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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pm May 26. 2023

어쩜 그렇게 말을 잘해요?

스몰톡(Small Talk)이 필요해


요즘 사람들은 제대로 감정을 표현할 줄 모른다던데.

그래서 화가 나도 "와 대박", 멋진 풍경을 봐도 "와 대박",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와 대박" 한다고.


아니, 이거 완전 나잖아?

와 대박





말 잘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조리 있게 말을 잘하는 사람, 일목요연하게 요점을 잘 정리하는 사람, 기승전결에 맞춰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어떡하면 말을 그렇게 잘할 수 있을까?


몇 분 동안이나 수상소감을 말하는 TV 속 배우들, 막힘없이 건배사를 읊는 노련한 회사원들 모두 존경스럽다. 고맙다고 말할 때도 나는 그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뭐뭐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고 달리 표현할 방법을 몰라 저엉말 감사하다든지 너어무 죄송하다든지 하는 식으로 밖에 말을 못한다.


요즘은 특히 스몰톡을 잘하는 사람이 부럽다. 너어무 부럽다.

공무원 시절엔 과제 연구책임자인 교수님들을 모시고 발표를 들을 때가 많아, 회의실까지 모시고 가는 동안 스몰톡을 해야되는 상황이 자주 있었다. 그때마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어요, 오는 길이 멀진 않으셨어요? 오늘 날씨가 너무 덥네요 (혹은 춥네요)" 하는 내 레파토리가 끝나고 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고요 적막 속에 마네킹처럼 뚝딱거리기 일쑤였다.


'말 잘하는 사람'하니 그분이 번뜩 생각난다.

내가 첫 회사에 다닐 때 자주 타임을 가졌던, 부잣집 페르시안 고양이같이 생긴 선임님이신데 매일 어쩜 그리 다양한 주제로 재미나게 말씀하시는지 같이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20분이 쏜살같이 지나가곤 했다.


선임님, 잘 지내고 계시온지...!


사회,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아주 박식한 데다 '해외여행 가서 운전 중에 갑자기 차바퀴가 빠져버린 일' 같이 무슨 시트콤에서나 나올 법한 일들이 본인 주변에서 자주 일어나는 분이었는데, 아는 것도 많으시고 묘사를 아주 찰떡같이 잘해서 듣고만 있어도 TV프로그램 한 편을 본 것처럼 느껴지는 타고난 이야기꾼이셨다. 그러면서도 이야기를 마치고 나면 약간 머쓱한 듯이 "흠흠. 오늘도 나만 얘기했네, 너무 쓸데없는 말을 많이 했나? 다음번엔 둘도 얘기 좀 해요"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시곤 했다.


쓸데없는 말을 잘하는 사람은 얼마나 용기 있는 사람인가?

요즘 이런 생각을 종종 한다. 나는 뭔가 얘기를 할까 하다가도 '아니야, 이걸 얘기해서 뭐 해.' 하며 입을 꾹 닫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쓸데없는' 말을 잘하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인다. 안물안궁, 시답잖은 얘기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 말할까 말까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일단 지르고 보는 그 강인한 추진력! 다른 사람이 나의 말을 어떻게 평가할지 크게 개의치 않는 용기, 그 담대함!


아무튼 세상 재미난 일들은 사실 대부분 '달리 쓸데없는' 이야기들이니까. 

쓸데없게 느껴질 수 있는 말을 스스럼없이 해주는 사람들이 삶에 적당히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밥만 먹고 살 수는 없듯이, 한 번씩 팥빙수도 먹고 크레페도 먹어줘야 하는 것처럼.


회사를 그만두니까 쓸데없는 말을 들을 데가 별로 없어서 아쉽다.

여기 브런치엔 너무 쓸모 있는 글들이 많다.

내가 쓸데없는 글들을 써서 물을 좀 흐려줘야겠다.




                                                   Image: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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