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TE : “Ready To Eat”의 약자로 즉각 취식이 가능한 것을 뜻한다.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1인 가구에 대하여 식품업체들은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전략을 세우기 바쁘다. 이 계층은 주로 독신남녀, 사회 초년생, 취업 준비생, 자취를 하는 일반 대학생으로 이루어진다. 이들은 하루하루를 숨 돌릴 틈 없이 살아가기에 삼시세끼를 꼬박 챙겨 먹지 않을 뿐 아니라, 영양적으로도 균형 잡힌 식사를 하지 못 하고 있다.(집에서 '해'먹는 요리가 아닌 밖에서 '사'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또한, 집밥이 아닌 외식문화와 가까운 이들의 입 맛은 엄마의 손이 아닌 맥도날드 아저씨의 혹은 케이에프씨 할아버지의 손에 길들여지고 있다.
제대로 된 한 끼를 챙겨먹지 못 하기에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고 간편하며 맛까지도 좋은, 하지만 영양적으로 균형 잡히지 못 한 음식에 혀가 길들여지게 되었다.
맛 있는 음식만 찾아먹는 이들의 입맛은 까다로워지고 있으며, 원하는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기에 눈높이 또한 높아지고 있다.
영양적으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좋겠으나, 현실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이대로 젊은 불꽃들은 겉은 붉게 빛나지만 속은 검게 타버린 “빛 좋은 개살구” 가 되어가야 하는 것일까?
2017년 5월 16~19일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2017 서울 국제식품산업대전”이 열렸다. 필자는 식품전의 마지막 날인 5월 19일 지인이 가진 두 장의 표 중 한 장에 올라타 참여할 수 있었다. MD를 하겠다는 막연한 생각만을 가지고 있었을 뿐, 어떤 종류의 상품을 통하여 MD라는 길에 뛰어들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식품’이라는 분야를 ‘내 길’로 삼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식품전에 참여한 업체들은 전체적으로 ‘HMR’을 들고 나왔다. 전 세계 39개국에서 총 1,382개 기업이 참여하는 등 식품업계를 총망라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규모를 선보였다. 2017 서울 푸드를 통해 본 HMR의 트렌드는 3가지로 분류된다. HMR의 트렌드는 ‘고급화’, ‘소규격화’, ‘건강성지향’ 등으로 변화하는 소비자 유형, 즉, 20~30대 1인 가구 증가가 반영되었다.
HMR (Home Meal Replacement) :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조리하여 먹을 수 있는 가정식 대체식품이다.
이미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냉동식품이나 컵라면 등을 HMR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요즘 인기리에 출시된 편의점 도시락도 HMR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도 편의점 도시락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필자가 군에 입대하기 전인 2014년까지만 해도 편의점 도시락의 수준은 형편없었다. 마치 어린 시절에 부모님이 절대 먹어선 안 된다는 불량식품처럼 여겨지고는 했다. 하지만 지금의 도시락은 조금 다르다. 각 유통업체들은 백종원, 김혜자 등 유명인의 이름을 빌린 ‘PB 상품’ 을 출시하여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PB 상품 : Private Brand의 약자로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제품생산을 위탁하면 제품이 생산된 뒤에 유통 업체 브랜드로 내놓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렇듯 편의점에서도 1인 가구의 배고픔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영양적으로 부족한 부분에 대한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한 제품을 출시하는 노력을 보이는 등 한국의 HMR이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식품전에 업체들이 들고 나온 제품들은 도시락이 아닌 냉동 밥, 냉동 채소처럼 좀 더 1차원적인 먹거리에 대한 HMR이었다. 때로 고객들은 메뉴가 정해진 도시락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메뉴를 만들기 위하여 밥과 반찬을 선별적으로 구매하는 것을 원할지도 모른다. 또한, 편의점 도시락이 아무리 개선되었다고 해도 아직은 영양적으로 100%까지 신뢰를 할 수 없다는 점에 동의할지도 모른다.
2017 서울 푸드에서 진행된 일본소자이협의회 호시 요시오 부회장의 인터뷰를 살펴보겠다.
“일본 식품시장에서는 RTE(Ready To Eat), 즉석에서 데워 먹을 수 있는 RTH(Ready To Heat)까지만 HMR로 분류합니다. 소비자가 구매 후 별도의 조리 과정 없이 바로 먹을 수 있어야 HMR이라고 판단하죠. 그런데 한국 유통 매장에 진열된 HMR 상품들을 보니, 소비자가 가정에서 상품을 직접 데우거나 조리해야 하는 냉장, 냉동식품이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출처 : 리테일 메거진 6월호)
일본의 요시오 부회장의 지적처럼 한국의 HMR이 가야할 길은 멀게만 보인다. 메뉴가 정해진 도시락이 아니라 밥과 반찬의 선별적 구매를 원하는 고객들은 집에서 직접 조리를 해야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HMR이라고 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떠오른 것이 군대에서 제공되는 ‘전투식량’이다. 전투식량은 조리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RTE가 되어야만 한다. 필자가 군 복무를 할 당시 받았던 전투식량은 여러 종류가 있었다. 그중 ‘발열팩’을 통해 즉각 취식이 가능한 제품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발열팩의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줄을 당기면 생석회와 염화칼슘, 물 등의 화학반응이 일어나 90℃ 이상의 열이 5분간 지속된다. 이후에는 점점 열이 식어 소석회로 바뀐다. 이는 땅에 뿌리면 거름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처리하기 어렵지 않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모든 식품을 수용하는 적절한 ‘용기’의 개발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전투식량을 담는 용기는 Dry 된 식품에 한해서 가능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HMR 제품을 모두 만족하기 위해서 '용기'의 개발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이후에 적절한 용기를 찾던 중, 시중에 '바로 Cook'이라는 발열 용기 제품이 있는걸 알 게 되었다. 블로거의 리뷰를 보았을 때는 용기에 물이 들어가는 라면이나 삶은 달걀에 한정된 조리만이 가능한 듯 보였다. 하지만 좀 더 발전시켜 다양한 요리를 수용할 수 있다면 냉동 밥, 냉동 채소 등의 냉동식품에 대하여 RTH가 가능해지고 고객은 음식이 데워지는 동안 다른 일을 하는 데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바쁜 20~30대 1인 가구들이 각자의 일에 충실하면서도 영양적으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한국의 HMR이 빨리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