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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형식 Jul 28. 2015

스물다섯, '기회'에 대하여

나에겐 기회가 언제 오지?
오긴 하는 걸까?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생각이다.


기회가 왔었으나 본인이 그걸 알아차리지 못 하고 흘려버렸거나, 다른 사람이 볼 땐 좋은 기회이지만 본인은 "뭐야 이게?" 하며 기회를 차버리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이것은 나의 이야기다. 또는 우리 이야기.


경우는 다양하겠지만 난 기회를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절실함'


"지금까지 때가 오지 않은 나는 절실하지 않았냐"고 물어본다면 그건 아니다. 다만 정말 많고 다양한 기회 중 나에게 필요한 기회만, 또는 큰 기회만 기회라고 생각해온 건 아닌지 묻고 싶다.





나도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많은 기회를 버렸었다.


내가 바라는 꿈이 있고, 그 꿈을 위한 기회가 아니면 다른 기회는 기회가 아니라 그냥 하기 힘들고 해내야 하는 일이 되어버렸던 적이 있다. 기회는 언제 어디서 찾아올지 모르고, 살면서 아예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원하지 않아!' 라며 기회였을 수도 있는 많은 순간들을 내 손으로 내쳤던 건 아닐까 싶다.


"누구에게나 다 때가 있다",  혹은 "누구에게나 기회는  온다"라는 얘기를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잘 될 '때',  '기회'라는 가능성을 모두 품고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그 때가 언제 올 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죽을 때까지 그 '때'가 안 올 수도 있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때가  있다"라는 말은 내가 느끼기엔 참 애매모호했다. 집에서 놀고 먹고 자기만 해도 때가 온다는 말인가? 그냥 무작정 열심히 하다 보면 때가 온다는 건가?


예전에 난, '나의 때'는 언제 올까 고민했었다. 나는 스무 살에 데뷔해 기회는 많이 주어졌지만 3년 동안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그 3년 동안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었다. 그리고 그 3년은 날 바꾸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순수한 마음으로 순수한 꿈을 꾸고 열심히 하다 보면 당연히 좋은 결과가 있을 거란 생각을 했었다. 데뷔를 하면 앞으로 내 인생은 순탄할 거란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데뷔 이후로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데뷔는 했지만 날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 노래도, 이름도, 얼굴도 몰랐다.


열심히 활동을 했지만 한 프로그램에 나오는 아이돌만 해도 그 수가 엄청났다. 그 사이엔 이미 얼굴을 알린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나와 같이 얼굴을 알리기 위해 나온 사람이 대다수였다. 그 안에서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고 알리기 위해 다들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 안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 하고 그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웃는 것만 할 줄 아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게 바로 나였다.


데뷔하면 하늘을 찌를 것 같던 자신감은 바닥을 쳤고, '나의 길은 이 길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하곤 했다. 그러면서도 누구나 이런 고민은 할 테고, 아플 것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다들 빛났고 화려했으며 뛰어났다. 그 안에서 더 빛나고 더 화려하고 더 뛰어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말 그대로 선천적인 부분이 드러나야 했다. 그러나 엄마가 나에게 해주셨던 말이 있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스트레스 받으며 일하는 아들에게 해준 엄마의 따뜻하고 지혜로운 말 한 마디. 정말 좋은 의미를 가졌다. 행복을  우선시 하여 즐기라는 얘기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잘하게 될 것이란 긍정의 말.





하지만 이곳에 와서 느끼는 것들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전부 천재 같아 보였고, 천재들이 미친 듯이 죽어라 노력하고 있었으며, 천재들이 장난치고 뛰어놀며 즐기는 곳이 이곳 이었다. 뭐 지금도 많이 느끼며 적지 않게 놀란다. 물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그 안에 나를 포함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찌 됐든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피나는 노력을 하며 날갯짓을 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남들과는 다른 환경으로 더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는 건 변명할 수 없지만, 그 많은 기회를 본인 인생의 전환점으로 만드는 건 말 그대로 본인의 역량이며 그 기회들은 절대 쉽거나 안전하진 않다. 내가 준비되어 있지 못하면 받아들이지 못한다.


말 그대로 시험은 쉽게 볼 수 있으나, 문제가 많이 어렵다라는 얘기다. 그리고 그 시험지의 채점은 대중들이 하게 된다. 대중이 선생님이며, 선생님들의 나이는 천차만별이다. 우리는 비록 선생님들의 얼굴과 이름, 나이를 알지 못하지만 채점을 받아야 한다.


그중에선 선생님들이 채점해주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3년 동안 난 시험지를 제출하지 않아도 됐었고 또한 시험지를 내도 선생님들은 쳐다봐주지도, 채점해 주지도 않았다. 그런 나에겐 회사에서 쥐어주는 스케줄 하나 하나가 감사했고, 또한 해내고 싶었다. 어느 순간 나에겐 '열심'이라는 단어밖에 남아있지 않았고, 그런 순간에 찾아온 것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군 입대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였다.





정말 하늘이 주신 기회였다.

남들이 흔히 말하는 ‘신의 한 수’.


위에서 말한 대로 때는 찾아오지만 그 때가 언제 올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프로그램으로 난, 박형식이라는 사람 그 자체로 사랑을 받았다. 가진 게 열심히 하는 것밖에 남지 않은 나로 사랑 받았다.


