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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주 May 09. 2023

최여사 일기

재회

    백일 만에 아들의 얼굴을 본 어머니는 복받쳐 운다. 또 우시냐 하니 ‘기쁨의 눈물’이란다. 여윈 얼굴이 마음에 걸린 남편이 마스크를 벗지 않자 그게 또 어머니의 감정을 건드렸다. 얼굴을 만지고 쓰다듬고 싶은데 손만 만지는 게 영 마뜩치 않은 모양이다.


   맏아들을 만난 뒤 어머니의 기세가 높아졌다. ‘꿈에 그리던 큰 아들 봐서 좋으셨어요?’하고 물었다가 역정을 들었다. 놀린다고 생각하신 모양이다. 따지자면 놀린 게 맞으니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생각지 못한 반격에 당황했다. 정색을 하면서 ‘그리 말하니 기분 나쁘다.’ 정확하게 표현을 하시는 모습이 당당하다. 아들의 건재함에 기운이 나셨나보았다. 


  아들은 힘의 원천이다. 누가 뭐래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다. 며느리를 의지한 것은 임시방편이었을 뿐이다. 그런 속내를 확인하는 순간 서운함이 덮친다. 환자라는 위로도 통하지 않는다. 짧은 순간이지만 허탈함이 스치고 지나간다. 헛헛한 웃음 흘리고 털어버려야 할 감정이다. 


  반짝하고 솟았던 기운이 또 힘겨웠던 모양이다. 하염없는 기다림, 안타까운 짝사랑은 찰나에 끝나고 말았다. 남편은 어머니 곁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어머니의 말과 행동이 버거운 탓이다. 그래도 참고 받아주란 내 잔소리에도 삼십 분을 겨우 넘길 뿐이다. 아들과의 삼십 분은 며느리와의 한 달 보다 훨씬 아름답고 감미로울 터이다.


  천정을 향한 공허한 눈빛. 그세 기력이 다한 모양이다. 아무 생각도 없어 보이는 표정 깊숙한 곳에 내가 읽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을까? 아니면 잠시 숨을 고르고 또 다시 기다림을 시작할 준비를 하는 것일까? 여운을 즐기려는지, 기운이 다한 것인지 어머니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깊은 잠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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