아마도 혹독한 '마흔앓이'중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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