그 이후에 <피플 인사이드>라는 프로그램에서 꿈을 가진 청소년들에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멤버들과 MC분이 이야기를 하면서 '기다림'에 대한 주제가 나왔었고, 그때 같이 출연했던 멤버들 중엔 내가 가장 늦게 빛을 봤기에 기다림에 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기다림은 힘들어요. 그런데요, 그 기다림을 기다린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럼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요?”

"그 시기에 맞는 때가 있다고 생각하면 '저의 때가 오기 전까지 준비하는 기간'이라는 생각으로 바뀌어요. 나의 때가 오기 전까지 준비를 많이 해놨다가 그 때가 왔을 때 탁 터뜨려야지! 그러면 힘들지 않아요"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난 열심히 준비했다.


노래 연습도  게을리하지 않았고 드라마, 뮤지컬 , 앨범 활동, 예능 활동 뭐든지 열심히 했다.  그동안 뮤지컬 <늑대의 유혹>, <보니 앤 클라이드>, <광화문연가>, <삼총사>, 그리고 드라마로는 <널 기억해>, <바보엄마>, <시리우스>, <나인>에 출연하며 커리어를 쌓고 경험도 쌓았다. 거의 카메오라고 봐도 무방할 분량의 단역부터 아역, 그리고 조연까지 해나가며 많은 것을 배워가고 느꼈다.


<진짜 사나이>부터 비로소 '시작' 이란 것을 했다. 그 이후로 더 많은 기회가 찾아왔고, 난 내가 준비해 왔던 모든 것들을 동원해 잡으려고 애썼다. 그렇게 시작해 드라마 <상속자들>의 천연암반수 조명수역, 시청률 40%대를 넘긴 가족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의 차달봉역, 그리고 지금은 <상류사회>라는 드라마에서 개본부장 유창수역을 맡았다.




기회는 운 좋게 왔을지라도 난 그저 운에 그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기회의 안에는 나의 절실함이 있었고, 그 절실함이 나를 준비하게 만들었다. 그 운을 나의 실력으로 만들고 싶었다. 인정받고 싶었다. 그런 마음을 지금은 조금씩 알아주시는 것 같아 기쁘다.


"말로 열심히 한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남들의 눈에 열심히 한 게 보여야 열심히 한  거다"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해 왔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 열심히 하는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평가 받아야 하는 자리에 있다면 그렇게 평가 받고 싶다.


<진짜 사나이> 때부터 받은 사랑과 관심, 대중들의 응원을 기억한다. 실망을 안기고 싶지 않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난 나의 일을 사랑한다. 음악 하는 걸 좋아하고 연기하는 걸 좋아한다. 그 좋아하는 것들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그리고 이런 날 사랑해주는 팬들이 있어 많이 행복하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다.

내 인생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당신의 주인공은 어떠한 사람인가? 한  번뿐인 내 인생의 주인공을 멋지게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 모두가 멋진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






난 '말'이란.. 양날의 검이라 생각했다. 잘 쓸 줄 알면 천냥 빚도 갚겠지만, 잘못 쓰면 되돌아와 나를 죽이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묵묵히 내 할 일 열심히 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기회를 핑계 삼아 글을 적었다. 어찌 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일 수 있고 또한 다른 환경에서 하는 이야기이기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나도 학교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해보거나 또 다른 직업을 가진 분들과 이야기를 하며 느낀점은 '사람은 다 똑같다'였다. 환경이 다르고 고민의 주제가 무엇이냐가 다를 뿐이지 모두 같은 생각과 같은 고민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난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브런치에 글을 적기 시작했다. 그저 박형식이 이랬다 저랬다 라고 썼네? 라고 바라봐도 할 말은 없다. 다만 난 일에 대한 고민은 나이를 불문하고 멈추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인생에 있어서의 고민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우리는 항상 인생을 더 많이 아는 부모님이나 선배들께 자문을 구한다. 내 글이 많은 사람은 아닐지라도 단 한 사람에게라도 좋은 자극이 되거나 위로 또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적었다.


자신감과 자존감이 결여되어 있었던, 아무것도 자랑할 게 없었던 내가 일어설 수 있었던 계기와 방법 그리고 마음가짐이 충분히 와 닿지도,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허세 가득한 어떤 연예인이 이런 글을  써놨네"라고 할 수도 있다.


난 아직도 부족하고 어리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글을 적는 게 후엔 실수가 될 수도 있고 추억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런 것이 두려워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면 후회를 하게 될 것이란 생각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려고 마음먹었을 때 많은 고민을 했다. 난 글을 잘 쓰지도 못하고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두서없이 문맥이 뚝뚝 끊기는 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예전부터 글을 적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을 다르게 해보았다. 내 글을 찾아보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이며, 찾아보는 사람은 나의 팬일 것이고, 그렇다면 이것 또한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장소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말도 안 되게 금방 수긍하며 이렇게 글을 적기 시작했다.


분명 지나가다가 우연히 내 글을 읽을 수도 있다. 그런 분들껜 우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글이 길면 읽지 않으리라 생각해 짧게 쓸까 생각했지만, 나도 글이 재미없거나 길면 안 읽는 성격이므로 여기까지 읽은 사람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이렇게 마지막에 감사와 사랑을 표한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사진: 스타제국, SBS 콘텐츠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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