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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작가 Apr 18. 2021

다섯 번째 이야기. 다시 출발점에 선 나. -1-

몽상가에서 현실주의자로..!!!

 앞자리 숫자가 바뀌고 들어간 첫 회사. 그곳은 오래 다닐 곳이 아니었다. 나와 맞지 않는 직무. 그리고 회사의 부정적인 모습들과 도저히 공감할 수 없는 비즈니스 모델... 그곳에서 굳이 아까운 내 시간을 낭비할 이유는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3개월의 짧은 사회생활을 끝으로 다시 취준생이 되었다. 




 두 번째 취준을 하기 전. 공백기를 줄이기 위해 나는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지 명확히 선택해야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내가 좋아하는 것은 '글'이었다 그리고 그 '글'을 가지고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첫 취준 막바지 때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직무에 관심을 가졌고, 그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 지켜보며 느낀 건. 좋아하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회사 안에서 '크리에이터'는 회사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데, 회사가 원하는 방향과 내가 원하는 방향이 상충될 때.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두 번째 취준의 어느 날. 김이나 작사가님이 집필한 '김이나의 작사법'을 서점에서 접하게 되었다. 김이나 작사가님은 '그중에 그대를 만나', 'Dream', '잔소리'등 누구나 아는 노래들을 작사한 유명한 작사가인데, 작사가님이 집필한 책을 읽으며 훗날 '글'을 통해 먹고사는 것이 꿈이었던 내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30대가 되면... 그때는 정말 되든 안 되든 글에만 집중할려구요."


 2015년 12월.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었던 스터디에서 다른 스터디원에게 했던 말이었다. 2015년이 얼마 남지 않았던 12월. 서로 앞으로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나눴던 적이 있었다. 이미 20대 후반이었던 내게 누군가가 30대가 되어도 여전히 취준생이면 어떻게 할 건지 물어봤었고, 그때의 난. 취업이 안 되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글에만 집중하는 걸 염두에 두고 있었다. 몇 개월 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추억을 쌓으면서 그 생각은 조금씩 변했지만, 그 생각 자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랬던 나에게 책을 통해 전달된 김이나 작사가님의 말은 앞으로 내가 걸어갈 길을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고, 작사가님은 내 롤모델이 되었다.

'간절함과 현실 인식은 비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꿈이 간절할수록 오래 버텨야 하는데, 현실에 발 붙이지 않는 무모함은 금방 지치기 마련이다. 간절하게 한쪽 눈을 뜨고 걷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 그 기회를 알아보는 것도 잡는 것도 평소의 간절함과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니 부디 순간 불타고 마는 간절함에 속지 말기를. 그리고 제발 현실을 버리고 꿈만 꾸는 몽상가가 되지 말기를..'

                                                                                                                         『김이나의 작사법 中』

  김이나 작사가님의 현실적인 조언을 보며 지금 내 상황에서 '글'에만 집중하겠다는 생각을 고쳐나갔다. 언제 내가 바라는 상황에 놓여있을지 가늠하기 힘든 '불확실한 꿈'을 쫓는 동안 생애 가장 소중히 여겼던 사람을 곁에서 떠나보냈고, 이 꿈을 좇는 동안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들을 갉아먹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처럼 다른 일을 하면서도 충분히 그 꿈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지난 시간 동안 나는 자신도 모르게 순간 불타고 마는 간절함에 속아 현실을 외면한 채 꿈만 꾸는 몽상가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제,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나는 몽상가에서 현실주의자로 바뀌었다.




'일단, 내가 하고 싶은 것 말고 잘할 수 있는 걸 찾아보자.'


 두 번째 취준을 시작할 때. 나는 2018년 안에는 무조건 취업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직무를 정해서 취준을 하는 것이었다.


꼼꼼하고 세심한 성격. 그리고 적을 만들지 않는 대인관계.


 '스펙'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내가 다른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특성은 이 두 가지였다. 그리고 이러한 나의 특징은 회사 안에서 타 부서를 챙겨야 하는 '경영지원'에서 이 강점을 살릴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그리고 경영 지원안에서도 회계, 총무, 재무, 인사, 노무 등 다양한 세부 직무가 존재했다.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 공부한 만큼 성적이 나오는 회계를 좋아했고 공부를 할 때도 나름 재미있게 공부했었다. 때문에 나는 회계 직무에서 커리어를 쌓아간다면 덜 스트레스받고, 재미있게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그렇게 나는 두 번째 취준을 앞두고 좁게는 '회계'를 넓게는 '경영지원'직무의 길을 목표로 삼았다.


 목표는 세웠지만,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부분은 많았다. '법'을 달달 외우는 것이 싫어서 주변 동기들과는 달리 CPA 준비를 하지 않았기에 관련 지식은 '재무회계'에서 멈춰있었다. 그리고 직무와 관련된 자격증은 '재경관리사'말고는 딱히 가지고 있는 것이 없었다. 공인회계사 1차 시험 합격증도 가지지 못한 나는 이러한 것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실무와 관련된 회계 자격증이 필요했었다. 하지만, 빠른 시간 안에 자격증을 얻기 위해서는 학원의 도움이 필수였지만, 이미 부모님께 생활비를 타 쓰고 있는 입장에서 나는 어떻게든 혼자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도중. 나는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하는 한 프로그램(정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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