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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림 May 01. 2020

실은 딸기는 봄이 제철


농사를 짓는다 - 덥고 짜증난다 - 기분전환이 될 뭔가를 먹고 싶다 - 직접 만든다

농사를 짓는 것은 힘들지만 고도의 기술보다는 정직한 시간과 노동을 필요로 한다.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 이치코는 작업을 하면서 늘 뭘 먹을지 고민한다. 코로나 시대 속 나 또한 하루 삼시세끼 뭘 먹을까 고민하며 지내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먹는 양에 비해 움직이는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자꾸 살이 찐다는 점? 

나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 좋아한다. 머리가 고민으로 꽉 차거나 생각의 실타래가 마구 얽혀버렸을 때 언제나 이 영화에 기댄다, 맥주 한 캔 홀짝이면서. 영화는 삶의 단편을 보여주는 것이니까 이 영화 안에서 커다란 갈등이나 고민이 현실처럼 서술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먹(고 살)기 위해' 농사를 짓고, 그렇게 자라난 작물을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이치코의 삶의 태도가 단순하고 솔직해서 좋았다. 사실 산다는 건 대단한 게 아니다. 곯지않고 먹고 마실 게 있으면, 인간은 어떻게든 살아간다. 그리고 그렇게 그저 살 수 있다는 것 만으로 충분한 게 아닐까? 물론 식혜의 톡쏘는 청량감을 함께 맛볼 한밤의 친구까지 있다면 더욱이 완벽하다. 








일본요리는 제철소재를 60%, 제철이 지나가는 마지막 소재를 20%, 이제부터 제철을 맞이하는 식재료를 20%를 사용하여 메뉴를 구성한다. 이렇듯 제철이 다른 세 종류를 갖추는 것을 최고의 접대로 생각하는데, 이는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의 흐름을 의식한 것이다. 매 끼니에 시간성을 의식하고 부여하며 차리는 일은 쉽지 않겠지만, 나는 적어도 지금 어떤 작물이 땅에서 자라나고 있는지, 어떤 식재료가 제철인지 알고싶다. 주변을 잘 관찰하고 자연이 우거진 곳에서 자라면 이 점을 더 쉽게 알아차릴 수 있지 않을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주변에서 때맞춰 자라나고 있기 때문에 가까운 곳의 작물을 먹고 지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자연 속에서 가장 작은 점에 불과한 우리가 어떻게 먹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다 가면 좋을지 생각이 많아지는 글귀다. - 집다운 집 중에서 



딸기는 원래 봄이 제철이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하우스재배가 용이해지면서 겨울부터 딸기를 맛볼 수 있게 됐고, 언젠가부터 우리는 딸기가 겨울과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우리가 원하는대로 자연의 제철이 무색해진다. 어쩌면 이제 모두들 '제철'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지금'의 소중함을 느끼고 싶다. 제철음식을, 이 계절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을, 밤의 어두움을. 내가 '시골'에 기대하는 것은 그런 것이다. 밤이 되면 주변이 새카맣게 물들고 고요함이 찾아올 거라는 것. 눈을 아프게하는 전자기계들이 아니라 초록이 눈앞으로 쏟아질 거라는 것, 늙으면 여기저기가 아픈 것처럼 함께 나이를 먹는 집의 삐그덕 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 끊임없이 자연을 보며 나의 작음을 인정하는 것, 조용하게 하지만 치열하게 성장하는 나무의 어린 가지를 바라보는 것.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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