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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매니저 Feb 10. 2021

왜 교향곡의 아버지는 하이든이죠?

팟캐스트 리뷰 - 듣똑라 시즌4 6화.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는?

주말 아침, 밀린 듣똑라(듣다 보면 똑똑해지는 라디오)를 들으며 청소를 하다 잠시 일시정지를 눌렀다. 그러게요. 교향곡의 어머니가 아니라 아버지라 부른 이유는 또 뭘까요? 우리라 교과과정에서만 교향곡의 아버지라 부르는 건가요 아니면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나요? 3대 교향곡은 대체 누가 정한 거죠? 3대 합창단 같은 것도 있지 않았나요?


학교에서 배웠고, 외웠고, 시험을 준비하면서 머리에 새겨졌고, 그렇게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들을 질문하게 되는 순간은 매우 당혹스럽다. 듣똑라 진행자인 김효은 기자님께서 하이든이 교향곡의 아버지인 이유를 김호정 기자님께 물으셨을 때 순간 머리가 띵했다. 귀가 닳도록 들어온 이 명제에 한 번도 의문을 가져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누가 정한지도 모를 그 3대, 5대로 묶인 교향곡이며 음악가들의 이름들을 외웠었지, 그랬었지. 중간고사에 주관식으로 나오기라도 하면 그 마지막 하나, 3대 교향곡 중 기억이 안 나는 마지막 하나 때문에 머리를 콩콩 박았었지.


오늘은 듣똑라에서 던진 질문 덕에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었지만, 이렇게 어떤 질문에 사로잡혀 종이 댕하고 울리는 순간들이 처음은 또 아니었다.




난 바이올린을 고등학교 진학 이전까지 전공 각을 잡고 배웠다. 엄마는 옆집에 사는 클래식 남매의 연습 소리를 듣고 자랐고 그 영향으로 태교도 온통 클래식을 듣는 것이었다고 한다. 첫아이가 태어났고 다들 보낸다는 피아노 학원을 다행히 보낼 수 있었고, 그 옆에 있는 바이올린도 살짝 시켜보니 꽤나 한다. 재능도 있고 애가 연습도 어느 정도 따라가는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운이 좋게도 학교에서 그리고 학교 밖에서 레슨을 받았다. 부모님이 일터에서 보낸 시간은 길어졌지만 덕분에 나는 연습을 할 수 있었고 그렇게 보낸 시간이 5년이 넘었다. 그 사이 대회에 나가 제법 큰 상도 타고 학교 축제나 설 무대가 있으면 공연도 하곤 했다. 지금과는 퍽 다른 그림.


그러다 고등학교를 진학할 시점이 되자 이런 질문들이 나와 가족을 멈춰 서게 했다. 이를테면, 예고를 진학해야 하나. 그걸로 되려나. 유학을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주머니는 그만큼 넉넉한가. 한국에서 대학을 한다면 그때까지 연습이며 레슨이며 그에 따라오는 것들을 지속할 각오는 되어 있는가. 그 이후에는 소위 '천재'들 틈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에 대답하다 보니 결국 '음악이 계속하고 싶다면 취미로 하는 걸로'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사실 '취미'는 결론을 내기 위한 단어 선택이었고 이후 20대 중반 다시 낙원상가를 찾아 연습용 바이올린을 구매하기 전까지 근 10년 간은 악기와 서먹서먹하게 지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어떤 질문에 멈춰 서는 순간이 오는 것 같다. 덜컹하는 방지턱 같은 순간들. 나에겐 열다섯 그때가 아마 그런 순간들 중 하나였던 것 같다. 꽤나 높은 턱이었는지 지금까지도 미세한 진동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한편 서른의 레이스를 갓 시작한 나를 덜컹거리게 하는 질문들은 이런 사소한 순간들에서 시작해 점차 증폭된다. 마치 '왜 교향곡의 아버지는 하이든이죠?'처럼. 


이를테면, 직장에서 가끔 동료나 클라이언트가 한 질문을 듣고는 능수능란한 척 일처리를 하면서 속으로는 


'나는 왜 이렇게 조금 비틀어 볼 생각은 못 했던 거지?' 

'이 프로덕트를 사용하다 보면 이런 점들은 정말 불편했는데, 개선하기 위해 내가 했던 일이 있었나?' 

'내가 원래 그런 거다 하고 넘어갔던 일들에는 또 뭐가 있을까.' 

'뭔가를 또 놓치고 그냥저냥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터 안의 시간, 일터 밖에서의 시간 모두 예외는 아니다. 


흠칫- 하게 하는 질문들에 흠칫- 하고 반응을 한다는 건 적어도 생각이라는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는 반증이지만 순간순간들에 괜스레 작아지는 건 막을 길이 없다. 그럴 때마다 흠칫의 이유를 살피고 다음에는 덜 흠칫하기 위해 추가 정보를 찾아보거나 관련 책을 읽는 등의 퀘스트를 하나씩 밟다 보면 이런 덜컹거림에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때가 오리라 믿는 수밖엔 딱히 별 수 없다. 그런 모든 수고들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이 팟캐스트를 모두 들으면 하지 않았던 질문들을 꺼내보고 생각해 보고 탐구해보며 내 것으로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다시 재생 버튼을 누른다. 다음 회 차도 이어서 들어야겠다. 


6] 베를린 필 VS 빈 필,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는? (feat. 김호정 클래식 전문기자) : 오디오 클립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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