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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야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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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림 Apr 08. 2020

책 96권, 컵 24개, 옷 *$#%벌

(집은 8평)


때마침 <집다운 집 >의 표지가 눈에 들어온다





나는 물건욕심이 아주 많은 맥시멀리스트다. 가끔은 수많은 물건에 스스로 질려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 뿐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의 책은 한 두 쪽 읽다 보면 역으로 위화감만 들어 더 이상 읽을 수가 없었다. 내가 그들처럼 짐이며 가구가 하나도 없는 텅빈(?) 방에오도카니 앉아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니 하나도 즐겁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맥시멀리스트로 살 운명인 거라고. 그런데 아무래도 나는 심지어 호더 기질도 갖고 있는 것 같다. 서울집에 살 때는 잠을 자는 방, 식사를 하는 주방, 가족들과 수다를 떨거나 티브이를 보는 거실 등 기능에 따라 방이 나눠져 있었기에 호더로 산다고 해도 크게 생활에 지장을 주는 것이 (가시적으로는) 없었다. 하지만 하시모토의 야림집으로 오니, 상황이 전혀 다른 것이 아닌가. 짐이 늘어난다는 건 내가 디딜 수 있는 면적이 줄어든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 그러니 최대한 절제해서 물건이나 가구를 들여야하는데... 어김없이 내 앞에는 아름다운 물건들이 끊이질 않고 강림한다. 어느 날 우연히 들른 잡화점에서, 주기적으로 들르는 어느 가게에서,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필연적으로 뜬 광고에서 나를 흔드는 무언가가 내 눈앞에 나타나고야 만다. 그리고 결국 그것들은 지금 내 방 곳곳에 하나씩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내방 구석구석에 놓인 물건들을 지긋이 쳐다본다. 방으로 들어오는 빛에 따라 다른 빛깔의 얼굴을 하고 선 유리병들, 오므리고 있던 봉우리를 이내 틔우고 마는 벚꽃들, 기분에 맞는 음악을 들려주는 블루투스 스피커, 온몸을 녹여주는 커피 그리고 쥐는 맛이 좋은 커피잔. 모두 어디하나 싫은 구석 없이 아름답고 귀엽다.






10평도 채 되지 않는 이 작은 집에
책이 96권, 컵은 24개, 쟁반이 6개,
옷은... *$#%!벌 있다.


처음에는 작은 요소 하나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릇을 산다고 가정해보자. 색깔이나 용도를 먼저 떠올려 하나의 그릇을 사는 것이다. 그리곤 그 그릇에 음식을 담아 먹으면, 점점 이 친구에게 짝꿍 그릇들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짝꿍 종지의 형태나 용도를 상상하게 되고 그 상상 속 존재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는 순간, 지갑은 쉽게 열린다. 친구들이 보기엔 내가 마치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는 큰 오해임을 전하고 싶다. 사실은 매일 그것만을 생각하고 살기 때문에 발견하는 즉시 구매의 길로 가는 것 뿐이다...  


이렇게 집을 채우는 수많은 것들을 *%^@개 쯤 모으고 나니, 점점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무엇인지, 어느 가게에 가면 그 브랜드의 물건들을 만날 수 있는지, 이 옷을 어떤 옷과 매치하면 야림답게 잘 어울릴지 안다. 알게 되니 그 물건들이 사랑스럽고, 사랑스러워서 자꾸 쳐다보고 떠올리게 되고, 정신차려보니 야림하우스에는 책이 96권, 컵은 24개, 쟁반이 6개, 옷은... *$#%!벌이 야림과 함께 살고 있다. (그리고 그 가족의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얼마전 들인 '도잠'의 쟁반, 은은한 나무 향에 식사 내내 기분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기꺼이 애정을 쏟을 도구와 물건에 둘러싸여 사는 삶은 행복하다. 살에 닿는 이불의 감촉을 느끼고, 만듦새가 좋은 그릇에 갓 지은 밥, 따끈한 국, 몇가지 반찬을 올리면 오늘 하루 이걸로 충분하다 싶어진다. 그래, 생각해보면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맥주가 담긴 이 잔 안에, 달빛이스며드는 저 커튼 귀퉁이에, 웃음짓게 하는 화장실 비누 향기에 나의 행복이 깃들어 있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이 행복을 쌓고싶어 야림다운 물건들을 찾아 나선다. (오늘도 집에서 정보의 바다를 누비며 장바구니를 채우는 중)



여담.

그런데 이러한 과정이 아주 멋진 일이라는 건, 과거부터 검증된 일인지도. 후후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보게 되고, 볼 줄 알면 모으게 되니, 이때 모으는 것은 그저 쌓아두는 것이 아니다. -석농화원 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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