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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 Oct 09. 2022

험난한 미니멀 라이프의 진입로

인생 리모델링, 될까? 15

장바구니에 담아 놓았던 물건들의 목록을

하나씩 지워 나간다


일단 가장 비싼 로봇청소기


이건 집안의 물건들과 아이들의 장난감이 더 많이 정리되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자

지금 로봇청소기를 들인 들

청소기가 맘껏 청소를 할 수 있도록 바닥의 물건들을 치워주어야 하는 단계에서

나는 더 큰 스트레스와 수고를 감당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저 물건들이 아니라면

아이들이 쉴 새 없이 늘어놓고 꺼내 놓는 장난감들이 아니라면

로봇이 청소를 대신해 주지 않더라도

청소가 그다지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물건 정리에 지치고

그 후에 쓸고 닦으려니

나는 매일 로봇청소기의 유혹을 받는다

주말을 맞아 더 실컷 장난감 난장판이 된 집안을 수습하며

나는 지금 내 집이 로봇청소기가 문제가 아니란 걸 오히려 깨달은 것 같다


다음으로는, 꽤 고급진 밀폐 저장용기

 

내용물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 재질의 고급져 보이는 밀폐 저장용기를

구입해야만 할 것 같았다

일단 공동구매 기회가 있어 값이 쌌고

냉장고와 싱크 대장이 너저분하지 않게 정리될 것 같고

반찬을 잘 해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결제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냉장고를 정리하고 싱크대를 정리하면

한 세트의 충분한 저장용기가 나온다는 걸 모르는 척  수는 없었다

더 미련이 생기기 전에 장바구니에서 삭제해 버린다


이걸 사면 삶이 이렇게 변할 거야라는 속삭임에

꽤 많이 속아 왔다

수없이 많은 미니멀리스트들의 말처럼 물건을 새로 들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비워 내야 삶이 변한다는 걸

돈 쓰며 몸소 체험한 바 많으면서도

자본주의의 유혹을 달관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좋은 것이 참 많고

좋은 것이 너무나 계속 나오는 세상에서

나는 자꾸 뭔가 부족하다는 결핍의 늪에 빠진다


끊임없이 다이어트와 요요를 반복하는 사람들처럼

나의 미니멀 라이프는 여전히 이상의 영역에 있다

이 한 살림을

최적화시켜보는 경험을 한 번 맛본다면

나는 그게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만 같아서, 

자분자분 좋은 마음으로 단정하게 살림할 수 있다면

그 마음으로 다른 어떤 일들도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이 미니멀 라이프라는 걸 포기할 수가 없다


엄마가 청소부냐며 아이들에게 격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오늘도 삶의 군더더기를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한 줌이라도 비워내겠다는 결심


*

한 줌 한 줌 비움을 쌓아

나도 한 번 가벼워 보자

홀가분해 보자

무겁고 버거워 자꾸 신경질이 나는 일상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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