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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shin ST May 27. 2018

도시재생 Vs. 아파트 재개발

서울시 종로구 사직 2구역 도시재생 과정을 통해 보이는 주민들 간의 갈등

도시재생은 나라의 정책이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책이다. 대기업 건설사에게는 반갑지 않겠으나 도시사회적 관점, 시대의 흐름상 도시재생은 숙명과도 같다.


박원순 시장이 인터뷰에서 '도시재생은 모두를 지우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고쳐서 다시 쓰는 것'이라 말했다.


도시재생 과정에서 전면철거를 피할 수 없는 지역이 분명 존재한다. 여기서 문제는 전면철거가 동네 전체가 되어야만 하느냐 아니면 동네의 일부만 해야 하느냐가 도시재생 지역 내에 가장 큰 의견 갈등이다.


동네를 전면 철거해 아파트를 지어야만 사업성 면에서 모두에게 이득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는 주민들 Vs. 평화롭게 잘살고 있는데 멀쩡한 집을 부수어서 수억 원의 재개발 분담금으로 인해 은행에 빚지고 살거나 집을 팔고 동네를 떠나는 게 싫으니 전면철거가 필요한 곳만 진행하라는 주민들


동네 전면철거를 주장하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차의 진입이 불가능하고 주거환경이 열악해 동네 전부 또는 일부 지역의 전면 철거를 통한 공동개발을 피할 수 없다. 이왕 건축비를 부담해야 할 바에 동네 전면 철거를 통해 아파트를 지어야만 사업성이 좋아 보인다.


동네 전면철거를 원치 않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신축이나 리모델링이 자립적으로 가능하고 현 상태로도 주거환경이 양호하여 동네 전면철거를 원치 않는다. 만일 아파트 재개발이 진행이 된다면 멀쩡한 집을 허물고 재개발로 인해 원치 않는 분담금을 떠안아야만 한다. 수억 원에 달하는 분담금으로 인해 은행에 빚을 지고 살거나 동네를 떠나야만 하는 운명에 처해진다. 그러니 전면 철거가 필요한 지역만 소규모로 주택정비를 진행하기를 바라고 있다.


분담금 문제를 논하자면: 용적률 150% 또는 200%에서 250% 또는 300%로 용적률 상향을 이용한 추가적인 아파트 세대의 분양 이익을 통해 재개발 비용이 상당 부분 충당이 된다면 모든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동네 전면철거를 통한 아파트 재개발이 설득력 있다. 그러나 현 정부의 정책으로는 용적률 상향의 혜택을 받을 가망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재개발에 필요한 비용 모두를 주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재개발이 필요하지 않은 주민들에게는 너무나 억울한 상황이 발생된다.


동네 전면 철거를 통해 아파트를 지어야만 사업성이 좋다는 주장의 밑바탕에는 우리나라 아파트 가치의 과대평가가 있다. 현재 아파트 가격은 정부의 정책, 대기업 건설사의 로비와 마케팅, 아파트 투기열풍 등의 영향으로 인해 많은 거품이 끼어 있다. 아파트가 무조건 좋다는 인식으로 심지어 시골에까지 아파트가 공급되고 있는 안타까운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아파트는 작은 땅과 작은 비용으로 집을 공급하는 데 있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에는 부인할 수 없지만 가장 비싼 평당 매매 가격이 형성되는 것에는 문제가 많다. 우리나라는 트렌드가 급속히 변하는 나라이다. 아파트 선호 트렌드도 충분히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아파트가 꼭 사업성이 좋다는 일반화의 오류는 피해야만 한다.


미국의 예를 들면: 주거선호도 및 매매가 형성은 단독주택, 타운하우스, 아파트 순이다. 개발 투입비용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매매가 형성은 당연한 이치이다.


용적률 상향을 통한 아파트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불가능하다면 아파트 위주의 개발은 큰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만일 용적률 상향이 가능하다 해도 지속되는 인구감소 및 과도한 주택 공급량을 고려했을 때 추가적인 문제들이 예상된다.


위치적 장점이 있는 아파트 재건축의 경우는 큰 문제는 아니겠으나 다른 아파트들은 사회적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세대수가 수백에서 수천 세대가 되는 아파트 단지에 개개인간에 생각이 다르고 주머니 사정이 다르다. 한 건물의 주인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대다수의 동의를 얻어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추진하는 데에만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리고 결국 무산이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아파트 개발이 최선이라는 주장은 과거의 결과가 앞으로도 같다는 가정의 오류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실수에서 나온 결과이다.


최근 불거지는 종로구 사직 2구역 도시재생 문제를 예를 들면, 동네의 일부 지역이 경사가 가파르고 차의 접근이 불가능해 전면철거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위치적 이점상 경희궁과 담을 공유하고 있고 근대문화재인 기상관측소와 선교사 건물, 홍난파 가옥, 한양도성과 인접해 있어 큰 틀을 바꾸지 않고 리모델링과 일부 철거를 적절히 섞어 도시재생을 진행해 산토리니와 같이 변모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어 보이지만 집들의 운명 결정은 주민의 몫이지 서울시청이 강요할 수는 없다. 이러한 특수한 상황에서는 좋은 대안을 제시하고 주민을 설득하는 일은 훌륭한 지도자(서울시청)의 의무이다.


지역 주민들이 전면철거를 기어코 하겠다면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전면철거가 필요치 않고 원치 않는 주민들까지 강요한다면 서울시청이 사직 2구역의 재개발을 강재로 막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자신의 주장이 무조건 옳다고 고집만 부리지 않고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 타협점을 찾아 서로 윈윈 하는 결론을 도출해야만 한다. 이러한 과정에 서울시청이 훌륭한 중재자 역할을 해줘야 하지만 방관만 하고 있어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서울시장 선거 유세의 일환으로 안철수 후보와 박문수 후보가 사직 2구역을 방문했고 박 후보를 만난 안 후보가 "제가 오전에 종로구 사직동을 갔는데 폭격 맞은 듯이 엉망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예 제가 잘 한번 챙겨보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 박원순 시장이 앞으로도 방관만 한다면 박 후보는 서울시장에 재당선이 되어서 안 되며 지도자로서 자질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바쁜 선거일정에 사직 2구역 일을 까먹지 않기를...


창신동 도시재생 케이스를 빗대어 도시재생은 투자 대비 효과가 없다는 비판이 많다. 도시재생이라는 방향 자체는 훌륭하지만 실행방법에 문제가 많아서 그런 것이다. 도시재생의 초창기에 벌어지는 시행착오를 발판 삼아 방법을 개선해 성공적인 도시재생을 이끌어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Written by Samuel_K

For Sustainable Development and Homest (Home + 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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